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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정부의 ‘그린뉴딜’...“민영화 명분 될 수도”

“기층 요구 반영되지 않은 ‘마케팅’, 이명박의 ‘녹색성장’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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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이 원칙과 철학 없이 이미지 마케팅 용으로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그린뉴딜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그린뉴딜 사업을 명분으로, 전력시장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칙도, 철학도 사장된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전력시장 자유화, 민영화의 명분 될 수도”


기후정의포럼은 18일 오후 3시, 참세상 회의실에서 ‘그린 뉴딜, 기후위기 대안인가?’ 집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선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이 기층 노동자와 농민, 지역사회의 요구와 무관하게 상층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철 집행위원은 “그러다보니 한국의 그린뉴딜은 원칙과 철학이 사장됐고, 탄소배출 제로 목표나 정의로운 전환 원칙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과거 실패했던 정책들을 다시 들고 나와 ‘그린뉴딜’로 브랜딩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강원도의 경우 평창올림픽과 연계해 대관령 일대에 ‘산악관광’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강원도는 6월 초,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이라며 산악관광 활성화 사업을 다시 들고 나왔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더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과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이 의회에 제출한 그린뉴딜 법안에는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원칙들이 담겨 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자 등이 참여하는 민주적 프로세스 보장, 노동자 건강과 안전, 양질의 의료 혜택 및 주거 보장 등의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선철 집행위원은 “이는 파리기후협약의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발전적으로 승계한 내용으로, 그린뉴딜에 있어 전제돼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국의 그린뉴딜에는 이 같은 원칙이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정부가 그린뉴딜을 명분으로 전력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어제(17일) 민주당이 주최한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와 배전분할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며 “소매시장 자유화와 배전분할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추진했던 전력산업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였다. 현재 이를 그린뉴딜 정책 제안 일부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준모 정책실장은 “현재 한국의 그린뉴딜이 오히려 시장 자유화, 민영화 같은 자본과 정부가 원했던 숙원사업을 반영하는 사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그린뉴딜 담론 자체가 정부 정책으로 주류화 됐고, 마치 4대강 사업 없는 이명박의 녹색성장과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그린뉴딜에 대해 원칙적, 담론적으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본적 관점 다르다는 것 강조해야...진보적 내용으로 재정의 필요”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그린뉴딜을 진보적, 대안적 담론으로서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상현 한양대학교 교수는 “정의당과 녹색당이 나름 노력하고 있음에도 진보적 그린뉴딜 담론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린뉴딜을 주류적 관점과 차별화된 진보적 내용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적극 설파하는 풀뿌리 기후정의운동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현 정부와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에서 탄소배출 감축 목표나 기타 이러 저러한 점들이 누락되고 있다거나 하는 식의 비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예 기본적 관점을 달리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며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와의 단절 역시 보다 분명히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가격제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에너지·수자원·교통 등에 대한 공적 소유 검토, 금융자본의 녹색산업 투자가 그린워싱이나 재난자본주의식 이윤추구로 흐르지 않도록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헌석 정의당 그린뉴딜 추진위원장은 현재 그린뉴딜이 자본의 요구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층의 요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위원장은 “현재 그린뉴딜에 대해 기층의 요구는 없는데 자본의 요구는 있다. 이것이 딜레마다. 자본은 신규 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분명하다. 기층의 요구를 만들어내는 작업부터 가야 한다”며 “그린뉴딜이 전국민고용보험 등의 민중진영 요구와 맞물려 정책패키지로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이라는 용어보다 ‘민중뉴딜’ 같은 용어로 재정립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