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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시위, 멕시코 수백만…“우리, 여성이 없는 날”

“페미사이드, 가부장제, 자본주의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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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세계가 앓고 있지만 여성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차별과 폭력, 페미사이드(여성살해)로 신음해왔다. 그래서 올해 세계 여성의 날, 많은 지역의 여성들은 전염병 확산의 위험에도 거리를 선택했다. 특히 멕시코와 칠레에서 시위 참가자의 수는 역대 최고치인 수백만을 기록했다. 이들의 시위를 가로막은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정부였다.

  멕시코시티. 세계 여성의 날 전국 집중 파업 시위 [출처: @lacaroibarra]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장 폭발적인 시위는 멕시코에서 일어났다. 멕시코에선 8일(현지시각) 수백만의 여성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고 페미사이드 종식을 촉구했다. 최근 멕시코에선 여성들이 남성에게 잇따라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국 파업이 조직됐다. 지난 달 22일 한 여성단체가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을 “우리, 여성이 없는 날”로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짧은 시간임에도 수많은 사회단체가 합세해 “나가지도, 팔지도 사지도, 학교에 가지도 않겠다”는 구호로 집회를 조직했다. 시위 참가자 일부는 높은 여성살인율을 문제로 거리 집기와 차량을 부수며 정부에 항의했다. 멕시코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파업 전 응답자 67%가 이 제안을 지지했으며, 여성의 57%가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선 매일 여성 10명이 파트너 등 남성에 살해된다.

  멕시코시티. 페미사이드 희생자들의 이름 [출처: @lacaroibarra]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2백만 명이 여성의 날 집회에 참가했다. 애초 1백만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 참가자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여성 시위대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점화된 시위에 이어 다시 격렬한 저항을 재개했다. 이들은 낙태권 제한, 여성 폭력 문제와 함께 사회불평등, 부정의, 높은 물가에 여성들이 더욱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일부 지역에서 경찰은 시위대에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투입해 해산시키고자 했지만 여성들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미리 가스 마스크를 준비해왔으며 때때로 새총으로 경찰을 향해 돌을 쏘기도 했다.

  칠레 산티아고. [출처: @redfishstream]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선 2일 헌법재판소가 낙태권을 제한하는 현행법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이날 여성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다. 콜롬비아에선 임산부나 태아의 생명과 건강이 위태로운 경우나 근친상간, 또는 강간의 결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불법이다. 콜롬비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간 당국은 불법 낙태를 혐의로 4,802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중 약 500명은 18세 이하였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도 거대한 여성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브라질에선 매일 4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 지역에선 최근 여성살해가 더욱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2달 동안 여성 63명이 페미사이드로 사망했다. 여성들은 사망한 여성들의 이름과 나이가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파키스탄 여성대학생들의 시위 [출처: @N_Abba_G]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집회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괴롭힘과 학대, 폭력과 살인을 근절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태국 방콕에서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문제로 노동자 안전과 여성권 보호를 강조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투입했다. 파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에서도 공공질서 방해 혐의로 시위 여성들을 연행했다.

  그리스 [출처: @giorgos39athen1]

  스페인 [출처: @assemblea_int]

2018년 600만 전국 여성 파업을 개최한 스페인에서도 수십만 명이 거리에서 시위했다. 프랑스 파리나 독일 베를린에서도 수만 명이 참가했다. 독일에서 여성들은 “99%를 위한 페미니즘” “가부장제를 중절하라” “축하하자, 파업하자, 그리고 계속 투쟁하자” “모두 함께 우리는 모든 차별과 이윤에 매몰된 사회, 가부장제에 맞서, 제한 없는 평등을 위해 투쟁하자”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독일에서도 3일마다 1명의 여성이 그의 과거와 현재의 파트너에게 살해된다. 그리스에선 최근 더욱 악화된 터키와 그리스 정부의 난민 탄압을 규탄하며 난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투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지나 보레 콜롬비아 활동가는 “오늘 행진은 우리 권리를 위한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대 학생 나탈리아 로페스는 “우리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투쟁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