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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삶을 위한 ‘니나(민중)’ ‘다슬’ ‘노나메기’

[새책] 백기완의 민중서사 『버선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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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쓰니 분에 넘치는 것만 같습니다. 선생님을 직접 마주하고 말씀을 들을 인연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보지 못했습니다. 워낙 선생님의 삶이 치열했고 한 생을 ‘노나메기’를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마다하지 않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매년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면서 저도 선생님의 기억 속에 남는 사람이 됐습니다. 선생님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은 제게는 특별한 일입니다. 선생님에게 ‘그래 저 놈이 영 글러먹지는 않았구나, 민중세상을 위해 조금은 보탬이 되겠구나’라고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그 바람은 제 삶의 길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 책 ‘버선발 이야기’를 읽으며 선생님께 매년 인사드리러 갈 때마다 제게 단편적으로 들려주시던 이야기의 완성본이 바로 이 ‘버선발 이야기’였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읽은 ‘버선발 이야기’의 핵심은 ‘니나’와 ‘다슬’, ‘노나메기’ 이 세 단어였습니다.


‘니나(민중)’는 바로 우리 운동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설화나 역사가 인류역사의 진보를 한 명 또는 소수의 영웅이 주체가 돼 이끌어가는 것이 진실인양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선발 이야기’는 인류역사의 진보는 역사의 가장 맨 밑바닥에 있는 민중들이 주체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이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권을 파면시키고 역사의 진보를 이룬 주체는 바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민중들이었습니다. ‘버선발 이야기’는 우리의 운명은 어디선가 나타난 영웅이나 절대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우리가 결정한다는 사상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슬’은 니나(민중)처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좀 어려운 낱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해석하건데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고 옳은 것은 좋아하고 그른 것을 미워하는 것, 그리고 그른 것을 멸하고 옳은 것을 살리기 위해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다슬’이라 이해했습니다. 그리하여 사회진보를 위해 활동한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녀야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뛰어도 옳고 그름을 잘못 판단해 그른 편에 서서 뛴다면 그는 결국 역사와 민중에겐 반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해도 생각에서만 머물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그 또한 반동의 편에 서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나메기’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를 그려주고 있습니다. 목표가 없는 투쟁은 공허합니다. 목표가 없으면 노선도 없고 방법도 찾을 수 없습니다. ‘버선발 이야기’에서 제시하는 우리 투쟁의 결과물(목표)은 바로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땀 흘려 일하고 모두 다함께 잘사는 그런 세상, 그것이 바로 ‘노나메기’입니다.

착취와 억압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 자연과 인류가 더불어 사는 세상 그것이 ‘노나메기’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노나메기‘가 그저 실현 불가능한 희망이거나 상상 속에서나 나오는 그런 이상천국이 아니라 니나(민중)가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깨우치고 확인된 실현가능한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요약컨대 ‘버선발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고 하는 물음에 답을 주고 있는 철학책이자 사상책이며 노선이라 생각합니다. ‘버선발 이야기’는 백기완 선생님과 이 땅의 자주, 민주, 통일, 노동해방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이의 일생이 담긴 책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버선발 이야기’를 읽는 순간 생소하지만 그렇다고 어색하지 않은 순우리말을 읽는 즐거움도 있을 것입니다. 처음 보는 많은 순우리말은 마치 처음 먹어보지만 토속음식 같은 구수함이 담겨있습니다. 이 또한 ‘버선발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버선발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력이 결합된 설화입니다. 그러나 ‘버선발 이야기’에서 이야기하는 사상은 그저 설화로 끝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터무니없는 희망사항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내외를 통틀어 우리 노동자의 사상이나 철학을 이야기 한 책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버선발 이야기’에는 일생을 머슴을 사신 무지랭이 할머니를 통해 노동자의 철학을, 우리의 정서와 우리의 삶으로, 우리말로, 우리 민중에게도 사상이 있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사상과 철학이 없는 운동은 그저 한 순간의 행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주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삶의 진보를 위해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노력이 승리로 마무리되길 원한다면 꼭 한 권쯤 간직하고 시시때때로 꺼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함께 읽어요!

백기완의 민중서사 『버선발 이야기』

문화재청장을 지낸 나로서는 선생은 전승도 이수도 불가능한 인간문화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버선발 이야기』의 핵심인 ‘노나메기’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벗나래(세상)를 말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버선발 이야기』는 신분사회와 계급사회의 비인간적인 현실과 억압, 착취를 우화로, 가상의 이야기로, 신화로 그리고 있다. 일종의 ‘마술적 사실주의’이다. (손호철 서강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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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기념마당 : 2019년 4월 23일(화) 19시, 프란치스코회관( 정동 경향신문사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