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인공호흡기 단 근육장애인들 침대에서 외치다 “우리를 살려 주세요”

활동지원, 특례업종 제외되면서 월 208시간 노동시간과 휴게시간 의무 도입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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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근육장애인 배현우 씨. 침대엔 “차라리 안락사 시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팻말이 걸려 있다. [출처: 비마이너]

“이제 활동지원사도 8시간 일하면 1시간 휴게시간 가져야 하잖아요. 사실 9시간 일했지만 휴게시간은 무급이니깐 수당 없이 1시간 더 근무한 채 1시간 늦게 퇴근하는 거예요. 대체인력 투입한다는데 호흡기 근육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석션, 기침유발기, 앰부(수동식 인공호흡기) 등 전문적인 의료기기도 다룰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호흡기 근육장애인은 유독 활동지원사 구하기가 더 어려운데 1시간 대체인력으로 이 일을 할 사람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우리들은 아무 경험 없는 대체인력한테 우리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겁니까?” (배현우 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 집행위원장)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근육장애인 배현우 씨. 그의 침대 옆엔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팻말이 걸려 있었다.

‘고위험 희귀난치 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는 10일 오후 2시, 근육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Shouting on the bed(샤우팅 온 더 베드, 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근육장애인들은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활동지원제도가 격동하자, 이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근육장애인들의 절박한 삶을 알리고자 대한문에서 청와대 앞 분수까지 2시간가량 행진했다. 이들은 장애로 인해 대부분 침대 생활을 하는 근육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직접 침대를 끌고 나왔다. 행진엔 근육장애인과 활동지원사, 가족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생존권과 활동지원사를 기만하는 휴게시간 적용 추진을 중단하라”라며 활동지원사를 특례업종으로 다시 지정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또한, 고위험 희귀난치성 근육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활동지원서비스 시행을 요구하며 △최중증 근육장애인 차등수가제 적용 △신경근육질환 27종에 해당하는 호흡기 사용 와상 근육장애인 활동지원 확대 시행 △근육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지원 확대 및 개선 등을 촉구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근육장애인 머리맡에 “국무총리님 살고 싶어요. 살려주세요”라는 피켓이 걸려있다. [출처: 비마이너]

# 근육장애인들 ‘활동지원사 특례업종에 다시 포함하라’ 요구… 그 이면엔 바우처 제도 문제 존재

이들이 이날 강하게 지적한 휴게시간 문제는 지난 2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사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불거졌다. 법 개정으로 7월 1일부터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사가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1:1 대인서비스라는 활동지원 노동 특성상 당장 휴게시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보건복지부는 고용노동부와의 협력으로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갖기로 했다.

휴게시간 대책으로 현재 복지부는 ①활동지원사 간의 교대 근무 ②휴게시간에 한해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 예외적 허용 ③휴게시간 대체인력 지원, 이 세 가지를 내놓았다. 그러나 활동지원 현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급기야는 “활동지원사를 특례업종으로 재지정하라”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날 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는 ‘활동지원사를 특례 업종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는데, 이 요구 이면엔 시간당으로 계산되는 활동지원 바우처 제도로 인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과거 사회복지서비스업은 특례를 적용해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할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한 월 최대 노동시간 208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었으며, 휴게시간 또한 변형된 형식으로라도 부여되었어야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특례조항이 ‘초장시간노동을 부추긴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있어왔고, 올해 2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특례업종은 현행 26개에서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서비스업도 특례 업종에서 제외되어 이젠 주 52시간(월 208시간)의 노동시간과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의 무급 휴게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주 52시간 노동의 경우, 사업장 규모에 따른 단계적 적용 계획에 따라 50~299인 규모의 사업장(활동지원기관 대부분이 이에 포함)은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활동지원 노동은 시급제라는 것이다. 한 달 208시간이면 2018년 활동지원 시급 기준(8070원)으로 168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낮은 수가로 인해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문제는 방치한 채 근로기준법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이는 활동지원사 임금 삭감으로 이어져 결국 활동지원사 이탈만을 부추기게 된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더더욱 어렵게 되어 급기야 생존권 자체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이날 근육장애인들이 침대를 끌며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절박하게 외친 이유다.

‘활동지원사를 특례 업종으로 지정하라’는 목소리 이면엔 시간당으로 계산되는 활동지원 바우처 제도로 인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이날 현장에 나온 장애인과 그의 침대를 밀고 있던 활동지원사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봤다.

  근육장애인 배현우 씨와 활동지원사 박영복 씨(왼쪽 베이지색 재킷) [출처: 비마이너]

# case 1. 장애인 이용자 배현우 씨와 활동지원사 박영복 씨
“동생도 저도 호흡기 근육장애인인데 ‘둘이 같이 산다’고 24시간 지원이 안 된대요”


- 장애인 이용자, 배현우 씨(35세)

이번 달에 서울시가 24시간 지원 대상자를 100명 더 추가했는데, 전 그 대상에서 제외됐어요. 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요. 그런데 동생도 저처럼 인공호흡기 쓰는 중증 근육장애인이에요. 한 달 활동지원 시간은 복지부, 서울시, 도봉구 다 합해서 550시간 받아요. 동생도 똑같이 550시간이에요. 제가 남자니깐 남자 활동지원사가 필요한데 남자는 정말 구하기 힘들어요. 한 달에 208시간만 해줄 사람은 더 구하기 힘들죠.

활동지원사분들이 저희를 혼자 둘 수 없으니깐 부족한 시간은 무급으로 일해주세요. 낮엔 각각 한 명씩 따로 쓰는데 시간이 부족하니 밤엔 한 명 밖에 못 써요. 문제는 활동지원사가 1명밖에 없는 밤에 응급 상황으로 병원 갈 때요. 작년에 실제 그런 일이 있었어요. 새벽 3시에 제가 너무 아픈데 활동지원사가 1명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동생과 저, 둘이 같이 못 움직이잖아요. 그때 낮에 일하는 활동지원사분이 가까이 살아서 새벽에 긴급히 와달라고 연락했어요. 그리고 저는 병원까지 119 타고 갔는데 그때 그분이 가까이 살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저도 동생도, 손가락 밖에 못 써요. 전화도 활동지원사가 해줘야 가능해요. 그 일 있고 서울시 찾아갔는데 서울시는 24시간 지원이 ‘1인 독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때 서울시 자립지원과장인가, ‘그렇게 위험하면 병원에 살지 왜 자립하냐’고 했어요.

제가 워낙 최중증이니 활동지원사분이 제게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6개월은 걸려요. 지난 4월에도 사고가 있었잖아요. 어머니도, 두 아들도 근육장애인인데 활동지원사 퇴근 후 둘째 아들 호흡기 호스가 빠진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가 최중증 근육장애인이라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들이 사망했는데… 저도 동생이랑 단둘이 살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죠?

- 배현우 씨 활동지원사, 박영복 씨(30세)

지금 배현우 씨 활동지원만 한 달에 400시간 정도 해요. 일주일 중 일요일만 쉬고, 6일 중 이틀은 24시간 풀로 일해요. 나머지 4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루 12시간 정도 일하고. 수가가 낮으니까 오래 일할 수밖에 없죠. 수가 높으면 이렇게 오래 일 안 하죠.

한 달에 208시간만 일하고 휴게시간까지 지키라고 하면…. 이 일 못 할 거 같은데요. 낮은 수가가 제일 문제인데 이렇게 되면 저 같은 젊은 사람들은 다 그만두려고 할걸요. 그래서 사실 다른 일 해볼까 싶어서 요즘 쇼핑몰 준비하고 있어요.

  근육장애인 박동석 씨 [출처: 비마이너]

# case 2. 장애인 이용자 박동석 씨와 활동지원사 김현경 씨
“지금도 사실 틈틈이 일하면서 쉬는데… 휴게시간 크게 필요치 않아요”


- 장애인 이용자, 박동석 씨(30세)

경기도 시흥에서 왔어요. 가족과 살아서 독거 특례 인정이 안 되니 활동지원 시간이 한 달에 158시간밖에 안 돼요. 그런데 부모님은 연세가 있어 사실상 절 케어해줄 수가 없어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안돼요.

자립하고 싶은데 활동지원 시간 때문에 못 하고 있죠. 휴게시간 도입되면 휴게시간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청년일자리로 대체인력 투입한다고 하는데 전문성 없는 사람일 거잖아요. 아니면 가족한테 맡기라는데 가족이 일하다가 저 보러 한 시간 왔다 가라는 말이에요? 활동지원제도 목적이 애초에 가족 짐 덜어주고 장애인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건데 제도 목적과도 완전 안 맞잖아요.

휴게시간 때 활동지원사분들 이용자랑 같이 집에 있지 말고 나가서 쉬라는데 어디 가서 있으란 말인지, 말도 안 돼요. 일하면서 가끔씩들 쉬는데 이런 식으로 휴게시간 강요하면 사실상 무급 노동 강요하는 거예요. 퇴근시간 더 늦어지는 거죠.

- 박동석 씨 활동지원사, 김현경 씨(가명, 50대 후반)

지금 휴게시간은 사실 카드로만 종료하고 일은 계속하는 상황이죠. 바우처 카드만 휴게시간이에요. 휴게시간 관련해서 센터에선 이용자 집에 있지 말고 밖에 나가 있으래요. 그런데 나가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요. 옆에서 케어해줘야죠. 주변 활동지원사들도 다 휴게시간 필요 없데요. 저도 크게 필요치가 않아요. 이용자가 필요할 때만 서비스 제공하는 거라서 전 틈틈이 쉬면서 일하거든요.

동석 씨 말고도 하루 2시간씩 장애아동 활동지원 하고 있어서 한 달에 180시간 정도 일해요. 특례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한숨) 고충이 많죠. 저야, 남편도 벌지만 혼자 벌어서 자녀 양육하는 사람이면 한 달에 208시간 일하는 걸로는 어렵죠. 제가 활동지원 일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오늘 들어온 사람이랑 저랑 똑같은 수가 받아요. 활동지원 수가가 연차별로 높아지면 좋은데…. (생계 때문에)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엽 씨. 그의 오른쪽에 어머니가 서있다. [출처: 비마이너]

# case3. 장애인 이용자 임성엽 씨와 활동지원사 민경화 씨
“노동자 인권 중요한데요, 근육장애인 생존권과 충돌하는 거 같아요”


- 장애인 이용자, 임성엽 씨(30세)

10월부터 서울시가 활동지원 24시간 대상자를 100명 더 지원하면서 이번 달부터 24시간 받게 됐어요. 전 혼자 살아요. 그전엔 590시간 정도(복지부 390시간, 서울시 200시간) 받았어요.

저 같은 최중증 장애인은 활동지원사가 와서 일 익히는 데 몇 달 걸려요. 지금은 최중증이라도 경증장애인이랑 시급이 같으니 저 같은 최중증은 기피 대상이죠. 인센티브를 더 주는 쪽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 달에 208시간으로 일하는 시간 줄고 휴게시간까지 적용되면 결국 활동지원사 입장에선 시급이 적어지니, 저 같은 사람들은 활동지원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겠죠.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날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커요. 아무도 없는 사이에 돌아가신 분들이 이미 많잖아요. 혼자 있는 사이 넘어졌다가 돌아간 분도 있고. 그다음은 제가 되지 않을까. 그런 불안감이 크죠. 우울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도 국민인데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노동자 인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근육장애인 생존권이랑 충돌하는 거 같아요.

- 임성엽 씨 활동지원사, 민경화 씨(48세)

그전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식으로 하루 12시간 정도 일했어요. 한 달에 300~400시간 정도 일하죠. 지금은 하루 24시간 풀로 일하고 다음날 24시간 쉬는 식으로 일해요. 그 전이랑 일하는 시간은 비슷해요.

한 달에 208시간밖에 일할 수 없게 되면요? 글쎄요, 이 직업을 그만둬야 하나…. 아예 다른 직업 찾던가, 아니면 빈 시간에 다른 일 구해서 두 가지 일을 함께하던가 해야죠. 장시간 일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급여 문제가 가장 크죠.

휴게시간 도입되면 저희도 불편하고 이용자도 불편해요. 이분들 외출 준비만 두세 시간이 걸리는데 중간에 어떻게 쉬어요. 4시간 일하다가 30분 쉬라는데 어디 갈 데도 없잖아요. 설령 대체인력이 온다고 해도 그 사람이 호흡기 다룰 줄을 알아요? 한눈 팔다 호흡기라도 빠지면요? 근육장애인분들은 목소리도 작은데 혹시라도 그때 부르는 소리 못 들으면요?[기사제휴=비마이너]

  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가 10일 오후 2시, 근육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Shouting on the bed(샤우팅 온 더 베드, 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한문에서 청와대 앞 분수까지 2시간가량 행진했다. [출처: 비마이너]

  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는 장애로 인해 대부분 침대 생활을 하는 근육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직접 침대를 끌고 나왔다. [출처: 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