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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함식 반대, “제주도 군기지화는 항상 민주정부가 강행”

[인터뷰]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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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둑.
누군가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소리인가. 천막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구슬프다. 비가 내리든 햇볕이 내리쬐든 상관없이 강정해군기지 근처 천막에선 오전 11시면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가 열린다. 그곳에서 강정주민들과 지킴이들은 강정의 평화를 노래한다. 미사를 수년간 이어온 문정현 신부의 얼굴이 유난히 어둡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관함식(이하 관함식, 국가의 원수 등이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의식) 행사를 제주 강정해군기지에서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함식 개최 여부를 두고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또 한 번 갈라지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관함식은 사열식만 하는 게 아니다. 방위 산업을 전시할 뿐 아니라 해상침투시범도 보인다. 규모가 크다보니 제주 앞바다를 군함들로 가득 채울 거라고 한다. 실제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을 비롯해 전 세계 45개국의 함정 50여 척, 항공기 20여 대가 제주 앞바다에 들어올 예정이다.

더구나 청와대가 관함식 개최를 종용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부추겼고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도 훼손하게 만들었다. 사실 강정마을회는 지난 3월 30일 임시총회에서 국제관함식 유치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청와대의 설득으로 관함식 유치에 대한 건이 재상정됐고 이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이 심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에 방문해 사과를 한다면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반대하는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마을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비난했다. 결국 7월 28일 주민투표로 국제관함식 유치가 결정됐다.

그래서일까.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심히 백배를 하고, 선전전도 하는 군사기지화와 관함식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는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표정이 비장하다. 비참한 마음을 누른 비장함이다. 그들은 관함식이 강정해군기지에서 열리면 제주해군기지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장이 될 것이므로 사실상 제주는 더 빠른 속도로 군사기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가랑비에 속옷 젖는 줄 모른다고, 시민들은 군함이 바다위에 뜨고 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문제의식이 희미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초점은 관함식 행사에서 일본 군함에 욱일기가 게양되는지에만 모아지고 있다. 이에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이하 반대주민회) 고권일 공동대표를 만나 그간의 과정과 반대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고권일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고권일 강정해군반대주민회 공동대표 [출처: 김용욱]

국제관함식이 강정 해군기지에 유치된 과정이 어떻게 되나?

마을회가 2월말에 해군으로부터 관함식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받았어요. 마을회는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반대주민회 사람들에게도 묻겠다고 연락이 온 거죠. 관함식이란 말 자체를 처음 듣는 거예요. 관함식이 뭔지 알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하죠. 관함식이 뭐냐 물으니까 마을회장도 잘 모르더라구요. 그러니 뭘 알아야 찬반을 얘기할 거 아니야. 그래서 3월 23일 해군이 하는 설명회를 들었어요. 문재인 정부가 명예회복과 공동체회복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으니 잘 모르겠지만 마을도 손해 볼 행사는 아니지 않을까,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을 했는데 설명회를 들으니 그게 아니에요.

이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행사더라구요. 강정마을뿐만 아니라 서귀포 일대 바다에서 하는 건데 거의 서귀포에서 화순까지 그 바다를 해군이 다 쓰는 거예요. 해상과 공중 모두 다 쓰는 행사였죠. 해상사열, 상륙시범, 해상 화력시범, 함포 사격도 해요. 공중에서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면서 축하퍼레이드 같은 걸 하고요. 처음 사열식이라고 하니까 군함들을 기지에다 모아놓고 대통령이 해군기지에서 오가는 정도, 국군의 날 광장 안에서만 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요. 군함이 쭉 도열돼있으면 대통령이 거수경례 받고 끝나는 정도인 줄 알았죠. 외국에서 초대하는 군함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국내 군함도 다 제주에 오는 거예요. 우리가 생각했던 규모가 아닌 거죠. 제주도 전체 남쪽바다가 쓰이고, 공중도 다 쓰이는 건데 왜 우리만 결정해야 하나. 강정에서만 결정했다가 제주도민이 반대하면 뭐가 되겠어요?

제주군사기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안보하면 북한과의 대립이 가장 큰 것이었어요. 사실 지역안보 틀로 미국, 일본과 동맹을 맺어서 중국을 포위한다는 개념은 더 이상 일반 국민들한테 설득하기 어렵지 않나요? 모든 나라하고 균형 있게 외교를 해야지 한쪽 편만 드는 건 위험하잖아요. 환경운동가들은 바다가 망가지는 걸 계속 얘기해왔던 거고.

강정에 해군기지 만들면서 해군기지로만 쓰는 게 하니라 민도 함께 쓸 거니까 제주도 지역경제에 기여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명칭도 ‘민군복합관광미항’이었잖아요. 크루즈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오는데 우리나라가 사드배치를 하고나자 중국이 대놓고 관광객을 보내지 않고 있잖아요. 이런 상태에서 크루즈항을 만든다고 해도 크루즈가 들어올 확률도 적어졌지만 크루즈 터미널조차 완공이 안됐어요. 해군기지는 지은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 국제적 행사를 제주도에서 하고 나면 여기는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해군기지라고 선포하는 거죠.

[출처: 김용욱]

서치타보고서라는 게 있어요. 제주도가 군사전력상으로 굉장히 중요하기에 미국이 그 기지를 반드시 활용할 수 있어야한다는 내용이에요. 작은 배부터 조금씩 보내다가 최종적으로는 항공모함을 보내서 여기를 군사적으로 미국이 써야지 앞으로 중국과 군사적 대립을 할 때 월등하게 유리한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니 공을 들여서 제주도를 접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예요. 이게 누가 작성했냐하면 주한미해군 사령부의 작전참모로 있는 데이비드 서치타 중령이에요. 그러니 그 내용이 굉장히 신빙성이 높다고 볼 수 있죠. 작년에 미국에 이지스함이나 핵잠수함 들어왔을 때도 서치타보고서 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어요. 미군은 언론을 통해 일개 장성의 논문일 뿐이다, 공식적인 것인 아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얘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가고 있다고 우리는 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군사적 이유로 방문하지 말고 휴식이나 봉사활동을 위해 짧게 보내라, 그 기간 동안 관광을 다니거나 봉사활동만 해라. 점차 큰 함정과 보급이나 작전을 통해 핵잠수함까지 보내고 최종적으로 주의 깊게 항공모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구요. 제주도민들의 반미정서를 우회하는 방법들이 기술된 보고서에요.

우리들은 여기에 항공모함이 접안하기 시작하면 군사시설이 추가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항공모함은 접안하는 순간 비행기를 내려놓아야 되기 때문에 공군기지를 만들어야 해요. 정지한 상태에서는 폭탄을 주렁주렁 매단 전투기가 이륙이 안 되니까 전투편대들은 육상에 내려놓아야 되거든요. 제주 제2공항이 결국에는 공군기지가 되는 거죠.

그러니 관함식은 공식적으로 제주해군기지를 전략기지화하는 거죠. 미 해군 함정들이 들어와서 기항하고 공군기지 들어오고 제주도 자체가 군사기지화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문을 열어주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 진짜로 우리가 역사의 죄인이 되는 거잖아요. 우리 도민들한테도 강정에 사는 후손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일 수도 있는 거예요.

관함식 유치 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도 훼손했다는데

마을총회가 3월 30날 있었는데 그때 대다수가 주민들이 이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어요. 유치 부결 결과를 해군한데 통보했죠. 그런데 마을회장은 대통령이 이번에 오면 우리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데 왜 그걸 반대하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청와대에 찾아갔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후에 청와대에서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4번이나 왔어요. 6월 지방선거 끝나고 7월이 되자 청와대에서 사람들이 와서 대통령이 유감표명 하러 오시니까 관함식 유치에 대해 재결정을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우리들은 마을총회에서 한번 결정한 것인데, 왜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어기고 왜 또 해야 하냐, 그때랑 달라진 게 뭐가 있냐고 따져 물었죠. 아무런 여건 변화도 없는데 동일 사안으로 재결정을 종용하는 게 말이 안 되자나요. 관함식이 있어야 대통령이 사과한다고요? 대통령 사과는 관함식과 무관하게 별도로 해야 하는 거죠. 적어도 촛불정부 대통령이라고 자처했다면 11년간의 아픔과 갈등에 대해 조건 없이 했어야 했죠. 마을주민들이 어리석어서, 대통령 사과와 명예회복 약속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몰라서 관함식 반대 결정을 했던 것이 아닙니다.

아침 7시 해군기지 앞 백배 [출처: 김용욱]

그러나 마을회를 중심으로 관함식을 유치하려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어요. 8월 22일 찬반토론회를 열었는데 이제까지 해군기지를 반대했던 주민들조차 ‘너희들이 뭔데 대통령 온다는 걸 걷어차냐’ 고함을 치며 윽박지르더라구요. 찬반토론회는 찬반동수의 대표와 토론자가 발제와 토론을 통해 찬반의 이유와 근거를 주장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의문점을 해소해야합니다. 그래야 왜 찬성해야하는지 왜 반대하는지 결정하지요. 2007년에 해군기지 토론회 할 때도 국내 5개 기지가 있는 모든 도시를 다 현장시찰을 하고 장단점을 분석해서 마을에서 각자 찬반을 보고해가지고 그걸 바탕으로 토론회를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 준비 없이 그냥 사람들만 모아놓고 ‘찬반을 각자 말씀하세요.’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 말싸움밖에 안 되는 거죠. 토론회가 아니죠.

그러더니 다음에는 마을총회를 하겠다고 해요. 그것도 그냥 총회가 아니라 주민발의 총회라고 마을주민 100명이 발의하면 마을회장이 받아들여서 하는 거로 한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마을회는 책임을 더는 거죠.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마을회장이 총회를 소집 한다면 우스운 꼴이잖아요. 그래서 주민발의 총회를 한 거죠. 불과 하루만에 100명의 발의를 받았어요. 마을 ‘향약’ 상 마을 주민이라고 하면 만 20세 이상이고 여기서 태어났거나 5년 이상 거주하는 자인데, 이걸 증명하려면 적어도 생년월일 기재란과 함께 전입여부와 그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양식을 사용해 서명 연명부를 작성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그리고 마을투표관리위원회가 곧 마을회인데 중립성을 지키지도 않았죠. 마을회장이 청년회를 독려하여 관함식 유치를 찬성해달라는 유인물을 집집마다 뿌렸어요.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바로 투표를 한 거예요.

그리고 향약 상 주민을 대상으로 투표를 할 거면 향약 상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죠. 그전에 한 설명회는 마을임원들에 대한 설명회였고 일반주민들을 위한 설명회가 아니었거든요. 현재 강정마을은 향약 상 투표권 있는 사람이 1600명 정도 된다고 봐요. 300~400명이 부재자라고 했을 때 그 사람들을 빼면 1200명 정도니까 적어도 절반인 600명이 투표를 해야 정당성이 있는 거죠. 근데 447명 했어요. 우리 반대주민회는 이 임시총회와 주민투표가 절차상 전혀 맞지 않아 조직적으로 투표를 거부하고 법원에 고소했어요.

선민네트워크 같은 보수단체들은 관함식은 환영하는데 욱일기는 안된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욱일기 반대 목소리는 민족감정을 바탕으로 터져 나온 거죠. 일제에게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다 욱일기 반대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더 큰 문제는 말하지 않죠? 관함식이야말로 제주도를 군사기지화하는 그 시작점이자 마침표인데.

제주해군기지가 우리나라 평화와 안보에 도움이 되는 거냐. 아니죠.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동북아시아 군비경쟁을 계속 높이는 결과만 부를 겁니다. 지금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 선언에는 군축과 군사도발행위 근절이 가장 핵심적인 약속이지 않습니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대전제인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만의 비핵화는 아니지 않습니까. 핵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도 핵전력이에요. 그런 면에서 관함식은 한반도 평화분위기에 어긋나는 행사에요. 정부는 10월 1일 국군의 날 퍼레이드도 없애고 축제분위기로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로 대신하는데 관함식만큼은 역대 최대 규모로 하겠다는 건 모순입니다.

[출처: 김용욱]
  • ㅇㅇ

    꺼져여, 군축은 북한에 대한 군축이지, 나라 전체에 대한 군축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