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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의 옥중출마 선언

[워커스 인터] 룰라와 노동자당 곁을 지키는 브라질 민중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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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mocracyNow!]

룰라, 투옥되다

2018년 4월 6일,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가 부패 혐의로 12년 1개월이라는 형량을 선고받고 브라질 남부 지역의 쿠리티바에 있는 감옥에 수감됐다.

수차례의 항소에 번번이 패소한 끝에, 브라질 남부 상베르나르두 도 캄푸에 위치한 ABC 금속노조의 본관에서 체포영장을 3일간 거부하며 저항하던 룰라가 마침내 끌려 나왔다. 건물 앞에는 수천 명의 노동자당(PT) 지지자와 활동가들이 인간띠를 잇고 폭죽을 터뜨리며 “룰라를 석방하라”라는 구호와 함께 거세게 저항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등을 쏘며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고무총탄에 맞은 사람을 포함해 여덟 명이 부상당했다.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경찰을 향해 직접 걸어 나온 룰라는 시위대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록 내가 이제 감금되지만, 나는 한 명의 유한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여러분들 마음 속의 개념들과 뒤엉킨 어떤 이상(idea)이 되었습니다. 나를 잡아간다고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수십만 명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이어 룰라는 브라질 공산당과 PSL(Partido Socialismo e Liberdade)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36세의 청년들 마누엘라 다비야와 기에르메 불로스에게 브라질 민중의 앞날을 부탁하며 경찰 이송용 헬리콥터에 몸을 싣고 감옥행을 택했다.

그 뒤로, 하루에 한화 1억6천만 원 상당의 벌금을 무릅쓰고, 룰라가 투옥된 감옥 인근 상타 캉지다에 수백, 수천 명의 시위대를 실은 버스 행렬이 물밀 듯이 브라질 전역에서 이어졌다. 노동자당이나 그 지지자들뿐 아니라, 브라질 대중전선(Frente Brasil Popular: FBP), 무토지 농민운동(Movimento dos Trabalhadores Sem Terra: MST), 전국학생연대(União Nacional dos Estudantes: UNE), 브라질 노총(Central Única dos Trabalhadores: CUT) 등 광범한 좌파진영의 범민중적 공동전선이 구축돼 룰라가 수감 중인 쿠리티바 인근의 토지를 점거하고 장기농성에 돌입했다. 쿠리티바뿐 아니라 브라질리아, 포르타레자, 마세이오, 호아오 페소아 등 브라질 각지에서 룰라의 석방을 요구하는 장기 점거농성들이 대규모로 이어졌고 연이어 대중적 분노가 시위로 분출했다. 350,000호의 무토지 농민 가족이 토지를 점거하고 있는 대규모 민중운동 단위인 MST의 활동가 루시아나 알폰소는, 더네이션지와의 인터뷰에서, 4년간 점거하던 땅을 잠시 뒤로 하고 쿠리티바로 왔다며 “룰라가 감옥에 있으면, 가진 것 없이 땅을 일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노동자들은 모두 망하게 된다. 룰라가 석방될 때까지 우리는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러한 저항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8월 23일 현재, 브라질 내에서만 24개가 넘는 단위들이 공동으로 룰라석방위원회(Comitê Lula Livre)를 구성해 룰라의 석방과 출마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DemocracyNow!]

옥중출마 선언

체포 이후 4개월이 흐른 2018년 8월 현재, 감옥에 수감된 룰라 전 대통령은 10월 7일로 예정된 브라질 차기 대통령 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룰라의 출마에 대한 실질적인 가능성은 첨예한 법제적 쟁점이 됐고, 유엔 인권패널과 룰라의 변호인단, 브라질 두 개의 대법원에서는 이 문제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7월 27일 룰라의 변호인단은 유엔 인권패널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다음의 세 가지 요구를 내걸었다. 첫째, 룰라가 즉각 감옥에서 석방될 것. 둘째, 언론과 정당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을 것. 셋째,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할 것. 둘째 요구와 셋째 요구는 유엔 인권패널에서도 손을 들어줬으며, 수감 상태에서도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고, 2018년 대선에 후보로서 출마할 수 있도록 유엔 인권패널이 브라질 정부당국에 요청한 상태이다.

룰라의 옥중출마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공방이나 룰라의 석방 여부와는 별개로, 이미 룰라는 노동자당의 대선후보로 투표용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TSE법 (브라질의 선거관리법) 23-549 3조에 의거해, 법적으로 노동자당이 룰라를 후보로 올려두었기 때문에, 투표 과정에서 룰라가 배제될 수 없는 상황이다. 룰라는 비록 항소에서 패소했지만, 곧바로 재소를 하는 과정 중에 있고, 이 가운데 룰라가 감금돼 있는 상황은 위법한 신체구속에 해당한다는 것이 룰라의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룰라의 옥중출마 선언에 이어,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룰라의 지지율은 8월 23일 현재 부동의 1위인 39%다. 한 달 사이에 9%나 상승했으며, 19%의 지지율로 2위를 달리는 극우 육군장교 출신 자일 볼소나루와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다.

10월 브라질 대선, 그리고 브라질 민중의 앞날

노동자당은 장기집권의 과정에서 결코 결백하지만은 않았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부분적으로 편승하면서 체제 개편보다는 기존의 사회복지망을 확대하는 보우사 파밀리아 등의 절충안을 택하고, 대형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이윤창출이나 원자재 수출 등에 혈안이 돼 아마존을 무분별하게 벌목하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국가폭압을 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라질 민중은, 70년대 노동운동가로서 활동하다가 80년대의 총파업을 주도하며 당국의 탄압을 무릅쓰고 투쟁하던 룰라를 여전히 기억한다. 그리고 체포되던 날의 룰라가 말했듯, 그는 이미 한 명의 사람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자 이상이 됐으며, 민중적 저항의 피뢰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브라질 내 우익반동세력과 민중진영의 정면승부로서 차기 브라질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펼쳐지든, 브라질 민중이 룰라를 중심으로 단결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워커스 46호]

이하는 룰라 전 대통령이 8월 14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편지의 전문을 중역해 옮긴 것이다. 그의 호소가 브라질 민중에게 얼마나 절박하게 가닿고 있는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미 말해주고 있다.

16년 전 브라질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미래는 불안정했다. 세상에서 가장 풍요롭고 민주적인 국가로 거듭나는 꿈은 위기에 봉착해 있는 듯 보였다. 언젠가 우리 시민들이 유럽이나 다른 서구 민주 국가들의 시민들만큼의 생활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은 희미해져 가고 있는 듯 보였다. 독재가 끝난 이후 20여 년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군부독재의 상처들은 여전히 생생했다.

노동자당은 희망을 제시했다. 이 흐름을 뒤집을만한 대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2002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브라질의 대통령직에 오른 최초의 노조간부가 됐다. 처음에는 시장들이 출렁였지만, 이어진 경제성장은 사람들을 이내 안심시켰다. 십수년간 내가 지도한 노동자당의 정부는 불과 8년의 기간 동안 빈곤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내가 임기를 두 번 연임할 동안 최저임금은 50%가량 증가했다. 우리의 보우사 파밀리아 프로그램은 가난한 가족들을 지원함과 동시에 어린이들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우리는 빈곤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훌륭한 경제정책임을 증명해보였다.

그러던 와중 이 과정이 중단되고 말았다. 브라질에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제도가 있음에도, 이 과정은 투표를 통해 중단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우마 후세프 대통령이, 그 적들조차 탄핵될만한 사유라고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탄핵됐고, 그 이후에는 나 또한 근거가 희박한 부패와 돈세탁 혐의로 감옥에 보내졌다.

나의 투옥은, 브라질 내의 진보세력을 영구히 변두리로 내쫓기 위한 느린 쿠데타의 가장 최근의 단계였다. 이 쿠데타는 노동자당이 다시는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없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오는 10월의 선거에서 두말 할 것도 없이 내가 당선될 확률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의 극우파는 나를 선거에서 내쫓으려는 술수를 펼치고 있다. 나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논거로 활용된 핵심적인 증거는 한 증인의 증언이었는데, 그의 증언은 양형거래의 일환이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관계당국이 그로부터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들려주는 것이 그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조건에 놓인 사람이었다.

브라질에서 권력을 거머쥔 우파 세력은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현행 대통령 미셸 테메르의 정권은 민중의 반발을 심각하게 자아내고 있으며, 공공 지출에 20년 상한선을 두는 헌법수정안을 통과한 상태이며, 다양한 노동법상의 개악을 감행했다. 그 노동법 개악들은 외주화를 용이하게 하고, 노동자들의 협상권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하루 8시간 이하 노동할 권리마저 침해하고 있다. 테메르 정부는 이뿐만 아니라 연금 삭감마저 시도한 바 있다.

브라질의 보수세력들은 노동자당 정부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퇴행시키기 위해 너무나 많은 일들을 벌여왔고,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정권을 되찾을 수 없게끔 하려고 아주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노력의 과정에서 앞장서 그들의 편에서 활약해 온 것은 세르기오 모로 재판관과 그의 검찰관들이다. 이들은 내가 가족과 혹은 변호사와 나눈 개인적인 전화통화 내용을 추적하고 공개했으며, 그들이 공개한 대화 중 하나는 불법으로 도청한 통화였다. 나를 체포하고 거대한 부패 책략을 진두지휘한 자로 매도해 가며 매스컴 쇼를 연출했다. 이 끔찍한 내용들은 주요 뉴스 매체에서 잘 다루지 않는다.

모로 재판관은 브라질의 우파 뉴스 미디어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문제는 모로 재판관이 아니라, 그를 이토록 추켜세우는 우파, 신자유주의 엘리트들, 즉 브라질에서의 사회정의와 평등을 위한 우리의 투쟁에 항상 반대해 온 이들이다. 나는 브라질인의 대다수가 그 엘리트들의 모략을 인가했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비록 오늘날 감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에 출마하는 것이며, 그래서 여론조사는 바로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내가 승리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백만 명의 브라질인은 나의 투옥이 부패와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들은 내가 감옥에 있는 이유가 단지 정치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브라질의 군부독재 치하에서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 그 군부독재 정권은 몰락했다. 오늘날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 또한 몰락하고야 말 것이다.

나는 내가 마치 법 위의 존재인 것인 양 행세하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재판은 공정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파 세력은 나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나를 투옥시켰으며 내 무죄의 증거를 모조리 무시했으며, 단지 내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만으로 인신보호제를 위배해가면서까지 나를 수감했다. 나는 민주주의를 존중해 달라고 요청한다. 나를 정말로 이기고 싶다면, 선거를 통해서 나를 이겨라. 브라질 헌법에 의하면 권력은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민중으로부터 온다. 그러니 브라질 민중이 선택하게 해라. 나는 정의가 승리할 것임을 믿지만, 민주주의를 사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