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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 두고 공공운수-보건의료노조 갈등 커져

오는 20일, 민주노총 중집 열어 관련 문제 다시 한번 논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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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가 산별중앙교섭에서 합의한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두고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다른 산별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최저임금에 기반한 기본급을 설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저임금으로 고착시켜 놨다는 비판이다. 또 최하위 직무군이 정부의 표준안보다 넓게 설정돼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의 이해가 걸려있는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여성연맹 등은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노조가 민주노총 측에도 대응을 주문한 만큼 민주노총도 해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각 산별노조의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13일 ‘보건의료노조 산하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이 포함된 2018년 산별중앙교섭을 타결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직접고용과 고용승계 원칙 △기존 임금 저하 금지 △가군(미화, 주차, 경비, 식당, 콜센터)과 나군(시설관리), 다군(기타)으로 직무 구분 △별도직군의 임금체계 설계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기본급 설계 △식대, 상여금, 복지포인트, 복리후생 등은 의료기관별로 노사 합의 △정년 △임금격차 해소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정착을 위한 산별임금체계 마련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과 정원 확충 등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산별중앙교섭의 최대 쟁점이었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 ‘보건의료노조 산하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으로써 파견용역직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물꼬를 텄다”며 가이드라인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타결 전후로 이 같은 합의안이 알려지면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공운수노조의 요청에 따라 13일 비상 상무집행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반대, 정부 표준임금체계모델(안) 도입 반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화를 위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를 제안한 상황이었음에도 보건의료노조가 공공병원 노사정 TF를 통해 ‘보건의료노조 산하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합의하는 과정에 민주노총과 소통, 공유하지 않은 데 문제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보건의료노조 소속 노조에만 적용되는 합의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그 적용 대상이 확대되거나 정부차원에서 공공부문 전반에 적용하려 할 경우 총력투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저임금 고착화 하는 가이드라인 폐기해야

같은 날 공공운수노조도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가이드라인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가이드라인의 임금체계는 정부의 표준임금체계(안)보다 후퇴한 차별적 임금체계”라며 “정부안과 마찬가지로 정규직과 분리된 임금체계이며, 전환 직종의 노동 가치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직무 가치만을 기준으로 최하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더구나 정부가 청소와 경비만을 최하위로 분류한데 더해 주차, 식당, 콜센터까지 최하위 직무군으로 분류했다”라며 “시작 임금은 법정최저임금으로 못 박았고, 최대 임금은 현재 시중노임단가 수준으로만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는 내용적 측면뿐 아니라 가이드라인 합의 과정 역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병원 노사정 TF의 구성과 논의 과정은 공개조차 되지 않았고 공공병원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소속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등 다른 조직은 배제됐다”라며 “더구나 의료노련은 한국노총의 반대 입장을 수용해 가이드라인에 최종 합의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공공병원 노사정 TF 합의조차 아닌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합의가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에만 적용된다고 하나 민주노총 가맹조직이 정부의 표준임금체계(안)의 핵심을 수용했다는 점은 다른 가맹 및 산하 조직의 사업장, 나아가 미조직 사업장에서 차별적 임금체계에 대한 사측의 공세를 강화하고, 공동의 대응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연맹의 이찬배 위원장은 “직접 고용을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받으려고 정규직을 원하는 건 아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산하 사업장에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업장의 교섭에 영향을 미쳐 처우가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노조의 비정규직들은 이미 표준노임단가의 90%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비판이 왜곡된 선전과 비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17일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임금체계가 아니”라는 입장과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기본급표는 기본급표일 뿐 최종임금이 아니다. 최종임금은 기본급에다 노사합의로 정하는 기본급 이외의 임금까지 포함된다”라며 “정규직 임금체계가 아닌 별도 직군 임금체계를 설계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고, 용역계산비와 예산 규모의 한계가 명확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공공운수노조에 왜곡된 선전과 비방을 중단하고 성명을 철회할 것, 산별교섭 산별투쟁 훼손과 부당한 간섭 중단하고 공식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엔 보건의료노조 표준임금체계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보건의료노조 조직에 대한 명예 회복, 사실을 왜곡하는 성명과 집단 항의 방문 등 조직 내 민주적 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엄격한 조치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시 한번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