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요동치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향해

[참세상 광장] 북핵 문제의 본질과 노동자민중의 투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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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말] ‘참세상 광장’ 꼭지는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운동사회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전쟁위기의 암운이 드리웠던 작년과 달리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 천명,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5월경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흐름이 더욱 격화된 긴장을 향한 일시적 휴지기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에 노동자민중은 현재의 유동적인 정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확실히 이어지도록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핵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맹목적 한미동맹의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출처: 변혁정치]

북한 핵이 문제다? 미국 핵은 괜찮은가?

한국사회의 주류적 인식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같은 북한의 호전성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북한 핵무장의 일차적 원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다. 핵 패권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와 이라크 침공과 같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는 미국과 적대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항시적 ‘체제위협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94년 제네바 합의에서부터 2007년의 9.19 공동성명 이행에 이르기까지 북핵 문제 해결이 난관에 부닥친 것은 주류언론의 보도처럼 북한의 약속 불이행이 아니라 미국의 약속 불이행 때문이었다. 즉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정치·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고 미 군수자본의 이윤을 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악의적으로 방치해 오면서, 사드배치와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해왔다.

북한 핵무장의 근본원인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라는 것은 김정은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체제에 대한 안전보장을 내건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미국에 의한 체제 안정이 보장되지 않으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북핵 폐기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동시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북한의 호전성이라는 왜곡된 인식은 북핵만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미국 핵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다. 1990년대 초반 한국 내에서 미 전술핵은 철수됐으나,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으며, 한미 정부는 북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포함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실제 전쟁에서 사용한 국가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뿐만 아니라, 한미연합군의 핵전쟁 훈련 역시 한반도의 핵전쟁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북핵 문제의 해결에서 북핵만 문제 삼으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제국주의적 패권정책을 문제시하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될 수 없으며, 한반도에 평화도 올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다?

한반도 정세와 긴장완화 국면으로 흐르자, 국내 반공적 보수세력은 좌불안석이다. 이들은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섣부르다고 비판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 회담이 실패할 경우엔 군사공격이 유일한 답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나 선제군사공격을 통해 북한 붕괴를 꾀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과 입지를 위해 한반도를 전쟁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가장 반反평화적이고 반민중적인 세력이다.

더욱이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폐기까지를 의미할 수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폐기(또는 북비핵화)’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안 된다고 말한다. 최근의 대화 국면이 핵우산을 포함한 한미동맹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로 나갈까봐 이를 미리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로 상징되는 자유주의세력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대하고, 북한 붕괴가 아닌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보수세력과 차이는 있다. 그러나 이들도 보수세력과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중국이 주장한 쌍중단(북의 핵동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 동결)을 거부해왔으며, 사드 배치를 추진했고, 한미공조 아래 북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왔다. 이는 향후 미국이 대북 강경책으로 나올 경우, 문재인 정부가 이를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게다가 정세가 확고한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정의 내용은 북핵 폐기만을 얘기할 뿐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이나 한미동맹은 해체하지 않는 선상에서, 달리 말하면 미국의 대對한반도 패권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그 내용을 채워나갈 것임을 시사해준다. 이는 정부에 대한 기대나 의존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온전히 실현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우리 노동자민중은 현 정세에서 어떻게 싸워야 할까? 첫째, 핵전쟁 위기를 막는 것은 북핵 폐기로만 가능하지 않으므로, 미국의 남한에 대한 핵우산과 한미연합군의 북한에 대한 핵공격 훈련도 같이 없애야 한다. 즉 한반도에서 핵무기 보유뿐 아니라 수송(핵무기를 탑재한 선박이나 항공기의 기항과 영해·영공 통과)까지 금지시키고, 한반도 주변 핵강국인 미국, 중국 등이 한반도에 핵공격을 하지 않도록 하는 온전한 의미의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북의 핵무장을 낳은 원인인 북·미간 적대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핵전쟁 뿐 아니라 재래식 전쟁 위기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북-미간, 남-북간 적대관계를 유지시키고 있는 53년 정전협정체제를 남-북-미-중이 협정체결 당사자로 참여하는 평화협정체제로 바꿔야 한다. 즉 북핵 폐기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도록 싸워야 한다. 따라서 미국 및 한국 보수세력이 말하는 ‘선 핵폐기 후 체제안정 보장’이나, 운동사회 내 일부세력이 말하는 ‘핵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맞바꾸는 것’은 문제가 된다. 전자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항복 요구에 다름 아니며, 후자는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북핵 옹호론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

셋째, 평화협정 체결은 한미동맹 해체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으로 상징되는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한반도의 긴장은 완화될 수 없다. 주한미군은 단순히 북한 방어용 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2000년대 이후 ‘전략적 유연성’이란 이름 아래 동북아 분쟁 곳곳에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신속기동군으로 이미 그 성격이 바뀌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치가 그러하며, 사드가 명분상으로는 대북방어용이지만 실제로는 대중국 견제용임이라는 점이 분명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을 위한 하위파트너로 한국군을 편입시키면서, 주변 강대국의 패권적 이해관계에 한반도를 내맡기는 한미동맹은 유지되어선 안 된다. 즉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동맹에 협조하는 모든 협약과 조약 폐기를 평화협정 체결요구와 결합시켜 투쟁해 나가야 한다. 남북한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한반도에 온전한 평화가 실현되도록 노동자민중이 직접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사회변혁노동자당이 발행하는 <변혁정치> 63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