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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항 말고 탈성장

장하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활동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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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자본은 제주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는 자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또 아시아태평양 길목에 자리한 제주는 패권국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부터, 최근 제2공항 건설 문제까지. 제주가 가진 녹색과 평화는 사라지고, ‘그대로가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워커스》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부터 제2공항 반대 투쟁까지 함께하고 있는 장하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활동가를 만나 제주의 과거와 지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하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활동가 [출처: 김한주 기자]

제2공항 반대 투쟁 이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있었다. 지금 강정은 어떠한가?

제주 바다가 다 죽었다. 제주 해녀에게 들은 이야기다. 제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산호 군락지를 가진 곳이었다. 바다에 잠깐 들어가도 현무암을 둘러싼 생명이 가득했다. 해변에서 수영만 해도 바닷속 색깔이 정말 다양했다. 그런데 지금은 백화현상(바다 사막화)이 심각하다. 큰 군함이 오가고, 기름이 흐르며, 관광객이 넘쳐나니 산호가 모두 하얗게 마를 수밖에. 지금 제주 연안은 작은 생명의 주검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해녀가 뭘 채취하려면 과거보다 더 먼 바다로 나간다고 한다.

강정마을 공동체는 파괴됐다. 현재 마을의 반목 현상은 이전보다 심하다. 국책사업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을 마을에서 쫓아내려고 한다. 과거에는 마을 주민 총회에서 5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줬는데, 최근 그 기간을 더 늘렸다고 한다. 이주민 대다수가 반대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질긴 저항으로 마을 주민들이 보상도 받고, 대통령의 형식적 사과도 받았는데 지금 펼쳐진 상황은 너무 잔인하다. 이런 풍경은 국가가 만든 것이다. 국가는 국책사업을 할 때 항상 돈으로 마을 주민을 이간질해 왔다. 국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돈을 내세워 서로 싸우도록 했다. 제 역할을 잊은 국가의 공공연한 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제2공항을 둘러싸고 남부탐색구조부대가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 강정마을과 제2공항은 제주의 군사기지화 문제에서 어떻게 연결돼 있나?

강정마을 투쟁 때 우리는 해군기지가 단지 해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을 견제할 미국에게 제주는 한·일·필리핀 선상에 있는 최고의 전략 거점이다. 군사적으로 더 요긴한 요충지가 되기 위해 제주 공군기지가 따라올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오키나와의 후텐마 공군기지를 국내로 옮기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도 처음 제2공항의 공군기지화에 선을 그었지만 마찬가지였다. 공군은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서) 제주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창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남부탐색구조부대에 대한 구체적 용역 예산안이 이번에 통과됐다.

[출처: 김한주 기자]

제2공항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국책사업’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까지 제2공항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에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제2공항, 전남 해저터널 건설 공약이 나왔다. 이런 공약을 내거는 데는 여야가 없다. 4대강 사업도 국책사업이었다. 나는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있었는데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 조사 등 모든 절차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수십조, 수천억 원의 국책사업들은 타당성이 없는데도 과정이 생략, 왜곡되고, 주민 목소리가 무시됐다. 항상 똑같은 패턴이었다.

지방정부는 ‘우리 지역에 큰 토건 사업이 생기면 우리 지역에 돈이 돈다’라는 논리로 국책사업에 매달린다. 국가 재정이 있으면 그 돈을 최대한 우리 지역에 쓰려는 욕심이다. 구태의연한 정치 논리다. 한국 정치가 SOC(사회간접자본), 개발 공사밖에 할 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포용국가를 말하는 문재인 정부도 그렇다. 이런 국책 개발 사업을 줄이고 복지 지출을 늘리면 될 일이다. 정치가 국민의 상식을 따라오지 못한다. 나는 국회의원 활동과 제주 평화 활동을 하면서 한국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를 모두 잃었다.

제2공항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제주 기존공항의 수용력은 정말 한계점을 넘은 건가?

일단 정부는 기초 자료부터 왜곡한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제주공항 단기인프라 확충사업에 따라 제주공항 수용력이 연간 3175만 명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 예결위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현재 기존 제주공항 수용력이 연간 2600만 명이라고 한다. 자기들이 한 사업을 두고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또 정부의 용역 결과 보고서(ADPi,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연구)에는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를 활용하고 관제 시스템을 개선하면 항공기 처리 용량을 시간당 35대에서 55회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제2공항을 짓지 않고도 기존공항의 수용력을 늘릴 방법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보고서를 3년간 감췄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철새도래지, 조류 충돌 문제로 제2공항의 성산 입지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제2공항 건설에서 환경 문제는 어떠한가?

제2공항 인근에는 철새도래지 4개가 있다. 정부는 철새가 제주를 떠나는 11월~2월을 조사 기간에서 빠뜨려 놓곤 위험이 없다고 했다. 철새도래지, 조류 충돌은 단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든 사람의 생명도 문제다. 미국 ‘허드슨강의 기적’도 기러기 떼가 엔진에 들어가며 항공기가 불시착한 사례다. 당시 탑승객 160명이 살아 돌아왔기에 다행이라고 했지만, 사고 이후 인근 십만 마리의 조류들을 죽였다. 또 다른 반인륜적인 행위다. 조종사노조의 조합원 역시 전국행동 측에 제2공항 조류 충돌 문제는 심각하다며 승객과 항공 노동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름과 동굴도 문제다. 국토부는 이미 제2공항 건설을 위해 적어도 하나의 오름을 절취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에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확인할 수 없는 동굴이 많다. 제주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지하로 흐른 게 용암동굴이다. 유네스코는 지하 용암지대와 성산일출봉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국가는 제2공항으로 많은 사람을 제주에 들이겠다면서 정작 제주에 오는 이유를 없애고 있다. 국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아예 가르고 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나.

정부는 정책을 세우고 재정을 들여 전문가에게 연구를 맡긴다. 전문가 학계는 정부 돈을 받았기에 정권 입맛에 맞추기에 급급하다. 왜 용암 동굴을 통째로 조사하지 않고, 철새 조사 기간을 왜곡하며, 보조 활주로와 관제시스템 문제를 감췄겠는가. 4대강에서도 정부는 물이 깨끗해진다고 했다. 정부가 만든 주장이 잘못됐고 문제점이 드러나도 강행하는 게 지금까지의 국책사업이었다. 학계, 정계, 재계는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하나의 패키지가 됐다. 이는 청와대의 집주인이 바뀌었어도 그대로 남아있다.

11월 15일 제2공항 공론화 특별위원회 구성으로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론화특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전국행동의 일원으로서,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제2공항 문제를 봤을 때 공론화는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환경 활동을 하는 개인으로서 제2공항에 대한 결정은 지금 제주 주민만이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2공항이 현재의 문제,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문제도 그렇다.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데만 수만 년이 걸린다. 그런데 한국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만 투표를 부치고, 공론화를 거친다. 이를 또 숙의민주주의의 우수 사례로 소개하기도 한다. 사실 핵발전소, 제2공항에 따른 피해를 어디까지 담보할 수 있느냐는 현존하는 소수의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사안을 넘어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이 너무 크다.

한편 제주는 4·3의 아픔을 기억하는 곳이다. 강정마을의 아픔도 현재 진행형이다. 도민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물리적 환경 문제를 넘어 공동체에 남기는 상처가 더욱 크다. 이 점에서는 최소한의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정은 제2공항 반대 투쟁을 두고 ‘외부세력’ 프레임을 내세운다. 도가 말하는 외부세력은 ‘제주 이주민’이다. 이 주장을 어떻게 바라보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양천구 국회의원을 하지 않았나? 그도 외부세력 아닌가? 외부세력은 쌍용자동차 점거 투쟁에도, 강정마을 반대 투쟁에도 나왔다. 항상 이런 프레임을 설정하고, 동시에 돈으로 사람을 이간질하는 게 정부였다. 국가는 국책사업을 할 때마다 주민 공동체에 개입해 반목을 조장하고 이웃과 형제를 갈랐다. 국가가 실질적인 외부세력인 셈이다. 도정이 내세우는 외부세력 프레임은 토착민 이외의 주민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제주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수법이다.

제2공항뿐 아니라 비자림로 확장 공사, 동물테마파크, 송악산뉴오션 등 제주 난개발이 확장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나.

나는 어릴 적 제주에서 ‘1천만 명 관광 시대’를 많이 들었다. 그때는 정말 제주에 연 1천만 명 관광객이 오면 모두가 잘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제주 연 관광객은 2천만 명에 이른다. 이제 우린 관광객이 많아도 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히려 도민의 삶은 나빠졌고, 제주는 망가졌다. 그런데도 교훈이 없다.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에 돈을 벌어보겠다는 자본가, 지주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 5조 원짜리 제2공항, 동물테마파크, 송악산 개발 모두 개발업자만이 추동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제주에서 진행되는 사업의 인허가권은 도지사가 가지고 있다. ‘셀프’로 사업환경평가를 치른 정부가 자본과 ‘북 치고 장구 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모두가 제2공항을 ‘5조짜리 국책사업’으로, 제주 개발을 ‘수천억짜리 개발 사업’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2공항이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올 수 있고, 국책사업으로 이뤄지는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수조 원이 복지 예산으로 돌아왔을 때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복지 예산 수조 원을 챙겨간 재벌에 대한 책임도 추궁할 수도 있다.

제주의 난개발이 정점을 찍은 듯하다. 제주는 견딜 수 있는가?

제주에 쌓인 쓰레기만 10만 톤이다.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가 바다에 방류되고 있다. 2017년 성수기 때 중산간 지역 가구에선 지하수 고갈로 물이 이틀에 하루씩 나온 적도 있다. 제주라는 한 배에 너무 많은 사람이 타 배 전체가 기울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제2공항만 얘기하는 게 제주도정이다. 국토부는 제주의 환경 수용력 문제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내뺀다. 교통 수요를 맞추는 게 자기 일이라고만 한다. 이렇게 강행되는 국책사업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은 소수요, 피해를 보는 것은 전체 사회다.

[출처: 김한주 기자]

제주는 관광개발의 상징이 됐다. 이를 넘어서는 제주의 대안을 세워야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제주에 환경 총량제, 관광객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제2공항 건설도 필요하지 않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관광객 쿼터제를 두고 있다. 관광객 쿼터제가 도입된다 해도 제주 관광 수익에 손해를 끼칠 일은 없다. 관광객 수로 더 많은 이익을 보는 자는 숙박업체, 렌트카업체 사장들뿐이다. 이들의 돈벌이가 제주도민 다수의 이익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탈성장을 해야 한다. 탈성장은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사람 사는 균형을 얘기하자는 것이다. 제주는 지금 ‘복부비만’이다. 사람이 건강한 유기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하고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는 무분별하게 돈이란 지방만을 먹어서 배만 나온 상태다. 제주의 후진적 복지제도 때문에 계속 배를 고프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제주의 교육, 노동, 의료가 도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제주 사람으로서, 환경과 평화활동가로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나는 지금 목에 칼이 틀어온 심경이다. 제주가 고향이기에 차분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차분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2공항은 제주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복지의 문제, 따라서 삶과 직결된 문제, 나아가 제주에서의 힐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의 문제다. 서울에 살고 가진 것 없는 이도 제2공항을 막을 이유가 있다. 나 역시 만원 지하철에 지친 몸을 맡기며 시원찮은 벌이를 하는 한 아이의 엄마다. 이 엄마들이 아이 유치원을 5세~7세반에 보내는데 3천만 원이 나간다. 대학 학비보다 유치원비가 더 비싼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제2공항에 들어가는 5조 원은 1900만 가구에 26만 원씩 지불할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무엇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일까. 나는 전국행동을 통해 이런 얘기를 계속할 것이다. 제2공항은 모두의 문제다.

제주를 향한 국가와 자본의 욕망…제주는 더 못 버틴다

투기와 개발의 온상이 돼버린 제주. 동시에 ‘제주다움’을 잃어가는 제주. 지금의 제주는 제2공항, 동물테마파크, 비자림로 확장 공사, 송악산뉴오션타운 등의 난개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제주 개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이것이 초래할 결과는 무엇일까.

제2공항,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제주 제2공항 논의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을 공약하면서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두 제2공항 개항을 약속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의 반대에도 ‘절차적 투명성과 주민과의 상생 방안 마련을 전제로 조기 개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기존의 제주국제공항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관광객을 더 수용하려면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같은 주장이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먼저 2014년~2015년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은 2045년 공항 수요를 연간 4500만 명으로 예측하면서 공항인프라 확충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공항 확장 방법 중 하나인 보조활주로 활용을 누락한 채 독립평행활주로 건설 방법만을 상정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신공항 반대 공식 의견을 접수’했다는 이유로 기존공항 폐쇄 및 신공항 건설 안을 사실상 배제했다. 때문에 ‘제2공항 건설 채택’을 미리 상정해 놓고 용역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기존공항 개선을 통해 수용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3년 넘게 감추기도 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기존공항 활용극대화와 용량증대 방안을 검토하는 하도급 용역을 수행했는데, 이들은 현재 보조활주로를 교차활주로로 활용할 경우 시간당 60회의 용량증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부가 예측한 공항 수요 인원인 4500만 명을 넘어 456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ADPi는 장기적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공항의 보조활주로를 활용, 관제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이 ‘저렴하고,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라고 보고서 49쪽에 적었다.

제2공항의 군사기지화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방부는 ‘국방중기계획(2018~2022년)’에서 제주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설치하겠다고 명시했다. 2017년 정경두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언급하며 제2공항 등 4개 후보지 중 한 곳에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입지가 선정된 성산 제2공항 부지는 군 공역과 겹치는 곳이기도 하다.

비자림로, 인간의 20초를 위해 나무 2천 그루를 베다

사려니숲길로 유명한 비자림로의 3km, 금백조로의 10km 구간은 성산 제2공항으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도로 확장 공사 대상이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현재 비자림로 숲 약 70%가 베어졌다. 숲이 파괴되면서 비자림로에 서식하던 멸종위기종 10여 종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멸종위기종을 찾아낸 것도 정부가 아닌 시민모임이었다. 시민모임은 한 달 동안 숲의 소리를 녹음, 전문가에 의뢰해 위기종의 존재를 확인했다.

위기종 발견으로 242억 원짜리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지난 5월 중단된 상태다. 시민모임은 시민 추천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 확장을 바라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공사가 강행되면 비자림로에 이어 금백조로의 환경도 심각하게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제2공항 연계와 진입로 활용을 이유로 금백조로의 지방도 승격을 고시한 상태다.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한 조치다. 현재 금백조로 양옆에는 ‘오름 군락’이 줄지어 있고, 곶자왈 지대도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공항 물류의 속도를 위해 비자림로, 금백조로가 확장 대상이 됐다. 이 도로는 현재 교통 체증도 없는 도로”라며 “도로 확장 계획에 따라 비자림로 왕복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면 시속은 60km에서 70km로 늘어나 약 20초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인간의 20초를 위해 나무 2,000그루를 베고, 수백억 원의 예산 쓰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물테마파크, 대명리조트와 김앤장의 흑막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2005년 5월 제주도 제1호 투자진흥지구 사업으로 시작됐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도의 승인을 받았을 당시 사업 계획은 제주 조랑말 승마장, 전통체험장 등을 포함한 소규모 테마파크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6년 대명리조트가 사업을 인수한 뒤 사업은 사자, 호랑이, 코뿔소 등 사파리 동물 23종 500여 마리를 전시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76실 규모의 호텔, 2동의 글램핑장 같은 숙박부대시설도 대거 포함됐다. 사업 공사비 역시 863억 원에서 1674억 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동물테마파크 사업 대상지인 선흘2리는 국내 최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과 곶자왈을 품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이자 주변 7개 오름에 국립공원화가 추진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선흘리가 속한 조천읍은 지난해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되기도 했다.

동물테마파크 사업 추진에 김앤장이 끼어든 정황도 있다. 과거 선흘2리 이장과 사업 찬성위원회가 대명리조트로부터 7억 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으며 ‘상생방안 협약서’를 체결한 것을 두고, 반대대책위가 총회를 거치지 않은 협약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당시 찬성위원회에 법률 검토 문건을 보냈던 법무법인이 김앤장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반대대책위는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대명리조트 측이 찬성위원회를 지원하려고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 자문을 의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중국계 자본 신해원의 송악산뉴오션타운 개발 문제로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매일 대정읍 시내에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제주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했던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드림타워를 건설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도 있다.

난개발의 끝, 도민의 삶은

1980년대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지 면적 비율이 100%에 육박하던 제주는 2010년대 60%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산림지역 면적도 1980년대 약 50%에서 2010년대 약 35%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제주도가 밝힌 지역소득 주요 지표에 따르면 2017년 제주 지역 생산 중 건설업 비중이 12.5%를 차지했다. 전국 건설업 평균 비중인 6%보다 두 배 더 높은 수치다. 제주 지역 지출 역시 건설 투자 비중이 33.3%로 전국 15.9%의 두 배 수준이다.

제주 연간 관광객은 2005년 500만 명에서 2016년 1500만 명을 넘겼다. 제주 오버투어리즘이 부른 난개발은 제주 도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쳤다. 제주의 가계대출은 전국 1위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15조2968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2.9% 증가한 것으로 전국 평균 6%를 훨씬 웃돈다. 지난 10월 제주소비자물가지수도 106.71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제주사회지표상 삶의 만족도는 가장 낮은 1점부터 보통인 5점까지의 비중이 79.4%였다. 6점에서 10점은 20.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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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에서 국회 환경위에 있었던 사람들은 극히 신중히 다루어야 할 듯, 노조도 이제는 민주화와 어용이라고 하는 양분된 인식이 팽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