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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경에서의 전쟁…트럼프 난민정책은 실패했다

[기획①]중미 난민 엑소더스와 미국 셧다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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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말] 지난달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비용(56억 달러, 약 6조3천억 원)을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셧다운’ 사태가 시작됐다. 미국 정부 기능을 폐쇄하는 이 사태가 언제 종결될지는 미지수이다. 언론들은 트럼프와 민주당 간의 갈등을 쟁점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셧다운 사태의 희생자는 미국 공공부문 노동자와 서민들이다. 이러한 셧다운 사태의 빌미가 된 트럼프 난민 정책의 문제와 중미 난민 엑소더스의 현재, 그리고 셧다운의 진실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①미 국경에서의 전쟁...트럼프의 난민정책은 실패했다
②중미 난민들은 왜 고향에서 쫓겨 왔는가 – 온두라스 사례
③미국 셧다운의 진실(워커스 2월호 예정)

[출처: 뉴욕타임스 화면캡처]

“애기도 있는데 최루탄을 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여기엔 아이들이 정말 많거든요. 아이들부터 붙잡고 뛰기 시작했죠. 너무 무서웠어요. 아이들과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죠. 우리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온두라스에서 온 35세의 애기엄마 마리아 메사가 바닥에 떨어진 최루탄통을 집어 들고 <텔레수르>에 말했다. 그는 지난 11월 25일 난민 500여 명과 함께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라 인터내셔널 노동자”라며 조속한 난민 절차를 위해 시위하다가 일을 당했다. 최루가스를 맡은 그의 한 아이는 한동안 호흡곤란에 괴로워했다. 미당국은 최루탄을 쏜 뒤에는 헬기를 띄우고 비무장 난민들을 향해 고무탄도 발사했다.

새해 역시 난민들은 최루가스 속에서 시작했다. 지난 1일에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50여 명이 비슷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돌아온 건 이번에도 최루탄이었다. 미 당국은 난민들이 돌을 던져서 최루가스를 투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AP통신 사진기자는 난민들이 돌을 던진 건 최루가스가 투입된 뒤라고 증언했다.

지난 10월 12일 중미 난민 엑소더스 캐러밴이 출발한 지 만 3개월이 다됐다. 그 사이 미-멕시코 국경에 도착한 난민들은 미국 정부와의 정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때 1만2천 명까지 치솟았던 난민 규모는 현재 1,500명으로 10분의 1 가까이 줄어들었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다. 11월 말까지도 6천여 명이 티후아나 난민보호소에 머물렀다. 가장 최근 통계치에 따르면, 2,200명이 멕시코에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는 비자를 얻었고, 약 1,300명이 추방되거나 자발적으로 돌아갔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멕시코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 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난민들이 침략자이자 범죄자가 섞여 있다며 공격해왔었다. 그러나 난민들을 냉대한 건 트럼프만은 아니었다. 후안 가스텔룸 티후아나 시장은 11월 난민들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인도적인 위기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또 난민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난민 체류 허용 여부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가 위헌 논란으로 결국엔 포기했다. 티후아나 주민 수백 명도 난민 반대 시위를 벌였었다. 이들은 난민들에게 병을 던지거나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1월 30일에는 난민 수백 명이 조속한 난민 절차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하루에 기껏해야 심사 받을 수 있는 인원은 100명도 채 되지 않아 정처 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하루하루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금 난민들의 거처는 추운 대형 스포츠센터 안팎이다. 일부는 마룻바닥에서 밤을 보내지만 많은 이들은 실외 천막에 의지하고 있다. 강우에 천막 모두가 침수해버린 일도 있었다. 우비나 담요, 옷가지 같은 것들을 지원받기도 하지만 겨울 추위를 녹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곳곳에선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과밀, 저온과 비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빈곤과 폭력으로 고향에서 얻은 트라우마에 건강 악화와 국경에서의 천대, 미국 정부의 봉쇄 정책에 우울증이 더해져 많은 이들이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미당국이 난민들 사이에 스파이를 심고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화도 늘었다.

난민 일부는 경비가 약한 철제 울타리 밑으로 굴을 파고 국경을 넘었다. 울타리를 뛰어넘거나 장벽을 기어 올라가 미국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도 철조망 밑 작은 굴을 기어갔다. 미국 지역으로 이동한 사람들은 미 당국에 구금됐다.

트럼프의 이주 억제 전략의 대가, 국경에서의 새로운 혼돈

난민들이 미국 진입에 성공한다 해도 ‘아메리칸 드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집권 뒤 강화된 난민 봉쇄 정책에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더구나 트럼프 집권 후 난민 규모가 가파르게 치솟고 이전과는 다르게 가족 단위로 난민들이 몰려오면서 트럼프 난민 정책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정책이 양산한 가장 큰 고통은 여성과 어린이가 겪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트럼프의 이주 억제 전략의 대가. 국경에서의 새로운 혼돈’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왜 트럼프의 난민정책이 실패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 언론이 취재한 한 비영리 기관이 운영하는 쉼터 네트워크는 이제 매일 200명가량의 난민을 받고 있다. 이 숫자는 1년 전 1주일 간 들어온 난민의 수와 같다. 멕시코 국경을 가로질러 가족단위로 들어온 난민의 수는 11월 25,000명을 넘어섰다. 역사상 가장 많은 규모다.

이 때문에 구금시설이나 민간 보호소는 난민들로 과포화된 상태다. 이민국과 세관당국 시설 구금자의 수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에 달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일일 수감자 평균 규모는 45,200명에 이른다. 이 수는 개인 남성과 가족을 합한 규모여서 개인별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더 많아질 것이다.

과밀 외에도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이다. 애초 미국 난민 시설은 개인 단위의 남성 위주로 운영돼 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뒤 난민 봉쇄 정책이 실시되면서 그리고 법원이 난민이 어린이를 동반했을 경우 추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최근 몇 달 가족 단위의 난민 수가 간 급증했다. 국경이나 정부 경비 기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혼란의 대부분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한 도박의 결과라고 말한다.

심지어 난민구금당국은 국경 인근 도시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난민들을 풀어주고 방치하고 있다. 많은 난민들을 그저 버스정류장에 단순히 떨어뜨리는 식이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약 600명이 텍사스 주 서부에 위치한 도시 엘패소에서 어떠한 계획도 없이 풀려났다. 유사한 사례가 최근 국경에 위치한 아리조나와 캘리포니아에서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역정부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대책 없이 풀려나고 있는 난민들 때문에 지역 정부 또한 비상이 걸렸다. 예를 들면, 아리조나 주 유마 난민 관련 지출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600%나 늘었다.

트럼프는 애초 유례없이 엄격한 국경 정책으로 중미 난민을 저지하고자 했다. 전 오바마 정부는 난민을 구금한 뒤 대게 수용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리고 이들은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흡수돼 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잡고 풀어주기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구금 뒤 추방한다는 정책을 우선했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꾸준히 봉쇄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지난해 트럼프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자 모두를 100% 체포하며 아이와 분리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법원에 저지됐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부는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게 아닐 경우, 난민들이 망명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국경에서 절차를 밟는 일일 난민의 수를 제한했다. 이 조치들이 결국 텍사스부터 캘리포니아까지 국경에서의 정체와 긴장으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는 현재 난민들이 심사 기간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국경을 따라 더 많은 난민 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 천막촌을 짓는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입안자 중 일부는 이 조치들이 즉각적으로 법원에 거부되거나 과도한 예산으로 인해 납세자에게도 정당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두를 위한 일자리

한편, 지난달 1일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에 중미와 멕시코에서 일자리를 창출해 난민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안을 제안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이 공약을 냈는데 이는 유엔라틴아메리카카리브경제위원회(CEPAL)도 지지하고 있다.

진보인사로 평가받는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미 난민들에게 추방이 아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보장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 혼자 이 위기를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멕시코 당국은 4일 위생상의 문제로 현재의 난민보호소를 폐쇄하고 난민들을 새 보호소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많은 난민들은 분열을 우려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전 공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래서 5일에는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1월 중순에는 15,000명 규모의 또 다른 난민 캐러밴이 온두라스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지난번처럼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캐러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후아나는 과포화 상태여서 이들은 이쪽으로 바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