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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일까

[워커스]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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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국민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외교 및 통일 정책일 것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한반도를 평화의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책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와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남방정책은 ‘사람, 번영, 평화’라는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그 취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5월 2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우)이 방한했다. [출처: 청와대]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을 보자.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야당과 쿠르드족을 탄압하고 철권통치를 펴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인권적 철권통치도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특히 그는 한국 방문 당시 열렸던 교민행사에서 여성에게 키스를 강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외교가 실익적 측면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계엄령이 계속되고 국민들을 억압하는 두테르테에게 헬기를 팔기 위해 방위사업청장이 공항까지 나가 영접하는 모습은 신남방정책이 표방하는 ‘사람’과 ‘평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모디정부는 경제적 성과를 앞세워 집권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우한 삼성 휴대폰 공장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이 천명이나 일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노조를 결성하려 했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는 인도노총의 주장1)도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인도 오디사주의 포스코 제철소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포스코는 인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기업 이미지 실추라는 큰 대가를 지불했다. 포스코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인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인도 진출 한국기업의 노동, 인권, 환경기준 준수를 언급하는 것이 신남방정책의 원칙에 부합하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기업의 이익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신남방정책 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열린 유엔 총회 제10차 긴급 특별 세션에서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위한 결의안(A/ES-10/L.23)에 기권했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팔레스타인 관련 결의안에 기권을 하고 있는데 최근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민간인 보호를 위한 결의안에도 기권하는 모습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남북관계를 고려해 트럼프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항변을 할지도 모르지만 120개 찬성국가에 일본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2)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월 25일 아세안 10개 회원국 대표부 대사와 신남방정책 이행에 대해 협의했다. [출처: 외교부]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의 부대표 출신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취임 이후, 시민사회는 한국외교가 과거와는 다른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촛불혁명을 성취한 국가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리 트럼프 행정부와의 밀접한 관계유지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외교정책에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자국에서 반인권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북미 평화정책에 대해 미국 민주당과 인권단체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단순한 어깃장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부가 뚜렷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원칙으로 하는 정책들을 보여줘야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도 얻어낼 수 있다.

현재도 난민 인정률이 국제사회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데도, 고작 500명이 난민이 들어왔다고 난민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법무부의 발표는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묻게 한다. 난민을 혐오하고 독재자들을 거리낌 없이 초대하고, 자국 기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침묵하면서, 우리 상품을 많이 사주길, 그리고 우리의 평화를 지지해주기만을 요청하는 것은 얌체 같은 일이다.

이젠 촛불혁명이 아니라 얼마나 한국이 인권활동가들에게 지원을 베풀었고, 난민을 포용했으며, 일정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에 충실했는지, 그리고 한국기업들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해 자랑하고 싶다. 신남방정책을 포함해 과연 한국외교가 지향하고 있는 원칙은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부끄러움 말고는 없다.[워커스 45호]


[각주]
1) newsclick.in/new-samsungfactory-noida-anotherexample-exploitation-nameease-
business
2) 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Peace&document_srl=1570126&listStyle=l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