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정의당 장혜영 “불평등 사회, 원칙으로 바꾸겠다”

[인터뷰]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장혜영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10일 서울 중랑갑 정의당 유세 현장. 정의당 비례대표 2번 장혜영 후보가 가진 목소리의 힘은 남달랐다. 목소리는 갈라지고, 기침도 계속 나왔지만, 장 후보의 몸은 자꾸만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의 불평등, 이제 원칙을 가진 정당이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발달장애 동생의 탈시설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이 그의 정치적 성장을 도왔다면, 21대 총선은 그의 원칙을 더 굳건히 만들었다. 이제는 국회에서 ‘힘과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는 장 후보. <참세상>이 중랑구 한 카페에서 장 후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다큐멘터리 감독에서 본격 정치인 활동을 시작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총선에 임하고 있나?

동생의 탈시설을 같이 했을 때부터 총선 시기까지 마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처음엔 동생과 함께 평범하게,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다. 그것만으로는 ‘힘과 스피드’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문화가 바뀌어서 법과 제도가 변하기도 하지만, 법과 제도로 문화를 바꾸기도 하지 않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수단이 있다. 나는 그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정의당 비례대표 2번이라는 당선권에 지정됐다. 어떤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의당 청년 할당제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때부터 정의당까지 그 가치와 함께했던 이들은 청년 정치를 공론화했다. 기득권 정치를 돌파할 힘은 청년에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은 청년에 ‘올인’했고, 나는 그곳에서 청년들과 경쟁할 기회가 생겼다. 이런 과정에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장혜영 정치’의 시작으로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거대 양당은 절대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모든 기대는 무너진 상태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절망과 분노가 컸다. 그러던 때 지난해 9월 심상정 대표한테 전화가 왔다. 심 대표가 단도직입적으로 ‘원하는 게 있으면 여기서 펼치라’고 말했다. 나는 한 달 동안 ‘내가 지금 정치를 해야 할까?’, ‘그게 정의당일까?’ 고민하고 결정을 내렸다. 정의당이 어떤지 잘 몰랐던 것도 사실이다. 이전까지 당적을 가져보지도 않았다. 나는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 인물과 정책에 모두 동의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했을 때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진단은?

사회적 약자에게 너무했다. 2020년 탈시설 예산은 0원이었다. 장애등급제는 가짜 폐지였다. 부동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집값이 엄청나게 뛰었다. 이낙연이 종부세 인하한다고 했을 땐 깜짝 놀랐다. 내가 느끼기에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약자가 눈 밖에 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게’ 하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면 안 됐다. 민주화 세력이 스스로 자기 당에 먹칠을 했다.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너뜨렸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민주당 정치에 대한 공적 분노를 국회에서 사람들이 공감하는 언어로 치환하고자 한다.

후보의 경우 장애인 운동이 정치 활동의 계기가 됐다. 1호 법안으로서 ‘탈시설’을 꼽았는데, 한국 사회는 ‘시설주의’, ‘수용주의’의 뿌리가 깊다. 장애인 운동진영에서도 수십년 간 주장해 왔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어떻게 돌파해 나갈 생각인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내가 탈시설 운동할 때도 주변에 많은 회의감이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모든 준비가 갖춰졌을 때를 생각하면 영원히 못 한다’고 생각했다. 미루는 일은 너무 쉽지 않은가. 그래서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깃발을 꽂았다. 한국 사회는 한 번 바뀌면 빨리 변하는 편이다. 박근혜 촛불 초기에 대통령 탄핵이 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겠는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탈시설 이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갑자기 높아졌다. 힘들다, 어렵다, 조건이 되지 않는다 하며 미루는 건 아니다. 코로나19에서 탈시설 이슈가 보였듯 역설적 계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기성 정치에서 장애인은 언제나 ‘들러리’였다. 정치의 영역에서 장애인 운동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그 대응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장애를 손상이나 부족함이 아닌, 하나의 ‘온전한 삶’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법과 제도를 만든 의원은 지금껏 없었다. 장애인의 인권을 그 자체로 대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시혜와 동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말하는 당사자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체성 운동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지점이 있다. 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토대를 만든다는 관점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출처: 김한주 기자]

지난해엔 공공운수노조 산하 장애인노조도 출범했다. 장애인 노동권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탈시설에서도 당연히 노동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한 사람의 형태로 살아가야 한다. 돈에 있어서든, 자기 실현에 있어서든 모두가 일할 여건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장애인 노동은 최악이다. 일단 최저임금부터 장애인은 예외 대상이다. 이것부터 개정해야 한다.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기존의 방식으로 노동을 바라볼 때 나타나는 능력주의 문제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디지털성범죄 처벌 강화 등 페미니즘 공약도 단연 돋보인다. 디지털성범죄 외에도 한국의 페미니즘 강화를 위해 어떤 정치를 준비하고 있는가.

일단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여성 정치인이 절반을 채우면 해결될 게 많아진다. 지금은 여성 의무 할당 30%도 채우지 못한 현실이다. 여성, 청년 정치인이 어떻게 국회에 입성했는지 그 공감대와 경험의 폭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모든 면에 있어 페미니즘은 필요하다. 일단 여성은 안전에서부터 위협받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일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지금 국회는 엔번방을 제대로 호명하지도 못한다. 성착취라는 언어가 자리하지만, 법적인 개념으로서 작용하진 않는다. 국회에서 이런 일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나.

후보가 내건 청년 공약 ‘청년기초자산제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또 후보는 한국의 청년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가?

청년기초자산제도는 만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기초자산 3천만 원을 국가가 지급하는 것이다. 물론 일정 소득 이상을 버는 청년은 제외한다. 보육시설 등에서 자립한 청년의 경우엔 더 많은 자산을 지급한다. 재원 마련은 부유세를 신설하고 소득세율을 강화하면 충분하다, 한편에선 나는 나를 설명할 때 ‘청년 장혜영’이라고 얘기하진 않는다. 오히려 여성, 장애 당사자의 가족으로 호명한다. 청년의 빈곤이 평생의 빈곤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청년 문제를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얘기해야 한다. 예컨대 청년 주거 빈곤은 청년이 아닌 본질적으로 부동산 문제다.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시행되면 청년 문제도 해결된다는 뜻이다.

후보는 청년 할당으로 선출됐고, 청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의당 내 청년 당원들은 어떤 새로운 운동을 제시하고 있으며, 당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정의당 청년 당원은 나도 있지만, 과거 민주노동당 때는 청소년 당원, 지금은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는 이가 많다. 이들은 굉장히 원칙적이고, 가치 중심적이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이게 원칙이면 무조건 밀고 나간다. 반갑게도 이들과 내가 통하는 지점이 있다. 내가 입당했을 때는 오히려 청년 당원들이 내게 ‘이런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먼저 묻기도 했다. 청소년 당원들도 매우 강성이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들어온 나지만, 이들과 융합되기 어렵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싸우러 왔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후보는 정의당에서 어떤 활동을 기대하고, 정의당은 어떤 길을 가길 바라는가?

정치가 다루는 이슈는 누군가의 구체적 삶과 연결돼 있다. 연결된 사람 중 가장 불평등하고, 가장 대변되지 않는 삶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변하는 일이 내 존재와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정치인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타협은 없어야 한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해선 안 된다. 정의당은 단호하게 나아가야 한다. 독자 노선으로서 평가 받아야 한다. 지금의 한국은 가만히 있어도 죽을 것 같은 사회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가만히 있어도 죽을 것 같은 현실이다. 이런 세상이 계속되면 나나 동생이나 우리의 삶은 시야 밖으로 사라질 것이다. 사회의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선 정의당은 송곳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나 혼자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을 돌보느냐고 말한다. 남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힘들어진 세상이 됐다. 이 사람, 저 사람 반칙한다고 해서 나도 반칙해선 안 된다. 조국 사태에서 보여줬듯 정의당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정당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정의당에 들어왔을 때 당내 인터뷰에서 ‘능동적 변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내가 지킬 원칙을 믿고 기회를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