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파견법 폐기, 놓지 말아야 할 요구를 다시 새긴다

[4회 파견노동포럼을 준비하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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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22년의 역사

1998년 시작된 파견법의 역사가 22년을 채워가고 있다. 때로는 뜨거운 이슈로, 때로는 잠재된 쟁점으로 존재하며 파견법은 맥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파견법상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직접고용을 위한 싸움을 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그 투쟁 속에서 파견법으로 인한 권리 침해의 실태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직접고용을 통해 안정된 고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싸움 역시 멈출 수는 없었기에 노동자들에게 ‘파견법’은 한편으로 불행한 도구다.

불법파견에 맞선 싸움은 지속되었지만 정작 파견법 위에서 떠도는 노동자들, 소위 합법파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치기 어려웠다. 파견법이 야기하는 현재의 권리 박탈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이 사회에 책임을 물을 힘을 가지지 못한 상태로 존재하는 노동자들이 약 9만 7천 명에 이른다(노동부 집계, 2019년 하반기 기준). 작은 규모로 보이지만, 파견법이라는 제도로부터 시작해 펼쳐지는 고용의 간접화는 그 규모를 명확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폭넓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러나 2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작 법의 폐지를 위한 제도의 논의는 한 번도 논의선상에 오르지 못했다.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파견법 폐지법안을 발의하였으나, 이는 정부가 비정규직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병합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 이후로 파견법 폐지는 국회의 논의에서 본격화 된 적이 없다.

일부 개정도 있었다. 불법파견이어도 2년이 지나야 직접고용 의무가 부과된다는 이상한 법해석이 불법파견 확인 시 즉시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법률로 정비됐고, 파견노동자에게 차별해서는 안 되는 노동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임금, 상여금, 성과금, 그밖에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 등으로 구체화됐다. 고용노동부가 판단해서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의 효력을 당사자만이 아니라 동종업무 수행 노동자 전체로 확대하는 변화도 있었다.

위기를 틈타 반복된 파견법 개악의 흐름

그러나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파견의 범위를 더 확대하고, 자본에게 더 낮은 비용으로 노동자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파견법을 활용하기 위한 개악의 시도가 더 거셌다. 2008년에는 경제위기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파견법의 확대 개악을 시도했다. 파견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법 개악 시나리오가 정부에 의해 구상됐고, 파견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는 안이 정부안으로 제출되기도 했다. 이때 등장한 백만 해고대란설은 이미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상태를 핑계 삼아 불안정한 노동을 더 지속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부 논리의 근거로 끌어당겨졌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 등에 파견확대를 시도했고, ‘파견법은 사이다’라며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도구로 선전했다. 그리고 모든 정부의 선전은 파견 2년이 지나면 직접고용의무가 부과되기에 ‘해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령 노동자들이 취업에 취약한 계층이니 ‘취업을 하기 쉽도록’과 같이 노동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되었다.

본질을 가릴 수 없는 제도 개선 방안들

사실 파견법을 좀 더 나은 법으로 개정하자는 법안도 상당수가 발의됐다. 사용사유를 명확히 하여 규제하자거나, 생명안전업무에는 파견을 금지하자거나, 제조업 공정에는 모두 파견을 금지하자는 안,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파견계약 시 임금비율을 명시하여 임금을 보호하자는 등의 안, 일시적 간헐적 사유를 핑계대고 파견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안도 있었다. 고용불안에 대응해 파견사업주가 바뀔 때 고용관계 승계를 명시하자는 안도 제출된 바 있다.

이러한 개정안의 내용들은 오히려 파견노동의 실태를 증명한다. 파견이라는 고용형태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럿이 된 사업주들은 누구도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아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것.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계약을 통해 노동자가 파견되고, 파견사업주가 수수료를 떼어 가는 중간착취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 예외로서 엄격히 규정해야 하지만 사실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아 수시로 교체사용되는 파견노동이 안정된 일자리를 위축시킨다는 것. 그런데도 수시로 바뀌는 파견업체들은 어떤 고용상의 책임도 지지 않고, 사용사업주 역시 고용에 대한 본질적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것.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결국 지금까지 국회에서 다루어진 개정안 혹은 제도 개악안들은 ‘파견’이라는 고용형태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이나 직업안정법이 효력을 잃어 온 과정이기도 하다. 제도의 개선을 통해 덧댄다 한들, 본질적으로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를 공급하여 그 수수료를 떼는 것을 소위 ‘사업’으로 영위하는 사회를 용인하면서 어떻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악법의 뿌리 위에 꽃피는 간접고용의 갈래

파견노동포럼은 파견법이 폐지되어야 할 법임을 사회적으로 분명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합법파견/불법파견을 가르는 가운데 파견법의 본질을 드러내고 법의 폐기를 외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파견법의 폐기라는 원칙적 주장은 제도의 수정을 통해 파견노동자의 권리를 일부라도 구제하려는 현실의 필요에서 늘 흔들릴 수밖에 없고, 또 파견법을 폐기하면 무엇 위에서 싸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마치 답이 없는 듯한 막연함 또한 존재했다. 그렇게 파견법 폐기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늘 외치는 구호이지만, 당장의 투쟁으로 만들어지기는 어려웠던 운동의 과제였으며, 파견노동포럼이 풀어야 하는 숙제이기도 했다.

파견법 시행 22년, 지금의 간접고용은 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고 있다. 불법파견 판정이나 판결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가장 먼저 버려지고, 파견법상의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고안된다. 공공부문에서는 자회사라는 구조가 또 다른 간접고용을 양산하고 있다. 파견법이 간접고용을 합법화하는 구조의 바탕이 되었지만, 파견법과 지금의 간접고용 구조의 연결성을 직접 찾기 어려워 한참을 들여다봐야만 겨우 연결고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파견법 폐기로 다시 한발 나아가기 위해

4회 파견노동포럼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악법 위에 켜켜이 쌓인 다양한 간접고용 형태에 대응해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가. 불법파견 간접고용에 맞서 싸워왔던 지금까지의 정책을 다시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의 무기가 될 정책을 어떻게 벼릴 것인지를 논의하고, 간접고용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함께 길을 열기 위한 투쟁의 방안을 논의한다.

그로부터 다시금 파견법이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악법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파견이라는 제도 위에 부유하는 노동자들의 삶 역시 22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 이어져 왔으며, 파견법으로 인해 안정된 직업을 가질 기회를 빼앗기고, 파견노동을 떠도는 노동자들에게는 그것이 늘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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