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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썬으로 나타나는 성착취 카르텔, ‘검찰’이 핵심

고 장자연씨 사건, 김학의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버닝썬 사건으로 드러난 성착취∙성폭력 카르텔 분쇄를 위한 집담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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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장학썬’으로 불리는 사건들은 특권층이 주축이 된 성착취∙성폭력 카르텔이었다. 남성 특권층이 누린 (성)접대와 (성)상납은 비즈니스로 포장됐고, 여성은 도구로써 착취당했다. 그리고 이러한 카르텔의 중심에 ‘검찰’이 가장 큰 적폐 세력으로 지목됐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9일 오후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고 장자연씨 사건, 김학의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버닝썬 사건으로 드러난 성착취∙성폭력 카르텔 분쇄를 위한 집담회’를 개최했다.

집담회 패널로 참가한 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가는 여성 착취 문제의 핵심에서 상황을 주도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적폐 핵심으로 검찰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대규모 성접대 사건의 ‘주인공’이 검사들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받은 사실을 예로 들었다.

2010년 MBC PD수첩에서 부산 지역 건설업자가 부산·경남지역 검사들에게 약 25년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던 사건을 다룬 바 있다. 부산지검장, 대검감찰부장 등을 비롯한 검사들이 룸살롱 성접대와 원정 성매매를 했다는 보도였다. 검찰은 진상규명위를 꾸려 일부 인사조치를 내리기도 했지만, ‘대가성이 확인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학의 성폭력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 수사의 문제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도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건의 피해자인 이모 씨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윤중천, 김학의 등에 의해 강간, 폭행, 협박, 성상납 강요 등의 피해를 입었다. 2013년 김학의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경찰 인지에 의해 수사가 진행됐으나 검찰에 의해 불기소 처분됐다. 이후 2014년 피해자가 김학의, 윤중천을 특수강간 등으로 고소했으나 또 다시 불기소 처분됐다. 다른 피해 여성들 사건 역시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검찰 과거사위원회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재조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집담회 패널 참가자 송란희 사무처장에 따르면 진상조사팀은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발생시킨 당시 검찰 조사를 ‘일반적인 수사’라며 두둔했다. 또한 피해자 변호인단이 공식적으로 제출한 피해자 의견서가 누락되었으며, 주요 가해자에 대한 직접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와 여성단체들은 조사팀 교체를 요구해 새로운 조사팀으로 바뀌기도 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당시 검찰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방향이 아닌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피해자의 진술은 모두 반박당했고, 검찰은 신뢰관계인 동석을 거부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성폭력 피해 장면 재연을 요구하는 등의 인권침해도 저질렀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란희 사무처장은 “현재 사건을 둘러싼 조사가 검찰 수사단과 과거사위 진상조사단,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진상조사단이 먼저 검찰의 권력남용과 인권침해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권김현영 활동가는 “뇌물로 제공받은 것 중에 별장에서의 성접대 등이 포함되어있다고 해도, 그것은 김학의 등과 같은 지위에 있는 남성들과 만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자발적 의지일 수도 있으므로 폭력도 착취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이같이 성거래가 ‘관행’이 되는 이유는 권력, 돈, 지위 등을 가진 남성들을 여성들이 욕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가정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김현영 활동가는 “여성의 몸을 접대의 매개로 삼아 상납하고 거래하는 관행이 세대와 업종을 불문하고 권력을 가진 남성의 주류 문화에 뿌리내려있다”라며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점이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차별, 혐오 문제의 중심에 좌절하거나 실패한 남성들이 있다는 가설을 정면으로 부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남성들에게까지 미치는 카르텔의 영향

권김현영 활동가에 따르면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겐 자신들이 향유하는 문화 역시 관행으로 만들 수 있는 권력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엔 ‘유독한 남성성’이 남성들 사이에서 새롭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독한 남성성’이란 이들은 여자와 성관계한 횟수로 자신의 가치를 또래들에게 증명하며, 거절을 하면 실존을 위협한다고 생각하고 즉각적으로 폭력 혹은 약물 등의 도구를 사용하며, 여성과 맺는 다른 종류의 인격적 관계에 관심이 없는 척하는 행동을 말한다. 옥스퍼드 사전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유해한’(toxic)을 꼽기도 했는데 이 단어와 함께 쓰인 단어는 ‘chemical’(화학물질) 다음으로 ‘masculinity(남성성)이 많았다.

권김현영 활동가는 “일부 특권층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프리패스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다른 남성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데 이에 좌절해서 폭력적으로 변한 남성들은 일부 남성들이 여자들을 독점한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무려 조직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이들은 특권층 남성들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혐오하고,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여성이 배급되어야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장학썬’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성폭력이 발생해야만 유지되는 산업이 존재한다면 해체돼야 마땅하다”라며 “성을 매개로 산업을 이루는 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여성착취를 비호하는 수사기관의 반복되는 비리는 성인지적 관점으로 조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