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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정부가 교민 노동자를 구출한 게 맞을까

코로나 속 방치…시위대 500여명 목숨 앗은 이라크 정부 프로젝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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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가 빠져 나간 자리. 여기서 코로나19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내전이나 전쟁이란 비보가 아니면 입길에 잘 오르지 않던 나라가 최근 코로나로 뉴스를 탔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 해외유입 환자 수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특별기로 398명의 노동자를 이송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코로나 확산세 속에서 현지인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정부와 손잡고 대형 건설 사업을 강행한 한국 정부나 기업에 대한 눈길은 드물다. 유달리 늦었던 환자 이송도 문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과연 정부는 이라크로 파견된 한국 노동자들을 구출한 것일까?

  KTV 국민방송이 7월 24일 올린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유증상자가 89명?! 그래도 구해야 하는 이유! ‘열일하는 공중급유기’ KC-330 이라크 교민 구출작전 총정리”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이라크 현지 노동자 이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KTV 유튜브 화면캡처]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 상반기 주간정세에 따르면, 이라크에선 코로나19로 인해 3월 5일 2명의 첫 희생자가 발생한 뒤 7월 27일까지 4,362명이 사망했다. 이라크 정부는 그러면서 2월 25일 한국을 포함해 코로나 감염 정도가 심각한 지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했으며 3월 17일 모든 국내외 항공 운항 중단 조치에 이어 3월 19일 전국 통행금지도 실시했다. 그럼에도 5월 24일 이라크 비정부기구인 이라크의학협회(IMA)가 보건 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할 만큼 코로나 확산세나 보건 여건은 심각했고, 실제 6월 한 달 동안 확인된 확진자 수는 6,868명에서 53,708명으로 6배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7월 14일에야 이라크 한국 교민과 노동자를 처음으로 이송했다. 이라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은 6월 초에서 약 한달 반 지난 시점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등 한국이 수송기를 보낸 다른 지역에 비하면 훨씬 늦은 시점이다. 독일로 처음 특별기를 보낸 때도 현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선 지난 4월 1일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보다 훨씬 더 보건 조건이 열악한 이라크에는 현지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뒤에야 특별기를 보냈다. 이라크 건설현장에선 지난 6월 11일 한국인 노동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유증상자가 늘어났다. 결국 최근 이송된 398명 중 모두 75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2명이 현지에서, 또 다른 1명이 이송과정에서 코로나로 사망했다. 국내로의 이송이 1개월만 빨랐어도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이다.

이라크는 수십 년 간 계속된 전쟁과 기득권층의 부패로 몰락해왔다. 그런 정부를 두고 지난해 10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정부는 유혈진압에 나섰다. 총, 칼에 쓰러진 사망자만 수백 명에 이른다. 가장 최근 공식 기록인, 지난 2월 이라크 민관 합동기구 고등인권위원회(IHR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상당수의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모두 543명이 사망했다. 이중 22명이 암살됐으며, 이외에도 2,700명이 체포됐고 328명이 감금, 72명은 실종됐다. 부상자 수는 3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 27일에도 2명이 시위 중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보안군에 살해됐다.

이라크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다수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비공식 노동자들이다. 모두 1100만 명의 노동자 중 400만 명이 비정규직이나 임시 계약직이다. 이라크 실업률은 2019년 12.8%에 달했으며, 청년 실업률은 이의 2배가 넘는다. 이들은 현 체제가 이라크인 다수에게는 빈곤과 폭력을 의미할 뿐이라며 전 체제를 뒤엎고자 한다. 빈곤과 실업에 IS로 향하는 청년들도 없지 않다. 이라크 정부군은 여전히 IS와 전투 중이며 매월 사망자만 수백 명에 달한다.

  2019년 이라크 반정부 시위 장면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2019%E2%80%932020_Iraqi_protests]

지난 5월 취임한 무스타파 알카지미 총리는 반정부 시위 희생자 유족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화책을 밝혔지만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알카지미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 2개월 만인 지난 12월 사임한 압둘 마흐디 전 총리에 이어 3번째 지명된 총리다. 그는 전직 국가정보원장으로 친서방 바르함 쌀리흐 대통령이 후원을 받고 있으며, 시아파 정당인 파타흐연합의 지원으로 정부를 구성했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순니파 후세인 정권을 축출한 뒤 후원한 풍경이다.

사회학을 연구하는 자난 알자비리(Janan Aljabiri)의 <자코뱅> 기고문에 따르면, 이라크는 현재 시아파 다수의 종교 세력과 국가 단체들이 합종연횡 해 권력을 분담하고 있다. 각 그룹은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유전, 항만, 무역 등 경제 자원을 놓고 경쟁한다. 그리고 이 자원은 각 그룹에 속하는 민병대들이 비호한다. 부패가 만연하고 사업 계약은 여당과 민병대와 연결된 자만 딸 수 있다. 기득권층은 제조업과 농업에서 관광업, 은행, 사립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사업에 자금을 대는 정부를 통해 번창한다. 외국 기업과의 국가 계약은 부처를 통제하는 정당과 민병대를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외국 기업 중에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한화, 대우 등 15개 한국 기업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가족들은 시간시간 초 단위로 미치도록 힘듭니다” 등의 정부에 노동자들의 조기 귀환 조치를 호소하는 여러 개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언론에 따르면, 이라크 현지에는 필수업무라는 이유로 아직 많은 교민 노동자가 현지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