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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노조의 고소, 김용균 사망 진상규명 활동 위축시켜”

공공운수노조 성명내고,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관계자 고소한 서부발전노조 위원장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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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공공노련 소속의 한국서부발전노조가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과 사과 요구를 제기하면서 이를 규탄하는 성명이 나왔다. 노조의 이러한 행위가 고 김용균 사망 사고 이후 진행되는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4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시민들이 “내가 김용균이다”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즉각 멈춰라”라고 외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한국노총 한국서부발전노조(이하 서부발전노조)는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에 대한 고소고발을 즉각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부발전노조의 고소고발은 지금 진행 중인 진상규명 활동을 비롯하여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억제, 위축하기 위한 의도가 분명하다”라며 “진상규명과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져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공공운수노조는 또한 “서부발전노조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용균 동지와 같은 업무를 하는 한전산업개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고소고발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며 “당시에도 진정으로 고 김용균 동지의 죽음을 애도했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라고 꼬집었다.

서부발전 위원장, 허위사실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고소 나서

앞서 지난 4월 19일 서부발전노조 유승재 위원장은 개인 명의로 이태성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언론팀장(민주노총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사무장)을 명예훼손으로, 유승현 민주노총 발전노조 서부발전본부장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관련 소송 내용을 서부발전노조 소식지에도 실어 조합원들과 공유했다. 4월 24일엔 조성애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진상규명팀장(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에게 자신들에게 사과하지 않을 시 법적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도 사과를 요구했다.

유 위원장은 “이태성 씨가 개인적으로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서부발전의 주인은 노동자고, 나 역시 주인이기에 이태성 씨의 계속된 서부발전에 대한 거짓말에 대해 정신적인 모멸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는 이태성 씨 개인에게 제기한 것으로, 시민대책위나 진상규명위의 활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유 위원장이 문제 삼은 이태성 언론팀장의 주장은 △발전사들이 산재 은폐를 조장해 왔다는 주장 △서부발전이 협력업체 직원에게만 안전수칙 서약서를 받아 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 △서부발전이 구내식당 사용에서 비정규직에 차등을 뒀다는 주장 △지난해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당시 서부발전이 재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 △발전사들이 용역 발주에 있어 필요한 인력만큼의 인건비를 책정하지 않았다는 주장 △‘풀코드 스위치’를 서부발전의 승인이 있어야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 △비정규직이 서부발전 사업소 출입 시 출입증과 검문 검색에 차등을 뒀다는 주장 등 7가지다.

유 위원장은 조성애 진상규명팀장에 대해서도 조 팀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서부발전노조 조합원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공공운수노조에 공식사과를 요청하는 공문에서 “조성애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난 기기 등을 포함해 28번씩이나 현장에서 설비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에서는 개선에 3억 원이 든다며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라고 발언했다”라며 “해당 발언은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허위사실로 위 발언을 통해 한국서부발전에 근무하고 있는 서부발전노조 조합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라고 밝혔다.

“동료 사망보다 더 큰 명예의 실추가 어딨나”

이에 정재은 공공운수노조 선전국장은 “사회적 합의로 어렵게 출범한 진상규명위(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동료가 죽은 사고보다 더 큰 명예의 실추가 어딨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 위원장은 개인에게 거는 소송이라고 했지만, 이태성 언론팀장과 조성애 진상규명팀장에게 문제 제기한 내용을 보면, 모두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활동의 일환이었다"라며 "개인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그칠 내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사안사안마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고소 당한 이들 모두 큰 틀에서 하청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활동한 것이고, 사리사욕과는 관계 없다"라며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서, 동료가 위험에 내몰려서 목숨을 잃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 투쟁하기는 커녕, 이제와 죽음의 진상규명을 밝히기 위한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툰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부발전노조는 고 김용균 씨의 사망이 채 한달이 지나갈 무렵인 지난 1월 16일에도 “이제 고(故) 김용균님을 보내주자”는 입장문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부발전노조는 “안전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라며 “비정규직, 정규직 진영논리의 모순과 함정에 빠져 이성을 잃고 감정을 분출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또 “안전사고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나 탄광노동자나 선생님이나 모두 당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너무나 많은데 그것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가르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김용균 씨 사고에도) 개인의 부주의나 설비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부발전노조는 최근엔 지난 2월 당정이 발표한 고 김용균 사망 후속대책 역시 비판하고 있다. 서부발전노조 중앙위원, 중앙집행위원, 중앙파견대의원 일동은 지난 4월 18일 발표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안전 현장 쟁취 투쟁 결의문’에서 “우리는 고 김용균 노동자 산재사망사고를 둘러싼 특정 정치인과 세력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개입과 합의통용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원을 포함한 한국서부발전 임직원의 명예와 위상회복을 위해 노력한다”고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