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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故김용균 후속대책 합의…특별조사위·정규직 논의 힘실려

시민대책위 단식 15일차에 중단...2월 9일 김용균 씨 장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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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위험의 외주화' 논란을 불러 일으킨 태안 화력발전소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대한 정규직화 논의를 조속히 매듭짓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5일 국회에서 김용균법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5일 오후 성윤모 산자부 장관과 이재갑 노동부 장관, 이호승 기재부 차관 등이 광화문 분향소를 찾았다. [출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이번에 발표된 합의문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 조속히 구성·운영해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방지방안 마련 △석탄발전소 작업현장에서 2인 1조 근무체제 시행 등 긴급안전조치 철저히 이행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공공기관으로의 정규직 전환 조속히 완료 △경상정비 분야는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구성해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하에 근로자의 처우 및 정규직화 여부 등 고용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 마련 △당·정은 이상의 방안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가칭)‘발전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TF’를 구성, 운영, 지원 등이다.

이 밖에 향후 공공기관 작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사고는 원하청을 불문하고 해당 기관장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게 된다.

시민대책위원회와 협의한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는 2019년 6월 30일까지 조사결과를 제시할 예정이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통합 노·사·전 협의체의 경우 대표성 강화를 위해 근로자 대표가 추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될 예정이다. 아직 위촉이 안 된 전문가 위원은 근로자 대표 재구성 이후 노사 협의로 선정한다.

이들의 고용은 5개 발전사 전환 대상 업무를 통합해 만들어질 하나의 공공기관에서 직접고용 한다.

산자부도 노동자 처우 및 안전강화 방안 대책 발표

  5일 오후 성윤모 산자부 장관과 이재갑 노동부 장관, 이호승 기재부 차관 등이 광화문 분향소를 찾았다. [출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같은 날, 산업통산자원부(이하 산자부)도‘김용균법 후속대책 당정협의’에 따라 '발전부문 근로자 처우 및 작업환경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자부는 2인 1조에 따른 적정인원 충원과 안전커버·펜스를 2월 중으로 모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4월 중에는 석탄발전 단지별로 근로자·시민단체 및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하여 근로자의 작업현장 개선요구를 심의하는 등 안전경영 최고 기구로 운영하고, 그 결과를 대외에 공표할 예정이다.

산자부는 그동안 제기돼 온 노무비 중간 착취에 대한 대책도 제시했다. 산자부는 해당 노무비가 제대로 지급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발전회사-정비업체 간 계약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발전정비의 경우 현재 3년인 기본계약기간을 6년으로 늘려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현재는 낙찰하한가를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입찰 평균가격을 제시한 업체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족한 대책'...아쉬움도 쏟아져

오늘 대책이 발표됨에 따라 15일차를 맞은 시민대책위 대표단 6인의 단식도 중단하기로 했다.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2월 7일부터 3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9일 발인 후 태안화력에서 노제를 진행하고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된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등은 성명을 내고 부족한 대책을 꼬집는 한편, 남은 과제들을 강조했다.

[출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시민대책위는 5일 오후 광화문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정부 발표가 있기까지 앞장서서 길을 열어주신 유가족에게 감사드리고, 시민대책위와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기대가 실망으로 추락하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고문 속에서 죽고, 굶고, 농성하고, 밤을 지새워 일군 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기자회견에서 "대기업과 정치인, 정부가 힘을 합쳐 우리 서민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었다. 부족한 일자리에 일하더라도 용균이처럼 안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됐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죽음이 반복될 것이 뻔하기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앞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 아직 많다. 도와주신 분들이 많은데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대책의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시민대책위는 "발전 5개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거부했던 연료환경설비운전 업무에 대해 발전소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서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냈다. 경상정비 업무의 정규직 전환 협의도 즉시 시작하기로 했다"면서도 "유기적으로 통합된 발전 업무가 원청과 하청으로 나뉘는 ‘외주화 구조’는 극복되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공운수노조도 같은날 낸 성명에서 "고 김용균 군의 동료들은 공공기관이지만 여전히 원청사인 발전5사와 다른 회사에 소속되는 방안이다. 안전사고가 더 빈발한 경상정비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부족하다"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불러온 자본과 관료의 논리를 온전히 무너뜨리는데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한데 통탄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의 발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민주노조로 단결한 투쟁으로 지속적으로 쟁취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우리 노동자 모두가 고 김용균 군에게 빚을 졌다. 무엇보다 지난 50여일 간, 고 김용균 군의 죽음이, 그리고 어머니 김미숙 님과 유가족의 싸움이, 현장 동료 노동자들의 투쟁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호소드린다. 공공기관이든 어느 사업장이든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는 이제 끝내야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5일 '고 김용균 노동자 문제 관련 당정 발표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을 내고 "뒤늦고 부족하나마 정부, 여당이 진상규명 등 대책을 협의해 낸 것은 자식을 차디찬 시신 안치실에 두고 겨우내 길거리에서 지낸 어머니의 초인적인 노력과, 동료를 잃은 슬픔을 투쟁으로 모아낸 공공운수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숱한 조합원들의 결의, 그리고 함께 연대하고 단결한 시민사회단체가 거둔 성과"라며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발표 내용을 철저히 준수하고 감시해 고 김용균 노동자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