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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유엽 사망, 코로나로 인한 의료공백이 원인”

대책위, 청와대에 탄원서 접수…진상조사, ‘정유엽법’ 등 재발 방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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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사회단체가 고 정유엽 학생의 사망이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이 원인이라며 정부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코로나19의료공백으로인한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대책위)’는 16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정유엽 학생 사망 과정은) 코로나19 중심의 국가의료체계로 인해 일반 환자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 상황을 말해주는 것으로 코로나19 상황의 의료공백 또는 의료사각지대 발생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사망의 원인을 찾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3월 고 정유엽 학생은 고열 증세로 경산 중앙병원 및 대구 영남대병원을 전전했지만, 담당 의사들은 코로나19로 의심된다며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지 않았고 병원을 방문한 지 6일 만인 같은달 18일 폐렴 악화로 사망했다.


고인의 아버지인 정성재 씨는 “3월 12일, 처음 응급실을 갔을 때 제대로 검사를 했다면, 그리고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5분 거리의 세명진료소를 안내해줬다면, 그리고 상급병원으로 보내졌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회한이 남는다”며 “영남대병원이 코로나 검사를 13번이나 하는 등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유엽이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했고, 부검도 필요 없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침을 준수한 결과는 참혹하고 암담했다. 충분히 살 수 있는 아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의 길로 갔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통계청이 발표한 대구·경북지역의 올해 1분기 사망자 수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월등히 높다며 의료공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코로나가 유행한 1분기의 대구·경북 지역은 작년보다 900명의 사망자가 증가했다. 퍼센트로는 10%에 달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며 “즉 작년만 해도 죽지 않았을 1000명의 억울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다. 혹자는 이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사망한 것 아니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각까지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한국 전체 278명이며 대구·경북은 243명이다. 코로나 관련 사망자를 제외하고 대구·경북에서 600~700명의 사람이 작년보다 추가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죽음의 원인을 의료공백으로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규진 인권위장은 대구·경북의 상업적인 의료 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구·경북이) 상업적인 의료 정책을 추진했기에 정치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구는 공공의료 부재의 문제뿐 아니라, 병상수가 다른 지역보다 낮지 않음에도 응급환자 사망률이 높은 지역으로 매년 지적받아 왔다”며 “응급의료체계와 병원 간 연계 문제를 분명히 지적받았음에도 대구·경북의 정치가, 대한민국 정부가 보완해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같은 문제가 일어났을 때 정유엽 같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대책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엽이의 죽음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코로나19를 이 사회에서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서 또 다른 병으로 아픔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 열이 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 내가 감기에 걸려 혹은 장염에 걸려 열이 나면 어디로 데려가야 하나. 여전히 이 문제는 똑같은 죽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접수했다. 탄원서에는 ’정유엽법‘ 제정 등 재발 방지 요구도 담겼다. 권영국 변호사는 ‘정유엽법’과 관련해 “코로나19에 집중하는 사이 다른 공백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것은 우리 의료제도에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K방역만큼이나 의료 공백을 보완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그래서 진상조사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감염병이 확산될 때 일반 환자를 어떻게 응급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의료법이 필요하면 의료법을 개정해야 하고, 만약 공공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예산을 투입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15일 권영국 변호사 등은 대구지방법원에 경산중앙병원과 영남대병원을 상대로 증거보전 신청을 했고, 의료기록지 등이 법원에 제출된 상태다. 대책위는 정부에 △명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단 구성 및 진상조사 실시 △의료공백으로 인한 재발 방지 및 종합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