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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혼란 가중된 활동지원 현장, 복지부는 ‘방관 중’

"휴일근로수당 책정 안 되어 있으니 주말엔 8시간만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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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노동시간 단축’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던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과로가 당연시되는 노동문화를 개선해 일과 가정의 불균형, 일자리 부족, 여유 없는 삶 등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지난 2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아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이에 복지부 역시 3월 20일,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활동지원 체계개편 사항을 활동지원중개기관들에 전달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3월 20일부터 활동지원기관들은 주 40시간 이상 일한 사람들 중 휴일에 8시간 이내 일한 사람에겐 통상임금의 50%를, 8시간 초과로 일한 사람에겐 10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둘째, 7월 1일부터 활동지원중개기관은 활동지원사가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원래 있던 내용이나 이번에 사회서비스업이 특례조항에서 제외되자, 복지부가 이를 지침에 명시함으로써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 되었다. 셋째, 사회서비스업이 특례조항에서 제외되면서, 이제 주 52시간(주말 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월 208시간)의 노동시간을 지켜야만 한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단계적 적용 계획에 따라, 50~299인 규모의 사업장(중개기관 대부분이 이에 해당)은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받는다.

이러한 지침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애초 법 개정의 의도와 달리, 현재 활동지원 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현재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어려움을 짚어보고, 복지부에 대책을 물어봤다.

[출처: 비마이너]

통상임금 100% : 복지부가 예산 안 주니… “주말에 8시간 이하로 일하라”

지난 3월 20일부터 중개기관은 휴일에 8시간 이상 일한 지원사에게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해서 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 복지부는 심야와 휴일에 50% 가산된 급여까지만 예산에 책정하고 있다. 복지부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니, 기관은 운영비 등에서 그 스스로 ‘돈을 만들어’ 지급해야 한다.

ㄱ 센터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8시간 초과한 지원사들에게 100% 가산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려고 한다. 계산해보니, 월 약 300만 원가량의 추가지출이 예상된다. 그나마 이 센터는 활동지원 이용자 수가 적고 중증장애인 이용자가 채 20명도 되지 않아 다른 센터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현재 ㄱ센터는 기관에서 운영하던 지원사 친목회, 이용자 친목회 등의 프로그램들을 없애 예산을 마련 중이다. 나머지 프로그램들도 줄일 예정이다. 관계자는 “센터 후원금도 많지 않아 (만약 복지부가 예산을 주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달여간의 고민 끝에 결국 ㄱ 센터는 주말에 최대 8시간까지만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센터들은 휴일에 8시간까지만 이용토록 유도하거나 기존처럼 계속 휴일근로수당의 1.5배만을 지급하고 있다. 지역의 한 활동가는 “최근 어느 복지관에선 ‘휴일에 8시간 이상 근무하면 근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보수교육 시간 때 강력하게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중개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장애인 이용자는 “활동지원사들이 여러 기관에 등록해 일하듯, 앞으로는 이용자도 휴일 8시간까지만 한 센터에서 활동지원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센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쪼개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중개기관 모두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여행이나 장거리 이동을 할 경우, 대부분의 이용자는 한 명의 활동지원사와 동행하는데 ‘8시간’으로 이를 제약하면 활동지원사들의 기피 경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ㄴ활동지원사는 “교대를 위해 타지역으로 이용자를 만나러 갈 때 교통비 등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며 씁쓸해했다.

[출처: 비마이너]

휴게시간 : 쉬는 시간이 아니라 무급노동 시간이 됐어요

휴게시간은 어떨까. 근로시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주어지는 휴게시간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를 일찌감치 시행한 곳이 있다. ㄷ센터는 2017년 10월, 국민연금공단의 감사를 받았다. 당시 공단은 ‘8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들에게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왜 주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가 “이곳은 최중증 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한 시간도 (서로가) 떨어질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공단은 ‘노동법에 명시된 사항이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결국 ㄷ센터는 작년 11월부터 휴게시간을 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국민연금공단 등에도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노동법을 지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시간은 활동지원사에게 쉬는 시간이 아니라 되려 무급노동을 하는 시간이 됐다. 이 센터에 소속된 한 지원사는 한 달에 15일을 일하는데 ‘의무 휴게시간’때문에 15시간의 임금은 받지 못한다. 그는 “이용자와 밥을 먹거나, 샤워, 이동하는 중에 8시간 노동이 채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일하는 중임에도 한 시간 동안 단말기를 꺼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사들의 휴게장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이용자와 계속 같은 공간에 있는데 의무 휴게시간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용자 역시 “그 한 시간 동안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 시간에 용변을 봐야 하거나 이동하는 경우엔 사실상 활동지원사는 쉴 수가 없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면서 “쉬는 시간엔 이용자 입장에서도 지원사에게 (무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20년부터 주 52시간 노동 : 장애인 이용자도, 활동지원사도 난처

가장 큰 문제는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주 52시간’의 노동시간이다. 활동지원사는 단말기 결제를 통해 노동 시간 확인이 가능하기에, 주 52시간 초과근무가 불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는 사람들은 최중증장애인들이다. 가령 한 달 300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앞으로 한 지원사에게 최대 208시간까지만 받을 수 있으니 한 명의 활동지원사를 더 구해야 한다. 보통 사생활 보호, 활동지원이 신체를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문제, 라포 형성 등을 이유로 한 명의 지원사를 선호했던 이용자에겐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활동지원사들이 낮은 임금으로 초과근무를 ‘자처’해온 상황을 고려할 때, 활동지원 수가 개선 없이 무조건 주 52시간의 노동을 요구하는 것도 지원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18년 활동지원 시급은 약 8070원으로 한 달 208시간 일할 경우, 167만 원에 불과하다. ㄹ지원사는 “(낮은 임금으로) 현재도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면 여러 기관에 등록해 돈을 벌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지난 13일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등 활동지원서비스를 둘러싼 세 주체(장애인 이용자, 중개기관, 활동지원사)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에 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낮은 단가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준수할 수 없음에도 정부는 어떤 제도 개선 대책도 예산 수립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활동지원사, 서비스 제공기관에 떠넘겨지고 있다”며 활동지원 수가 현실화 등 활동지원 제도를 전면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을 통한 공공성 강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권리 강화 △월급제 및 교대근무 도입을 통한 노동권 강화 등을 주장했다.

복지부 “추가 예산 편성 힘들어… 법 개정된 지 얼마 안 돼 복지부도 검토 중”

그러나 이러한 혼란이 닥쳐옴에도 복지부는 여전히 책임을 미루고 있다. 오경희 보건복지부 장애인 서비스과 행정사무관은 “주말에 8시간까지 일하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근로기준법이 변경됐으니 내용 안내를 한 것뿐이다”라고 말하며 휴일근로수당이 100% 가산되는 부분은 추가편성이 어렵다는 입장을 비췄다. 그는 “활동지원사업과 관련한 예산은 작년에 이미 짜여 졌고 법 개정은 올해 이뤄져 당장 예산편성을 하기 힘들다. 또한 현재 매년 500명 정도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예산을 받는 것도 어렵다. 또한, 보건복지부만 활동지원수가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그 비용을 일부분 부담하기에 현재 필요한 예산은 정확히 얼마라고 추계하기 힘들다”고 밝히며 근로시간 조정 등을 통해 이용자와 지원사, 기관 등이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이 얼마 전에 이뤄져 구체적 대책을 복지부에서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그는 “현재 활동지원 현장의 혼란을 논의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등 다른 부처들과 연계된 TF팀이 따로 있지는 않다. 복지부 내부적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면서 “나머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기사제휴=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참세상 제휴 언론 비마이너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