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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의 의지, 여성의 해고만 비껴간다?

[이슈① 신영아 노조하자] “지키는 것도 못 하면서 일자리 창출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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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① 신영아 노조하자] 순서

1. 신영프레시젼 노동자들은 LG핸드폰을 만듭니다
2. 25년 전, 스물둘, 신영에 입사했습니다
3. ‘남녀평등상’ 받은 회사에서 쫓겨난 여성노동자들
4. LG, 하청 단물만 쏙 빼먹고 베트남으로 갔다
5. 일자리 정부의 의지, 여성의 해고만 비껴간다?


[출처: 박다솔 기자]

“원청은 해외이전, 하청은 먹튀청산. 이런 쿵짝이 맞는 일자리 파괴범들이 따로 없다.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야말로, 이 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이라고, 가장 훌륭한 복지 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파괴범 LG전자와 신영프레시젼 대표이사를 처벌하고 말도 안 되는 기획 폐업과 고용 참사를 막아야 하지 않겠나? 자신의 2, 30대를 한 회사에 바쳐온 4, 50대 여성노동자의 고용은 왜 국정과제에서 비껴가나?”

- 6월 12일, 청와대 앞, 금속노조 결의대회 중 이희태 신영프레시젼분회장의 발언


‘새로운 일자리’만 편애하는 일자리위원회

신영프레시젼 노동자들은 레이테크코리아, 성진씨에스의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일자리위원회가 여성노동자의 고용참사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삶의 토대인 ‘일자리’를 없애는 회사의 전횡을 멈추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부당한 일들을 심판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 구성을 주문했다. 당선 전부터 ‘일자리만큼은 반드시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직접 일자리위의 위원장이 됐다. 일자리위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통령 제1공약과 일자리 질 개선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 높은 관심과 우려 속에 탄생했다.

2018년 4월 일자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이목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이면서 최우선 국정과제”라며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고, 좋은 일자리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출발이자 토대”라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취임 일성에서 일자리와 관련한 ‘높은 조정력’과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보겠다고도 예고했다.

하지만 고용참사를 맞닥뜨린 여성노동자에게 일자리위가 내어준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됐다. 부당해고와 기획폐업, 청산으로 1년 넘게 투쟁을 이어온 여성노동자들이 일자리위의 문을 두드린 게 지난 5월 1일. 이들은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일자리위원회를 찾았다. 그리고 5월 9일 이목희 부위원장을 포함해 일자리위원회 실무자들과 3개 사업장 노조 대표들 간의 면담이 진행됐다.

3개 사업장의 현황을 설명하기에도 모자란 시간. 노조 대표자들은 일자리위원회의 취지를 강조하며 일하고 싶은 노동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1년이 넘어가는 투쟁이 길어지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목희 부위원장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첫 면담 후 진전된 안을 가지고 논의돼야 할 2차 면담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높은 조정력’과 ‘강한 추진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자리위의 특성상 권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변명만이 들려올 뿐이다.

일자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목희 부위원장이 관련 부처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진전된 사항이 따로 없어서 2차 면담까지는 못 갔다”라며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 자문위원회지,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가 아니다. 개별 사업장 문제에 일일이 개입하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이미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에 대해 일자리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6월 18일 현재 노조는 연락조차 받지 않는 일자리위원회를 규탄하며, “지키는 것도 못 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위원회가 있는 서울 광화문 KT빌딩 아래서 농성, 집회, 투쟁문화제, 1인 시위 등을 전개하며 일자리위원회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교섭에 참여했던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 역시 “어째서 단식이나, 굴뚝 농성 같은 극단적인 투쟁에 들어가야만 정치적인 해법을 찾나”라며 “이미 1년 넘게 투쟁해온 고용 참사에 대해 정부든 정치권이든 제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출처: 박다솔 기자]

여성일자리 강조했던 일자리위

2017년 12월 일자리위원회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여성 일자리대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여성 고용노동정책 로드맵으로서 일자리위는 해당 정책을 발표하며 “여성일자리는 새정부 국정전략인 ‘성평등과 노동존중을 통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 구현’의 핵심수단”으로 “민간부문도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공무원 등 공공부문의 지나친 취업선호에 따른 노동시장 왜곡 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정책과제로는 성차별 고용관행 타파, 양질의 일자리환경 조성, 출산·육아 사각지대 해소, 경력단절여성 재고용·고용유지 촉진 등이 선정됐다.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여성노동자들과 채용과 노동조건에서 존재하는 성차별을 겪는 여성노동자를 위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전자산업과 자동차부품업 등에서 일하는 4, 50대 여성노동자들은 제조업 불황과 함께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있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고 있는 이들의 취업생태계는 불안정이 전제로 깔려 있다.

여성노동자로서 저임금을, 해고를 경험했던 이들은 해고조차 외면하는 정부를 보며, 여성 존중을 입에 담는 정부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한 조합원은 “코앞까지 와서 이야기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기만적인 이야기만 하기에 더 화가 난다”며 “신영만의 일이 아니기에, 우리의 투쟁은 훗날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프레시젼분회는 지난해부터 여당에도 적극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득은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창석 신영프레시젼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세우고 대표이사의 횡령 및 배임 문제를 비롯한 문제를 다루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증인 불출석 승인으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신영프레시젼분회는 서울시 금천구가 지역구인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도 중재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훈 의원실의 서재갑 보좌관은 “신 회장이 아예 노조를 안 보겠다고 하기 때문에 우리가 설득해서 교섭 자리를 마련했고, 다시 한 번 그런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 보좌관은 “(신영프레시젼 여성노동자들은) LG휴대폰의 케이스를 만들다 일거리가 없어진 분들이다. LG는 상관없다며 선을 긋지만 상생의 노력과 도의적 책임은 있다”라며 “사업장 이동도, 하청 업체의 고용 부분도 LG에 꾸준히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커스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