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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가 대안이 되는 방식, 아래로부터의 급진적 연대

[이슈③] 반자본주의 말하는 계급X정체성 정치 운동의 부상…OWS, BLM, F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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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peoplesforum.org/event/feminism-for-the-99-womens-conference/]

밀레니얼 세대의 삶은 지구적으로 유사한데, 어째서 유독 미국과 영국에서 사회주의 리부트 흐름이 생겨난 걸까? 도대체 영미 사회주의자들이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사회주의자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반자본주의 계급운동의 대중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성, 성소수자, 인종 등 이른바 ‘정체성 정치’ 운동에서 반자본주의의 가치와 연대가 다시 부상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체성 정치는 1970년대 흑인 페미니스트 단체 콤바히 컬렉티브가 처음 제기한 개념이다. 성별, 성적 지향, 인종 등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집단의 정치 운동이었으며, 당시 반자본 사회주의 운동과도 결합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정체성 정치는 지배적인 다양성 개념에 흡수되면서 계급적 급진성이 희미해져 갔다. 그러나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한 경제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투쟁 속에서 이들의 반자본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시작은 2011년 오큐파이 월스트리트(OWS) 운동이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하며 아랍의 봄, 스페인 ‘분노한 사람들’의 15M(5월 15일 운동), ‘너희의 부채를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며 일어난 그리스 ‘산티그마 광장 점거 긴축 반대 운동’ 등 대중적 계급투쟁이 잇따른 가운데 일어난 미국식 응답이었다. OWS를 처음으로 제안한 캐나다 반자본주의 매거진 <애드버스터즈>는 ‘1%에 맞선 99%’라는 구호를 제기했는데, 이는 수십 년 만에 ‘계급’ 문제를 다시 호출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용어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으며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반자본과 계급 문제에 다시 숨을 불어넣었다. 이후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는 은행들은 구조된 반면, 그 여파는 전 사회적으로 심화되며 각계의 투쟁으로 확산됐고, 이들은 1%와 그들의 체제, 자본주의에 저항했다.

“클래스 매터스(계급이 중요하다)”

이후 OWS 점거 운동은 경찰 폭력 속에 흩어졌지만, 이들의 문제의식과 대중 투쟁마저 저문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선 다시 OWS에 이어 ‘블랙라이브즈매터(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BLM)’가 대중적 사회운동으로 부상했다. 이 운동은 2013년 10대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무고하게 살해한 백인 경찰이 무죄로 방면되면서 일어났고, 유사한 부조리가 되풀이되면서 사회적 불만이 확대된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폭력의 경험은 OWS 참가자들과 BLM 사이의 특별한 연대를 형성했다.(1) BLM의 스펙트럼은 광범위했지만, 반자본주의 활동가들도 적극 참가하면서 구조적 인종차별주의와 계급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페미니즘 운동에서도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토론이 확대됐다. 미국에서 반자본 페미니즘 운동이 다시 주목받은 계기는 2017년 1월 트럼프 취임에 반대하고 여성인권을 옹호하며 일어난 대규모 ‘여성들의 행진’ 시위였다. 시위 한 달여 후,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은 좌파 잡지 <뷰포인트매거진>에 ‘99%를 위한 페미니즘(F99)’을 선언했다.(2)(3) F99는 즉각 2017년 3월 8일 국제 여성 파업을 제안했고 급진 페미니즘과 마르크스 페미니즘, 블랙 페미니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그룹이 여기에 함께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지구화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유색인종과 노동계층, 이주 및 실업 등 여성의 삶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 재생산과 재생산 정의, 노동권을 위한 투쟁에 힘을 모았다.(4)

물론 2008년 이후 새롭게 부상한 계급운동 중에는 노동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15달러 투쟁이나 노조 할 권리 투쟁, 교사 노동자들의 연쇄 파업 등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래로부터의 반자본주의 연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자칭하는 버니 샌더스가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고, 이는 사회주의 리부트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샌더스를 지지했던 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에 회원가입이 증가했고, 2018년 6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가 승리한 후에는 회원 수가 더욱 급증했다.(5) 샌더스 등 DSA가 지지한 후보의 선거운동원 다수는 부상한 대중계급운동에서 나왔고, 이들은 다시 각 운동 지형에서 활동했으며 이번 선거에까지 함께하고 있다.

물론 2008년 경제위기 후 부상한 계급운동이 모두 샌더스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새로 결성된 흑인 사회주의 정치운동인 ‘블랙소셜리스트인아메리카(BSA)’는 샌더스가 사민주의를 민주당에 팔고 있다고 말한다. 샌더스는 다양한 미국 반자본 사회주의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 같은 주장에 호응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하지만 샌더스가 대중적 계급운동이 고조되던 시기,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데 서슴지 않으며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플랫폼을 조직한 것은 그가 남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콤바히 컬렉티브에서 ‘정체성 정치’라는 용어를 만드는 데 함께 했던 바바라 스미스는 최근 샌더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지난 10일 <가디언>에 “샌더스는 오래 전부터 인종적 정의를 위해 싸웠다. 그는 변화는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 온다는 것을 이해하며 미국의 부정의를 근절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줄 것”이라며 “샌더스 지지자들의 다양성과 생명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각주]
(1)https://www.rosalux.de/fileadmin/rls_uploads/pdfs/LUXEMBURG/lux_1903_epaper.pdf
(2)https://www.viewpointmag.com/2017/02/03/beyond-lean-in-for-a-feminism-ofthe-99-and-a-militant-international-strike-on-march-8/
(3)선언의 제목은 “린 인(자기계발 등 개인적인 발전을 중시하는 페미니즘)을 넘어서: 99%의 페미니즘과 3월 8일 전투적인 국제 파업을 위해”이다.
(4)https://newrepublic.com/article/141187/feminism-99-percent
(5)DSA 회원 수는 2011-2015년 평균 6천여 명에서, 2016년 11월 1만 명, 그리고 2018년 6월 4만 명으로 불어났다.
  • 아저씨

    웬지 "붕" 뜨는 느낌. 이런 기사는 현실감각에서는 일조를 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실상 나도 모르는 개념이 풍부한 것을 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