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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바이러스의 창궐

[이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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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쥐


박쥐의 몸속에는 137여 종의 바이러스가 있다. 그것들은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다. 니파와 사스, 에볼라, 메르스, 최근의 코로나19까지. 감염병 바이러스의 숙주를 찾다보면 그 끝에 ‘박쥐’가 등장한다. 그래서 박쥐는 여전히 인간에게 혐오의 동물이다. 박쥐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박쥐 중 50%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은 절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박쥐는 그동안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식물의 수분작용을 도우며 영양소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이들은 생태계에서 절대 없어져서는 안 될 존재다.1

2. 박쥐의 습격


지난 1월, 호주 퀸즐랜드 주 힌친브룩에 위치한 잉엄이라는 마을에 30만 마리의 박쥐가 몰려들었다. 박쥐로 새까매진 하늘을 보며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박쥐가 마을을 점령하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고, 비상 헬리콥터는 병원에 착륙하지 못했다.2 박쥐가 인간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61종. 박쥐가 인간의 생활반경과 가까워질수록, 박쥐가 갖고 있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더 쉽게 전염된다.

3. 산림과 함께 사라지는 서식지


그럼에도 박쥐는 점점 더 인간과 가까워지고 있다. 산불과 가뭄, 산림파괴 등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까지 26년간, 세계 산림면적의 1,324,000㎢가 사라졌다. 한반도의 6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서식지를 잃은 박쥐는 인간이 거주하는 마을로 이동했다. 1990년대 말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 니파(Nipah virus)는 서식지를 잃은 과일박쥐가 양돈 농장에 드나들면서 중간 숙주인 돼지를 거쳐 인간에게까지 전파된 사례였다.

4. 산림이 사라지면 기온은 올라간다.


산림 파괴는 기후위기를 촉발하기도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4%가 산림 파괴에서 비롯된다. 산림은 기후와 불가분의 관계다. 산림은 공기 중의 온실가스, 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산림이 사라지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되지 못한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메탄, 이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주범이다. 태양 복사에너지의 30%가 온실가스 층에 가로막혀 다시 대기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5.지구 기온 상승으로 전염병이 확산된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전염병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온 상승 등의 기후변화가 질병을 매개로 하는 동물 분포의 변화를 가져와 인류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국내외 학자들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우려해 왔다. 기온 상승이나 대기환경의 변화로 바이러스 매개 동물의 수명이 연장되거나, 품종이 변화되거나, 성장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신종 인수공통전염병3이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신종 전염병의 75% 이상이 동물에서 유래했다.4

6. 치명적인 감염병이 돌면, 세계 인구 8000만 명이 사망한다.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을 무서운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WHO와 세계은행의 공동조직인 세계준비감시위원회(GPMB)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가 전염병 확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유행성 질환은 더욱 자주 발견되며, 관리가 어렵고 충격이 상당한 병원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준비감시위원회는 100년 전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전염병이 현 시기 발생한다면, 전 세계 인구 5000~8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18년 발병한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병들었고, 전체의 2.8%에 달하는 5000만 명이 사망했다.5

7. 감염병 사망은 줄지 않는다.


  연도별 법정 감염병 발생 추이 [출처: 질병관리본부]


의료산업과 의료기술이 발전해도,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감염병 사망자 수는 1986년 7382명에서 2016년 7946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1986년 미국에서 감염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3만 1623명이며, 2016년에는 7만 52명으로 두배 이상이 늘었다. 특히 최근 20년간의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아열대지역에서 주로 전파되던 인수공통전염병이 전 세계적 매개성 전염병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1990년에 6명에서 2006년 2051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말라리아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뎅기열 환자도 2001년 6명에서 2006년 35명으로 늘었다. 쯔쯔가무시증은 1994년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07년 6480명으로 확산됐다.6 인구 10만 명당 법정 감염병 발생률은 1980년 21.5명에서 2018년 329.1명으로 15배가 늘었다.

8. 자본은 감염병 백신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제약회사들은 감염병 백신 개발에 소극적이다. 고려시대에 처음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의 경우, 무려 수백 년 동안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뎅기열도, 메르스도 모두 효과적인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발병 43년 만인 지난해 12월, 미국 머크(MSD) 사가 개발한 백신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제약회사들이 감염병 백신을 만들지 않는 까닭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신종 감염병이 주로 저개발 국가에서 발병하다보니,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판매 수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7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을 촉구하며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제약회사들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감염성 바이러스 치료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9. 지구 온도가 1℃ 오르면 전염병은 4.7% 증가한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은 빠른 속도로 인류를 감염시킨다. 현재의 기후 위기가 지속되는 한 인간은 감염병 확산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유엔 산하 협의체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5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심화될 경우 21세기에 걸쳐 많은 지역에서 질병률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 내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난다고 예견했다. 그리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가 현 상태로 배출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이 3℃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이 지난해 발간한 ‘2019 온실가스 배출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등의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0.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온실가스 중 인간 활동에 의해 가장 많이 배출되는 물질은 바로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에너지 사용을 비롯해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 등을 통해 발생한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6%는 석탄, 34%는 석유, 19%는 가스사용에 의한 것이다. 석유와 석탄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석유, 석탄 비중은 40%가량이었다.7 그리고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주범은 세계적 자본들이다.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3%를 차지한 이들은 세계 상위 25개 기업이었다. 100대 기업으로 넓힐 경우,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70.6%에 달한다. 자본주의 이후, 소수의 자본이 기후 위기를 급격히 촉발시켜 온 셈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업장이 국내 배출량의 87.2%를 차지하고 있다.8

11. 인류를 지킬 수 있는 방법



지구 온도는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상승폭과 상승 속도 모두 가파르다. 자본주의적 생산 및 소비가 발전할수록 기후위기도 심화됐다. 18~19세기에 걸친 자본주의 산업혁명은 도시의 인구집중을 낳았고, 무한이윤을 위한 무한경쟁과 과잉생산을 낳았으며, 화석연료 같은 자연에 대한 약탈을 낳았다. 실제로 빙하기와 간빙기 1만 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4도 상승한 반면, 18세기 산업 혁명 이후 고작 100년 동안에 1도가 상승했다.9 이 같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전 세계적 투쟁이 일고 있다. IPCC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전례 없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탄, 석유 등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자원에 대한 통제를 사회화하며, 자본주의적 시스템을 생태학적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과연 인류는 지금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자정을 2시간 15분 앞둔 세계 기후위기 시계는 현재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각주>

1. 도심 경관에 서식하는 관박쥐의 행동권 및 서식지 이용 특성, 동국대학교 생명과학과, 국립생물자원관, 2018.8.
2. ABC News, Bat ‘crisis’ in Ingham delays emergency helicopter, and parents threaten to boycott local school, 2020.1.24.
3.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전염병
4.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분야 적응대책 수립방안 연구 최종보고서, 아주대학교 건강증진사업지원단, 2009
5. GPMB, A WORLD AT RISK, 2019.9
6.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분야 적응대책 수립방안 연구 최종보고서, 아주대학교 건강증진사업지원단, 2009
7. 2014년 세계 이산화탄소(CO2)배출 현황과 구조변화 분석, 기후변화연구실, 2017
8.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내외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2019
9. 탈핵/에너지전환에 대한 기본입장과 과제, 강동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