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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산업체 수출 무기, 예멘 민간인 공격에 사용 의혹

사우디와 UAE 주도 연합군, 민간인 대상으로 27회 공격해 최소 20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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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산업체가 수출한 무기가 동시대 최악의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 예멘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예멘에 위치한 ‘므와타나인권(MHR)’ 등 3개 인권단체는 최근 발표한 <예멘 민간인 사망과 파괴, 트라우마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역할> 보고서에서 예멘 민간인 공격 무기 명단에 한국이 수출한 방산물자 또한 포함시켰다.

  LIG넥스원이 한 방산전시회에 참가해 무기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LIG넥스원]

단체들은 6일 수출입 관련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은 관성측정장치(IMU)를 한국에 수출했으며 이는 70㎜ 유도로켓으로 조립돼 아랍에미리트(UAE) 군이 최종 사용할 목적”으로 “이를 2017년 12월 27일 최소 5천만 달러(566억7500만 원) 어치 수출했다”고 밝혔다. 즉,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최소 5천만 달러 어치의 IMU를 수입해 70mm 유도로켓으로 조립하여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했다는 것이다.

70mm 유도로켓은 고속 침투하는 적군을 정밀 타격하기 위한 무기로 2007년 미 해군연구소가 한국의 방위사업청과 MOU를 맺고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고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시제업체로 참여하며 2012년 관련 프로젝트가 본격화 된 바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0월에도 미국의 한 방산전시회에서 무기 개발 상품을 홍보하며 70mm 유도로켓을 전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를 낸 단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2015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모두 3년 간 예멘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수행한 27회 공격을 분석하고 이 공격으로인해 최소 203명이 사망하고 74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중 어린이는 최소 122명, 여성은 56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 중 16회는 결혼식 등 민간인 행사나 가택, 보트를, 5회는 교육이나 보건 시설, 다른 5회는 민간기업, 1회는 정부 문화센터를 향해 수행됐다.

  예멘 인권단체들이 발표한 피해 보고서

한국 무기 수출을 감시해온 인권단체,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최근 2~3년 예멘 내전 지역에서 한화 수류탄과 LIG넥스원의 유도미사일 등 한국의 무기들이 사용된 사진과 동영상이 발견돼 왔다.

한국은 또 UAE에 아크부대를 파견해 예멘 내전에 참전하는 특수전 부대 훈련을 하고 있다. 무기 또한 수조 원 어치를 팔았다.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난달 17일부터 5일간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 IDEX 2019에 참가하기도 했다.

쭈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끔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진 중동과 예멘 지역에서 한국산 무기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인 UAE IDEX에 방산업체 참가를 지원하는 등 무기 수출 확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정부는 중동으로의 무기 수출로 예멘 내전을 장기화하는 데 일조해 온 책임을 인정하고, 예멘의 고통으로 돈벌이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무장분쟁·테러를 조사하는 다국적 단체 ACLED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3년간 예멘 내전으로 6만223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참세상>은 LIG넥스원에 해당 무기 수출 여부와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관계자는 “유도 무기와 같은 무기수출은 외교안보상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