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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문은커녕 공장 문까지 걸어 잠근 회사”

[기고]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조합이 그리도 무섭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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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가 전면파업을 시작한 지 오늘로 35일째입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제조하는 회사로 연 매출 1,300억 원, 영업이익률 10%에 달하는 일진그룹의 알짜기업입니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희생과 노고가 없었던들 회사가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요?

  홍재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지회장 [출처: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일진다이아몬드에서 일하는 현장노동자들의 시급은 입사 1년차나 10년차나 최저시급 8,350원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그마저도 회사는 상여금 600% 가운데 400%를 기본급과 고정수당으로 일방 변경하여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서 ‘안전할 권리’ 역시 사치였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세척, 건조, 가공하는 공정에는 불산, 황산, 헥산 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유해화학물질들이 넘쳐나지만, 회사가 지급한 보호장구는 달랑 일회용 마스크뿐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회사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 수 없어 올해 1월 7일 노동조합에 집단 가입했습니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 열악한 작업환경을 노동자의 힘으로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생산직 직원의 대다수가 가입원서를 작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조합이 설립되자마자 조합원들과 상급단체 간부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CCTV 40여대와 정문 바리케이트를 추가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한 일터에서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는 우리의 외침에 회사는 오히려 빗장을 더 단단히 걸어 잠갔습니다.

지난 6개월간 24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이 진행되었지만, 회사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허수아비 교섭위원을 내세워 노동조합의 진을 빼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회사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조합원 250명 중 180명을 협정근로자로 지정’(협정근로자는 쉽게 말해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노동자의 범위를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하자는 제시안을 교섭 석상에 내놓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조차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가 취업규칙 내용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단체교섭 제시안을 고수하다 보니, 교섭도 차일피일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4월 15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역시 ‘사측의 의도적 교섭 지연’ 행위를 문제의 원인으로 꼬집으며 조정결렬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교섭해태를 이어오던 회사는 급기야 7월 22일, 노조의 귀책사유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교섭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윽고, 회사는 관리직 사원들에게 ‘무기한 휴무’를 공지하더니 7월 24일부터 휴업에 돌입했습니다.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사측은 야멸차게도 대화의 문도 닫고 공장 문까지 닫는 것으로 응수한 것입니다.

일찍이 ‘노동존중사회’를 국민 앞에 약속했고,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인 ‘ILO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자주적으로 건설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합법적 쟁의행위조차 불법으로 매도하는 회사는 대체 어느 나라 기업이란 말입니까?

빼앗긴 임금과 권리를 되찾기 위해 나선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교섭중단과 무기한 휴무 선언을 방패삼아 ‘파업 장기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백기항복을 종용하는 ‘노조혐오’ 일진그룹에 국제기준이자 시대적 흐름인 ‘노동존중’을 요구하는 것은 정녕 무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