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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재판 시작…여성단체, 법정 최고형 선고 촉구

텔레그램성착취 공대위 “피해자 회복 어렵고, 모방범죄 양산한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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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주범 중 하나인 조주빈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다른 주범들 역시 재판을 앞두고 있어 여성단체들은 이들에 대한 법정 최고형을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성착취 범죄의 특성상 유포가 계속돼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 어렵고, 질 낮은 모방범죄를 양산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텔레그램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텔레그램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성착취 가해자가 대법원 선고를 받을 때까지 법원을 압박하는 힘을 모아내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라는 성폭력 사건 해결의 방향성을 견지하겠다고도 했다.

공대위는 법원이 온라인 성착취 사건 가해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공대위는 “사죄는 재판부에 수십개의 반성문을 내고, 아버지의 직장동료까지 동원해서 내는 탄원서를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죄는 오로지 자신의 범죄가 해악을 끼친 이들의 피해가 복구되거나 치유될 수 있을 때 그 시작이 가능할 따름이다”라며 “수많은 영상을 유통하고, 피해자를 모욕하고, 개인정보를 확산하고, 수익을 올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며 해도 된다는 믿음과 잡히지 않는다는 신화를 유포해온 사람들에게는 최대 법정형이 선고 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공대위 참가 단위 단체들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법적 쟁점과 피해자 지원의 과제, ‘박사방’ 공범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의 문제, 온라인 성착취 관련법 개정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발언했다.

오선희 변호사는 “제2의 n번방을 운영하며 중학생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로리대장태범’ 배모 씨에게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인 장기 10년, 단기 5년의 형이 선고되고, 공범인 ‘슬픈고양이’ 류모 씨에겐 징역 7년이 선고됐다”라며 “늦었지만 법원이 디지털 성폭력 범죄를 심각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중형을 선고한 것은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5월 1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4항이 신설돼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에 대해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해졌다.

오 변호사는 “‘여성이 먼저 고수익 알바에 응했다’ ‘유포된 영상을 재유포했을 뿐이다’ ‘영상 시청에만 그쳤다’라며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는 가해자들이 많다”라며 “ 협업적 성착취 범행인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더 경미한 범죄란 존재하지 않으며, 가담자 모두가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한 중대한 범죄자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더 이상 그 누구도 피해자의 성착취 영상물을 보거나 가지고 있지 않도록,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삭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경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고리를 끊기 위해 이제 사회와 국가가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공동대표는 “2016년 소라넷 폐쇄, 양진*의 웹하드 카르텔, 유명연예인 정준*의 성폭력영상들이 버젓이 공개된 카카오채팅방, 아동성착취물 게재로 세계에서 악명을 떨치는 웰컴투비디오의 손정* 우리를 분노케 하면서 굳이 이 자리에 오도록 한 조주* 등 이루 다 말 할 수 없다”라며 “드러나지 않은 것은 얼마나 더 많을지, 디지털 세상에서의 끔찍한 성폭력, 이제는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피해자는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한계를 넘어서면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을 받으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며 “그 사이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피해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를 치유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남았다”고 피해자 지원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것을 밝혔다.

[출처: 텔레그램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21대 국회에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여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수희 활동가는 “이번에 개정된 법률로 전반적으로 형량이 강화됐지만, 사법부의 성범죄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를 감안했을 때 처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라며 “신설된 소지죄 등이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요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법원이 양형을 관대하게 할 경우 제대로 된 처벌이 가능할 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김수희 활동가는 이어 “온라인 성착취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 마련 등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온라인 그루밍을 비롯해 사이버스토킹, 피해자 사칭, 피해자 촬영물 도용 등 현행법에서 규율할 수 없는 피해 유형의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성착취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성폭력, 가정폭력,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괄하고, 각종 성범죄를 관통하는 성착취의 본질을 담을 수 있는 개념 정립 및 법 체계 정비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텔레그램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피해자를 향한 연대와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의 리아 활동가는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 경험으로 인해 부각된 단면 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여자로서 살아왔던 전 생애에 연대한다”고 밝혔다. 리아 활동가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구조의 피해자든 노동의 주체든,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게 하는 세상 속에서 마치 구분이 가능한 것처럼, 텔레그램 성착취를 당해도 싼 사람, 아닌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저는 모든 피해경험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긍정하고 싶다”라며 “ 피해자도 조금 잘못 하긴 했다는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고 싶다. 그 시선은 바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 되고 피해경험자 분들이 스스로를 긍정하기 어렵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을 상대로 온라인 성범죄를 벌인 주범들이 곧 재판을 받게 된다. ‘박사’ 조주빈 외 2명 사건의 형사재판이 11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텔레그램 채널과 대화방을 만들어 그 속에서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이 사건 가해자들은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영리목적으로 반포했으며, 이를 빌미로 피해 여성을 협박하는 한편 강제추행을 일삼았던 자들이다. 또 이들과 자금과 영상을 거래한 공범들도 줄줄이 송치와 기소를 앞두고 있고, 재판 역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