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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부시장 “KEC 구조고도화, 복합터미널 사전 검토” 시인

노조 “구조고도화 할 땐 공장 폐업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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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구미부시장이 KEC 구조고도화 사업을 사전검토 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구미 지역에서는 KEC가 이윤 창출을 위해 쇼핑몰 복합 터미널에 투자하는 한편 반도체 생산 공장은 폐업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구조고도화는 산업단지 입주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KEC는 2013년부터 대형 백화점, 비즈니스호텔 설립 등을 통한 구조고도화 사업을 시도했다. KEC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구조고도화가 이익 도모만을 목적으로 진행되며, 이는 부동산 투기, 공장 외주화·폐쇄, 노동자 대량해고까지 이어진다며 반대해 왔다.

구미시는 그동안 구조고도화 사업을 진행한 바 없다며 부인해 왔지만, 최근 시가 사측과 이를 사전 협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세상>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부시장은 지난 11일 금속노조 KEC지회(이하 노조)와의 면담에서 “(쇼핑몰)복합터미널 관련해서 시하고 (KEC 측이) 검토해보자, 그런 단계까지는 갔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구조고도화 사업 중 일부인 복합터미널을 (사측과) 같이 논의한 것이냐”고 재차 묻자, 김 부시장은 “그 이야기(복합터미널)는 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구미시의 누가 그런 제안(복합터미널 건립)을 했느냐”는 노조의 질문에 김 부시장은 “그건 모른다”고 답했다.

KEC가 구조고도화 사업으로 복합터미널 사업을 추진한 것은, 공익적인 성격인 ‘터미널’을 포함시켜 사업 승인을 받으려는 측면이 크다. <뉴스민>에 따르면, 구조고도화 사업을 관장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2014년 KEC 사업 신청을 두고 단순 백화점 건립은 안 된다며 부적격 통보한 바 있다.

  9일 금속노조는 구미 구미코 앞에서 '노조파괴 장례식' 집회를 열었다. [출처: 뉴스민]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자들은 상업시설을 포함한 복합터미널 역시 무리한 사업추진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일단 구미공단 인근엔 이미 버스터미널이 들어서 있다. 또 다른 복합터미널이 건립되면 차량의 매연과 진동으로 '반도체 클린룸'을 운영하는 KEC 제조 공장은 악영향을 받는다. 클린룸은 특히 진동과 먼지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KEC의 구조고도화 사업이 공장 폐업 및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앞서 KEC는 2014년 구미 시민들에게 배포한 홍보물에서 제조업에서 탈피해 관광소비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KEC는 대대적인 외주화도 시사했다. KEC는 지난 9일 ‘창립 5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5공장 IGBT(전력반도체) 전공정을 외주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KEC는 중국 4대 파운드리 업체 중 하나인 SCMC와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IGBT는 이윤을 가장 많이 내는 공정이다. 제조업 생산을 외주·축소하고, 복합터미널 등 상업시설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사측의 의도다.

반면 사측은 이번 구조고도화 사업이 ‘공장 폐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장부지 10만 평 중 유휴부지인 5만 평 땅에 시설을 짓기에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구미시 역시 노조 면담에서 복합환승터미널을 원한다는 시민 여론이 있다고 말하는 등 사측과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노조는 16일 성명을 통해 “곳곳에서 떠돌던 얘기가 사실로 판명 났다”며 “멀쩡히 가동 중인 KEC에 대형쇼핑몰과 복합환승터미널을 짓도록 구미시가 KEC와 미리 상의하고 뒤를 봐주고 있던 게 분명해졌다. 구미시는 일자리에 절박한 이해가 걸린 노동자들을 기만했다. 구미시는 노동자에게 피눈물을 강요하는 밀실·기만 행정을 당장 멈춰라. 우리는 KEC 폐업을 부추기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구미시에 책임을 묻겠다”고 규탄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KEC는 2010년부터 구조조정, 용역 투입, 금속노조 탈퇴 공작 등 노조파괴를 저질러 온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