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진실을 왜곡하며 피해자를 더욱 괴롭히는 것이 ‘진상규명’인가?

[기고] 끝까지 반성과 사과를 거부하는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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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6년 초 토론회에서 ‘공론화할 용기는 없지만, 나도 오래 전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발언했다. 사건의 구체적 내용, 나와 가해자의 실명이나 소속 등 어떤 것도 밝히지 않았기에, 이 짧은 청중 발언으로 2년이 넘는 지금까지 괴롭힘을 겪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단지 ‘그것이 우리 단체에서 벌어진 것처럼 암시를 풍겼다’는 이유로 나에게 가해를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사람들까지 괴롭히고 있다. 노동자연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를 지지하는 연서명을 해준 단체들에 4~5명이 찾아와서 항의를 하고, 전화와 메일로 계속 서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내 목소리를 실어 준 <참세상>도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연대는 수차례 <참세상> 사무실에 떼로 몰려가 면담을 요구하고, 비방 글도 계속 쏟아냈다.

무엇보다 두 차례나 <참세상>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반론보도문을 강제 게재하도록 했다. 이것은 기성정당이나 자본가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데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노동자연대는 이 방법을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진보언론의 입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참세상> 편집자에게 “잘못 보도했을 때는 전쟁인 줄 아세요” (https://wspaper.org/article/20443)라고 겁박하더니 실행에 옮긴 것이다. ‘싣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법적 소송으로 가야 할 것’이라는 반강제적 압박을 통해 <참세상>에 실리게 된 노동자연대의 반론보도문(허위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문’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은 이미 지난 달 노동자연대가 자체 홈페이지에 발표한 글과 거의 같다(https://wspaper.org/article/20487). 서두에 악의적이고 읽기조차 괴로운 긴 해설 정도의 차이만 있다. 하지만 노동자연대가 가해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읽고 반박하는 더욱 괴로운 일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참세상>이 “허위사실”을 보도하고 “누락”과 “곡해”을 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서슴없이 허위를 말하고 악의적인 누락과 곡해의 산을 쌓고 있는 건 바로 노동자연대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지만 크게 몇 가지만 지적하겠다.

첫째,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누락”은 바로, 15년 전에 나를 성폭행한 노동자연대 전 운영위원(조직국장)인 P가 2017년 9월에 나를 ‘중상모략하는 사람’이라고 공개 비난하는 글을 쓴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왜 성폭력 피해자가 거꾸로 공개적 비난을 당해야 하는가? 그것도 바로 성폭행 가해당사자에게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자연대 지도부가 뻔뻔스레 부인하고 있는 “강제적 사건화”와 “2차 피해”의 결정적 증거다. 피해자가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계속 사건화를 요구하더니, 나중에는 가해당사자가 직접 피해자의 발언을 “노동자연대가 성폭력단체라는 인상을 풍기려고 애쓴 일”이자, “중상모략”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써서 발표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나는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나를 비난하는 기사들 속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침묵, 은폐하고 있다. 노동자연대의 모든 글에서 이 사실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사라져 있다. P가 쓴 문제의 그 글도 최근 슬그머니 삭제됐다.(이럴 거 같아서 미리 캡쳐 해 뒀다.
https://drive.google.com/file/d/1mdB3IKCYICaWjKaRs83Ouz5NpLBcH0wb/view?usp=sharing)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조직국장)인 성폭행 가해지목인 P가 직접 써서 피해자 J를 비난한 글. 이글은 반 년 훨씬 넘게 노동자연대 홈페이지 대문에 올라있다가 최근 갑자기 삭제됐다.

심지어 P는 최근 노동자연대 지도부에서 해임되고 조직에서도 쫓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P가 쓴 글만 사라졌을 뿐, 노동자연대 지도부가 나와 <참세상>을 공격하는 새로운 더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또 노동자연대는 나를 지지하는 연서명을 한 단체 등에게 몇 번이나, 나를 비난하고 내 사생활과 사적정보까지 멋대로 폭로하는 내용의 문건과 메일을 보냈다. 결국 P의 글 삭제는 ‘증거 인멸’이었고, P의 해임은 ‘꼬리자르기’였던 것이다.

둘째,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내가 먼저 ‘가해자를 특정하고 지목’했다며, 그런 적이 없다는 <참세상> 보도는 “허위사실”이란다. 이 “치명적인 오보”로 <참세상> “기사 전체의 논지가 무너진다”며 신났다. 이게 무슨 ‘정신승리’이고,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나는 명백히 2016년 초 토론회 청중발언에서 가해자를 ‘특정’하거나 ‘지목’한 적이 없다. 이것은 발언 전문 (http://www.anotherworld.kr/483)만 봐도 명백하고 그 토론회의 공동주최 단체와 발제자들 모두가 인정한 사실이다. 그런데, 위에서 지적했듯이 1년 반 후에 P가 직접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나를 비난하는 글을 노동자연대 홈페이지에 써서 ‘강제 사건화’를 시작했고, 그걸 보고 도저히 참지 못해 떨리는 손으로 전화해서 항의했던 것이다.

녹음된 그 통화에서 나는 P에게 절규하듯이 이렇게 말한다.“내가 사건화하기 싫다 그랬지? 공론화하기 싫다고 했지? 누가 공론화 시켰어 지금? 공론화를 안 시키면 거짓말쟁이야? … 공론화시키고 싶지 않다는걸 당신들이 끄집어냈고, 심지어 가해자인 당신이 끄집어냈어. …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런데 이런 사실을 쏙 빼놓고 ‘J가 먼저 가해자를 특정하고 지목했다’고 우기는 것이다. ‘사건화 할 생각이 없다’고 조사를 거부하면 가해자가 직접 나서서 ‘저 여성은 거짓말쟁이다’고 비난하는 글을 쓰고, 그것에 분노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항의 전화를 하면 ‘이제 네가 가해자를 지목하고 사건화를 시작한 것이다’라고 뒤집어씌운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이 기막힌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위에서 보듯이, 그 항의 전화는 당연히 ‘어떻게 나를 성폭행한 장본인인 당신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냐. 당장 조직에 이야기해 글을 내리고 사과하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노동자연대는 황당하게도 이 통화를 ‘나를 비난한 당신의 글은 그대로 두고, 이제는 이 사건을 당신들이 알아서 조사하고 처분해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나를 고통스럽게 한 P의 글은 그 후로 반년 넘게 그대로 홈페이지 대문에 걸어두었다. 또 나에게는 과정과 결과를 알리지도 않은 ‘자체조사’를 통해 P에게 “증거 불충분에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줬다. P는 그 후로도 운영위원(조직국장)으로 돌아다녔고, 나는 너무나 괴로웠다. 이것이야말로 성폭력 사건을 ‘덮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연대는 이런 조치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우리더러 사건을 묻으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토록 철두철미한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놀라울 뿐이다.

셋째, 매우 유감스럽고 분하지만, 가해자에게 항의 전화 한 후에도 나는 혹여 노동자연대나 가해자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할까 걱정돼 한 번도 가해자의 실명이나 직위 등을 공개한 적이 없다. 심지어 지금 이 글에서도 실명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들의 전력을 보아 충분히 그런 일을 서슴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고 실제로 가해자는 나에게 ‘법률대리인과 함께 응할테니 나오라’는 협박문서를 보낸 바 있다.

그런데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위의 글에서 내가 올해 초 한 포럼에서 “공공장소의 불특정 다수 앞”에서 “000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크게 소리쳤다”고 쓰고 있다. 또 다른 글에서는 내가 “가판대에서 간행물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 소리를 막 질러”라고도 했다. 바로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기에 나는 당시 대화도 전부 녹음해 두었다. 단 둘이 나눈 대화를 멋대로 왜곡해 인신공격하는 노동자연대의 악습을 익히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녹취록을 들어보면 분명히 나는 포럼 휴식 시간에 노동자연대 한 활동가에게 다가가 “000씨. 지난번에 성폭력에 관해 누군지 말만해주면 자체적으로 조사해 징계하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노연에서요. [000씨가] 상황을 모르시면 전달해달란 거예요”라고 말한다. 다 들으라고 소리친 게 전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물론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하는 건 잘못도 아니지만 말이다. 또 주최 측에 확인했지만 포럼 장소 안에 노동자연대 가판은 있지도 않았다. 유령 가판대에 가서 내가 ‘소리를 막 질렀’다는 것인가?

노동자연대는 내가 말한 상대가 “사정을 모르는 평회원(여성문제 담당자 아님)”이라고 쓰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여성·소수자 쟁점의 연대체마다 조직을 대표해 회의에 참가하고 수많은 관련 기사와 글을 쓴 사람이, 학생팀 간부와 기관지 기자도 했던 사람이 갑자기 멋모르는 “평회원”이라니, 몰라봐서 미안하다. 그러면 ‘여성문제 담당자’가 아니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파견자이자 젠더이슈 담당 기자’라고 하면 되는가?

넷째,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피해자에게 함구’한 채 몰래 조사한 양 보도한 것은 곡해”라고 말한다. 조사와 그 결과를 피해자인 나에게 철저하게 은폐해놓고 무슨 곡해 운운인가? 정말 백번 양보해 자체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치자. 그러면 최소한 일단 가해자의 일방적인 피해자 비난글은 내려놓고, 피해자인 나에게 조사 사실과 결과를 알려야 했다. 하지만 노동자연대는 전혀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적극 은폐했다. 여러 차례 물어보고 확인했음에도 계속 숨기고 속였다.

작년 말에 이미 P에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줘 놓고, 올해 2월에 위에서 언급한 포럼에서 저 노동자연대 ‘평회원’(?)은 ‘모르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알아봐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 답이 없었다. 3월에 한 집회에서 다른 동지가 그 ‘평회원’(?)에게 다시 물었을 때도 답은 같았다. P에게도 올해 4월, 직접 메시지를 보내 ‘조직에 알리긴 했느냐’고 따졌지만 ‘당신이야말로 명예훼손을 사과하라’고 답했다. 이 대화 기록도 그대로 남아있다.

결국, 피해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가해당사자의 글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가해당사자의 말만 듣고, 그 결과도 끝까지 피해자에게 은폐하려한 ‘면죄부 자체조사’가 분명하다. 이게 “몰래”가 아니면 뭔가? 이게 “투명”한 처리라고? “걸맞은 조처를 취했을 뿐”이라고? “무죄 평결이 아님을 누차 설명”했다고? 어떻게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가.

그럼 P가 성폭행범일 가능성을 적어도 작년 말부터는 분명히 알았다는 뜻인데, P가 나를 비난한 글은 왜 반년 넘게 그대로 두었던 것인가? 물론 노동자연대 최일붕 운영위원은 <참세상> 인터뷰에서 이미 그 이유를 밝혔다. “[노동자연대를 비판하는] 그런 짓을 안 하겠다고 하는 약속 … 을 한다라면 J씨 부분을 삭제하겠고요.” 즉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들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괴롭히기 위해서 그 글을 그대로 올려놓았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연대가 감히 “공정성과 투명성, 일관성”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오직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피해자인 나에 대한 적개심이고, ‘일관’된 것은 조직보위주의다. 이를 위해서 마치 <참세상>이 앞뒤가 안 맞는 보도나 오보를 한 것처럼 서슴없이 진실을 왜곡하고 세상을 편집하고 있다.

사실도 아니지만, 설사 내가 가해자를 특정해서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Metoo를 했다 해도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노동자연대는 마치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고, 큰 잘못이라도 되는 양 몰아가려 한다. 이를 통해 계속 문제를 복잡하고 헷갈리게 만들려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성폭력 피해자가 거부하는데도 계속해서 조사받을 것을 강요하고, 그것을 거부하자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여기에 항의하는 피해자를 조직이 계속 괴롭힌 것이다.

손끝이라도 닿으면 곧 터질 듯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고 있는 나 자신이 싫고, 힘들다. 많은 여성, 인권, 사회단체들이 노동자연대의 행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면, 주저앉아 울고만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진심어린 응원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노동자연대는 지금이라도 멈추고, 사과해야 한다. 용기 있는 여성들이 어렵게 엮어 온 ‘MeToo’와 ‘WithYou’의 단단한 연대의 벽에 스스로 먹칠하고 있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배워야 한다.

* 나를 돕는 분들이 만든 페북 페이지이다.https://www.facebook.com/jmetoowithyou

* 노동자연대의 가해 중단과 사과를 요구하는 연서명에 동참을 부탁드린다.
https://goo.gl/BEapde
  • 금속

    쓰레기 새끼들...

  • 익명

    노동자연대가 조직내 성폭력 비판 기사에 대해, 대체적 분쟁해결 기구(ADR)에 반론 보도 요청을 했습니다. 노동자연대 역시 하나의 단체 또는 언론사로서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구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구원파에서 세월호 보도 당시에 1만 6117건 가량의 조정 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내서 언론중재위원회가 많은 업무량을 호소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을 보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반론보도를 참세상 사이트를 통해 함으로써 참세상과 노동자연대 간 갈등을 해소하려는 조치였다고 평가합니다.

    결코 노동자연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고, 절차적인 측면에서 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기구가 취한 지극히 의례적인 조치 중 하나라고 평가합니다.

    노동자연대도 참세상을 탓할 게 아닙니다. 조직 내 성폭력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환골탈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참세상이 운동 사회의 공론장을 만들어 주고 있어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동권을 떠나려고 하는 중이지만, 아직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노동자 연대 포함) 남아있는 운동권을 위해 애써주시는 참세상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피해자 분이 직접 기고를 한 글의 댓글창에서 저의 의견을 남기는 게 혹시나 누가 되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