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재벌 면세점 임대료는 걱정하면서…

[1단 기사로 본 세상] 주거빈곤층 임대료엔 눈길 한 번 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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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일 인천공항에 입점한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3사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상호협력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은 다음날 동아일보 4면에 ‘인천공항公-면세점 3사 코로나 위기극복 MOU’란 제목의 1단 기사로 실렸다.

재벌 대기업들은 박근혜 정부 내내 면세점 입점을 놓고 전쟁을 벌였다. 관련 기사도 수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항공산업이 일시에 죽어버리자 면세점은 임대료도 못 낼만큼 적자에 허덕였다.

  동아일보 6월 3일 4면

조선일보는 벌써 지난 3월 6일자에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도 못 벌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롯데, 신라, 신세계 면세점이 지난달 인천공항 매장 영업실적을 결산한 결과 3개 업체 모두 매출액이 임차료보다 20%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부도 지난 2월 27일 코로나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인천공항에 입점한 업체 임차료를 6개월간 25~30% 감면해주는 내용을 넣었다. 조선일보는 이런 정부의 대책을 “임차료 감면 혜택을 받은 공항 면세점은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두 곳뿐이다. 감면대상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언론은 대기업을 살뜰히 챙겼다.

면세점협회와 언론의 집요한 공격에 정부도 지난 4월 추가대책을 통해 대기업 면세점 임대료도 6개월간 20% 깎아주기로 했다. 그래도 대기업 면세점들의 요구는 계속됐다. 결국 정부는 지난 1일 임대료 추가 감면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동아일보의 4일자 1단 기사다.

이토록 재벌 면세점의 어려움을 두세 번 반복해서 챙기는 우리 언론이 항공산업의 최일선에서 고객을 상대해온 비행기 청소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통에는 얼마나 공감했던가.

아시아나 항공의 비행기를 청소해온 자회사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무급휴직에 반대했다는 이유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서울 종각역 인근 아시아나 건물 앞에서 농성중인데도 재벌 면세점을 살뜰히 챙기던 언론들은 보이지 않는다.

동아일보는 3월 20일 경제섹션 1면에 ‘텅 빈 무대처럼… 출국장엔 안내로봇 한 대만’이란 감성을 자극하는 제목을 붙여 썰렁한 인천공항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대형 면세점 관계자를 인용해 직원 100여 명이 근무하는데 매장을 찾은 손님은 10여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부가 (3월) 18일 내놓은 대책은 규모가 작아 항공사엔 실효성이 없다”고도 했다.

매일경제신문은 3월21일 6면에 ‘면세점 3주 매출이 30만원…공항 간 사람조차도 외면’이란 제목으로 대기업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롯데면세점 본점 주얼리 매장 직원은 “3월 들어 한 달 매출 전체가 30만 원대”라며 “몇% 감소 이런 걸 따질 수 없이 아예 매출이 없는 상태와 비슷하다”고 했다.

  동아일보 3월 20일 B1면(왼쪽)과 매일경제 3월 21일 6면

항공업과 유관산업이 코로나19로부터 타격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다. 중소 여행업체는 아예 도산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대기업 면세점의 어려움에 유난히 집중했다.

언론이 재벌 면세점의 임대료를 걱정하는 사이에 남대문 쪽방에 사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코로나19로 인해 100kg에 5천 원 하던 폐지 가격이 2천 원까지 폭락하는 바람에 그나마 있던 부수입도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남대문 쪽방촌은 개발로 인해 퇴거까지 종용받고 있다.

이들 주거빈곤 가구를 보호하려면 ‘경제사정의 변동’ 기준을 구체화해 임대료 감액 청구가 가능하도록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동자동과 남대문 등 쪽방이나 여관과 고시원을 전전하는 주거빈곤층은 긴급재난지원금 혜택에서도 소외돼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홈리스 102명을 조사한 결과 지자체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12명(11.8%)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중에서 77.5%는 아예 신청조차 못 했다. 재난지원금은 카드 포인트나 지역상품권으로 나오는데, 보증금 없는 쪽방은 대부분 주거비를 현금으로만 받는다. 자연스레 상품권깡을 할 수밖에 없다. 1/4가량은 주민등록이 말소돼 신청할 길도 없다.

건건이 쪽방을 전전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가 끊겨 다시 거리로 나온 여성 홈리스 한분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찾았으나 홈리스 등록은 물론 입소도 못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6개월 미만 초기 홈리스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 여성처럼 장기 홈리스는 대책이 없다.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도 연방정부가 3월 18일부터 60일 동안 주거빈곤층에게 퇴거와 가압류를 못하도록 행정조치를 내렸다. 뉴욕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기간 중엔 퇴거나 단수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리건 주 정부는 7월 1일까지 주거빈곤층에 퇴거 중단을 발표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가 이런 행정명령을 도입했다. ‘K-방역’을 자랑하는 문재인 정부는 뭐하나.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 지난달 28일 국회 앞에서 회견을 열어 빈곤과 불평등 해결을 위한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출처: 빈곤사회연대]

한국엔 보증금 한 푼 없이 월세로만 사는 가구가 33만 3558가구(2018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달한다. 우리 언론이 재벌 면세점 임대료 걱정하는 기사의 1/10만이라도 이들 주거빈곤층에게 할애했으면 한다.
  • 황배이

    누가 면세점을 소유한 재벌을 걱정하냐
    면세점 무너지면 관련 직원들이 니들이 걱정하는 홈리스 될까봐 그걸 걱정하지
    제목을 오해하게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