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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수자에 닥친 재앙”…폐쇄병동 98% 감염

전장연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실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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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8명으로 늘었다. 이 중 6명은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장애인이다.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을 사회에서 격리하고 추방하는 ‘집단수용 시스템’이 부른 비극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애인의 탈원화 대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뉴스민]

폐쇄병동 입원자 98% 감염
장애인의 ‘철저한 고립’…대참사의 발원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 입원자 102명 중 1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번째 사망자가 지난 11일경 발열 증상을 보였으나, 병원 측은 2월 19일 2명의 입원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검사나 대책을 실시하지 않았고, 이 8일 동안 폐쇄병동 입원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사안을 두고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이 폐쇄병동 입원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얼마나 폭력적인 재앙으로 다가오는지, 지역 사회 의료 시스템이 집단격리수용 시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하고 있다”고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전장연은 “철저히 고립된 폐쇄병동에서의 시간이 이들에게 정말 치료의 시간이었나”라며 “폐쇄병동 입원자들은 병동 밖을 자유롭게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문은 일과가 끝나면 밖에서 잠겼을 것이고, 외부에서 누군가 열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집단수용 시스템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OECD 회원국의 조현병 환자 정신병원 평균 재원기간은 50일인데 반해, 한국의 평균 재원기간은 303일로 나타났다. 전장연에 따르면 최근 정신건강복지법개정으로 재원기간이 215일 감소했으나 입원환자 수에는 변화가 없다. 원하지 않는 입원율 역시 37.1%에 달한다.

전장연은 “만약 폐쇄병동에 입원이 된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았다면, 동네 가까운 병원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통합된 환경에서 적절한 건강상태 점검과 신속한 조처를 받았다면 지금 같은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장애를 이유로 존재 자체를 추방하는 ‘집단격리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강력한 탈원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폐쇄병동에 집단수용해왔던 사회의 폭력을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25일 오후 12시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격리수용을 규탄하며 이들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노동권 사각지대
정부, 공공 공급 없이 “24시간 노동하라”


이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노동권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유지를 위한 개별지침’을 밝혔다. 지침 내용은 △장애인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받는 경우 시도별 격리시설로의 이동을 원칙으로 하고, 각 격리시설에는 돌봄서비스가 가능한 의료인,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등을 배치 △장애유형 및 정도와 상황에 따라 격리시설 이용 및 생활이 어려운 경우 자택에서 자가격리하고, 이 경우 활동보조, 방문간호, 응급안전알림서비스를 제공하며,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워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첫 번째 대책은 자가격리가 결정돼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활동지원사 투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법에 따르면 시설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데, 시설인력만으로 케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책은 활동지원사의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주 최대 52시간까지 인정해왔으나 하루 24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 모두 장애인 격리자 증가로 인한 활동지원사의 부족을 전제로 하는데, 국가 차원에서 활동지원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울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자체가 격리시설에 활동지원사를 배치하도록 지시하고, 다시 각 보건소가 활동지원사를 확보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노조는 이 같은 인력확보 방식은 민간위탁기관 공급에 의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민간위탁기관은 지금도 중증장애인을 매칭할 때 어려움을 겪는데, 생명의 위기를 다투는 경우 (국가가) 어떻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24일 밝혔다.

이어 노조는 “정부가 선심 쓰듯 말하는 24시간 지원도 노동인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을 드러낸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트레스와 과로 상태에서 감염이 더 쉬워진다.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를 24시간 동안 제공하겠다는 발상이 버젓이 세상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가 그동안 활동지원사의 노동을 얼마나 만만하게 생각해왔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따라서 노조는 장애인과 노동자 모두의 생명과 생존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요구했다. 대책 내용은 △활동지원 인력 투입 문제에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 △노동자 건강에 대한 대책 마련 △24시간 지원 급여는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 △활동지원사의 생계대책 마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