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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수거운반,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

[연속기고] 충북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존중’시대② 쓰레기수거운반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충북평등지부 푸른환경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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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말]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산화해 간 이용석 열사의 뜻을 잇고자 매년 10월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주간’을 선포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비정규직철폐 투쟁 주간 동안 충북비정규운동본부가 주목하는 것은 간접고용 문제입니다. 고용형태가 만들어내는 차별은 심각합니다. 같은 일을 해도 차별을 당연하게 간주합니다.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해도, 꼭 필요한 일임에도 낮은 가치의 일로 취급합니다. 사용자가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은 깃털처럼 가벼운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심지어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일은 저임금`비정규직인 게 당연한 듯이 인식되는 현실입니다. 이를 바꿔내기 위한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촛불 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포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 산별노동조합들도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와 차별해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추진 과정을 보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서 간접고용이 유지되는 자회사가 거론되고, 차별을 없앤다면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업무 대부분을 저임금에 묶어 두려 합니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이런 현실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병원, 민원 콜 센터, 쓰레기 수거운반, CCTV 관제센터와 주정차 상황실 등 공공부문 간접고용노동자들과 자동차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녀들이 말하는 ‘노동존중과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어떤 것일까요?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우리의 일상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몰랐던 이들. 바로 쓰레기 수거·운반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없다면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날 것이고, 우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로 심야 시간대에 일하기 때문에 직접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어떨까? 그들의 노동은 어떨까? 그리고 이들에게 노동존중 사회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변재민 푸른환경분회 분회장에게 그러한 궁금증들을 해소할 질문들을 던져보았다.

겨울에는 방한복 한 벌, 여름에는 생수 한 병이 전부

푸른환경 소속 노동자들은 청주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청주시에는 총 8개의 업체가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며 100% 민간위탁 업체이다. 일하는 시간은 저녁 10시부터 새벽 5시 정도까지. 계절과 시기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인 업무 시간이다. 김장철이나 명절처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날, 하루 쉬고 나오는 월요일의 경우에는 더 오래 걸린다.

노동자들이 가장 힘든 때는 여름과 겨울. 1년에 절반이 고역이다. 여름에는 땀으로 목욕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른다. 다른 업체에는 차량에 에어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내놓은 대책은 생수 한 병.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너무 힘들었다. 겨울에는 추위도 문제지만 눈이 오면 대책이 안 선다. 요즘처럼 폭설이 내리면 노동 강도가 두 배는 세지는 것 같다. 회사가 주는 것은 방한복이 전부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글쎄….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가끔 고생한다고 말을 건넬 때 정도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뭘까? 노동자들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공용주택(아파트 등)의 경우에는 음식물을 한 곳에 모아서 청소차량이 가서 한꺼번에 수거하는 방식이지만, 단독주택은 일일이 집 앞에 찾아가서 방문수거를 해야 한다. 이 경우 비효율적이고 일하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방문 수거가 아닌 집중수거 방식으로 바뀌면 효율성도 높이고 노동시간도 줄어든다. 하지만 지자체는 단순히 쓰레기 수거량만으로 노동 강도나 노동시간을 생각하니 현장과 괴리가 크다.

안전장비 문제도 크다. 업체에서는 안전화와 오염을 방지하는 장갑을 주지만, 일부 업체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장갑을 적게 주기도 한다. 시에서 이런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있지 않다보니 복리후생비 등을 착복하는 업체가 생긴다.

쓰레기 수거노동자들은 모두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환경부에서 주간 작업으로 일을 바꾸라는 지침이 내려오긴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늘 야간작업이니까요. 시야가 주간보다 좁아서 사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위험한 것도 있고, 야간작업 자체가 생체리듬을 엉망으로 만들잖아요. 주간에 자고 야간에 일하다는 건 사실 몸을 망치는 일입니다. 야간노동이 수명도 단축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매일 야간노동을 하는 거죠.”

야간작업뿐 아니라 차량 뒤에 수거원이 타는 불법 발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아직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타 지역에서는 사망 사고도 있었다. “손잡이 하나만 잡고 가다보니 요철에 차가 지나가면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노동자들의 걱정과 두려움이 크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무조건 발판을 못 쓰게 하는 것이 아니다. 차량이 워낙 높아 계속 타고 내려야 하기 때문에 수거원들 몸에 굉장한 무리가 간다. “쓰레기 수거 차량의 구조가 일하는 노동자를 생각하면서 만들어져야 해요.”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변화는 늘 어렵고 느리다.

100% 민간위탁, 입찰 때마다 오는 고용불안

청주시 음식물 쓰레기 수거운반은 100% 민간위탁이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이다. “매번 입찰 때마다 업체가 떨어져서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면 어쩌지, 혹은 사람을 덜 쓰는 지역(오송 등 외곽지역)으로 가서 나나 내 동료가 해고당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든다. 차별당한다고 느낄 때는 직접고용된 생활 폐기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다. “전해 듣기로는 명절에 다 쉴 수 있고, 주어지는 작업복도 다르더라구요.” 음식류 폐기물 수거운반 노동자는 명절 당일(야간에 일하기 때문에 전날)에만 쉴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모든 업체가 간접고용이다보니 월급이나 노동조건 모두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각 용역업체가 시의 원가에 어떻게 투찰하고 낙찰 받았는지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죠. 또 각 회사별로 근로계약을 맺어서 노동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시에서 딱히 그 부분은 관리·감독하는 것 같지 않아요.”

동일한 노동을 수행해도 각 업체별로 노동조건과 급여가 다르다는 것.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시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었다. 계약조건에 업체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게끔 하는 조항들이 있지만, 시는 근로기준법을 지켰는지 확인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동일한 일을 하면 동일하게 대우 받는 게 노동존중사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물었다. “당장 될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한다. 희망도 있지만 우려도 있는 거다. 쓰레기 수거·운반 업무에 투입되는 꽤 많은 노동자들이 고령이다. 그러다보니 정규직 전환 이후 해고를 당할까봐 오히려 고용불안을 앓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회사의 압박 등을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것일까? 분회장은 ‘반드시 정규직 전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도 동일한 노동조건이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이 이상하고,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거·운반 업무는 공공서비스 영역이잖아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직접 관리를 해야만 청주시민들의 주변 생활환경이 나아지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효율성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되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쓰레기 수거 운반은 공공서비스라는 인식이 꼭 필요합니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도 중요하구요.” 맞다. 쓰레기 수거 운반은 공공서비스 영역이다. 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노동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일이다. 정규직 전환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만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현장 분위기가 바뀌었냐고 하자, 아직 노동존중이라는 정책과 슬로건이 현장까지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분회장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노동존중 사회’를 물었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없어지는 것이죠.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면 동일한 노동을 하는 사람이 동일하게 대우받는 사회가 노동존중 사회 아닐까요.” 그의 말처럼,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가 어서 도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