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우리는 한국정부에 준법을 요구한다

[기고] 우리가 단식을 선택한 이유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편집자 말] 이 글은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단식투쟁 중인 압둘라흐만 자이드 씨가 7일 한국정부와 시민들에게 보낸 글입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이 20일째 곡기를 끊고 한국 정부에 난민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특혜나 예외’가 아니라 ‘한국정부의 준법’을 요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그의 절규를 전합니다.


  압둘라흐만 자이드 씨(가운데)가 7일 아나스 씨(왼쪽)와 인권활동가와 행진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이집트혁명 운동가 압둘라흐만 자이드입니다. 저는 이집트에서 시위 중 체포되었고 이집트 언론은 제 아버지의 출신을 이유로 저를 차별했으며 결국 저는 무고하게 5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정치적 견해와 출신배경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또 언제든지 이집트 국적을 잃을 수 있어 저는 이집트를 탈출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비호를 신청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이 난민협약 서명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거의 2년 5개월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동안 문서와 보고서, 영상, 신문기사 같은 많은 증거를 제출했습니다만 결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평소대로 매우 사소하고 터무니없으며 비윤리적인 이유로 저를 불인정했습니다. 저는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1년 2개월이 넘도록 법무부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조작과 우리의 인생 낭비를 계속하고 있고 여러분이 상상 가능한 모든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어 진정한 난민신청 케이스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부 증거자료를 숨기기까지 하는데 이윽고 100건 이상의 난민심사 면담에서 위조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총 2년 5개월 가량을 기다리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차례 연락해 결정을 요청하였고 난민과 사무실 앞에서 시위도 해봤습니다만 응답이 없습니다.

결국 제겐 다른 선택이 없었고, 지금 저는 청와대 앞에서 공개적으로 단식투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그 어떠한 특혜나 예외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한국의 법과 한국이 서명한 국제협약에 따라 제 권리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그저 한국의 법무부가 한국의 법을 준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국을 자랑스러워하는 어느 한국 시민도 정부가 법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시민 중 그 누구도 우리의 고통을 즐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조국 이집트에 자유를 요구하던 활동가인데 억압과 살해, 수감을 당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우리 중 일부는 안전을 위해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제게 징역이나 죽임을 당하지 말라고 당부하시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저에 대한 슬픔으로 죽고 말 것이라고 하셔서 피신하였습니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은 가족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평화 속에서 안전하게 사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7일 단식 투쟁 중인 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리고 허락해주신다면, 현재 상황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일부 한국인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에 대해 솔직히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존중합니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거짓된 혐의를 반복 생산하고, 우리의 출신이나 종교에 근거해 차별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은 일종의 테러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우려를 바탕으로 우리에 대한 혐오 메시지와 협박 메시지를 퍼뜨리고, 거리에서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의 여성과 아이들을 겁먹게 했습니다. 지금 이 한국 땅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면, 그것은 이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혐오에 찬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테러리스트이며, 저야 말로 이들로 인해 이 나라에서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반복해서 여쭙겠습니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을 관리하고 우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이행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고,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새로운 방안입니까? 그러고서 난민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했다며 자축이라도 하려는 것입니까?

단식투쟁을 통해 저와 제 동료들은 한국 당국에 다음 사항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첫째, 모든 난민신청자에 대해 인정심사절차를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신속히 하고, 지난 2년 넘게 결정이 지체되고 있는 저와 제 동료인 아나스와 그의 배우자의 난민신청에 대해 즉각 답해 주십시오.

둘째, 대다수의 진실된 난민신청을 조직적으로 왜곡한 법무부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실시해 주십시오.

셋째, 모든 난민에 대한 모욕과 멸시를 멈추고 우리를 인간답게 대우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동안 우리에게 가한 학대에 대해 사과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