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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삼성노동자 시신 탈취 사건…삼성이라 가능했나

삼성 노조파괴 문건, 위로금으로 유족 회유 사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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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이 드러나면서, 4년 전 발생한 경찰의 삼성전자서비스 사망 노동자 시신 탈취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때 경찰은 기동대 수백 명을 동원해 시신을 탈취했는데, 당시에도 경찰과 삼성의 사전 공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이 2014년 5월 17일 차 안에서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달라”는 유서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된다. 경찰은 이튿날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서 기동대 250여 명을 투입해 시신을 탈취했고, 20일 화장장에선 유골함까지 빼돌렸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경찰, 112신고 10분 만에 기동대 300명 투입?
당일 세월호 집회로 경찰 1만 서울 집중…기동대만 차출


2014년 5월 18일 새벽 부친과 모친은 당초 노조에 장례를 위임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열사의 시신이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부친은 장례를 노동조합장에서 가족장으로 돌리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노조는 부친이 알 수 없는 인물과 장례식장 내 가족방에서 문을 잠그고 상의하거나 외부에서 통화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고 밝혔다. 모친은 고인의 유지를 이유로 노동조합장을 계속 주장했다.

그리고 오후 6시 20분 경. 경찰은 장례식장에 300명에 달하는 기동대 병력을 투입했다. 경찰은 오후 6시 10분 경 부친의 112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고 10분 만에 대규모 병력을 꾸려 출동했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은 종일 장례식장 주변에 경찰버스 3대와 사복 경찰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배치 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이날은 청계광장서 열린 ‘세월호 만민공동회’ 대규모 집회로 경찰 1만여 명이 서울에 집중된 때다. 때문에 경찰이 유족 신고 이전부터 시신 탈취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부친은 경찰 규모를 보고 “이 정도까지는 내가 원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노조에 말했고, 현장 경찰 지휘관에게 병력을 빼달라는 의사를 전했다. 염태석 노조 대의원은 오후 7시 24분 112에 “(고인의) 아버지가 병력을 빼달라고 했으니 일단 와달라”고 신고했고, 경찰은 염 대의원에게 “신고가 접수돼 경찰관이 출동 중”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경찰은 오지 않았고, 경찰 기동대는 노동자들을 향해 최루액을 쏘며 진압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노동자 24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노조를 제압했고, 부친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응급차에 탔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가짜 빈소’ 예약으로 노조 따돌리기…
‘시신 운구 작전’, 부친 혼자 했다고 볼 수 없는 정황


18일 밤부터 19일 새벽까지 시신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노조는 응급차가 부산 행림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한다고 들었지만, 행림병원은 빈소 예약이 취소됐다고 했다. 노조는 19일 새벽 4시경 부산 영락공원 화장장으로 시신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동했다. 시신 운구 응급차가 영락공원으로 들어왔는데, 노조를 보고 차를 돌렸다고 현장에 있던 조합원이 전했다. 서울의료원에서 출발한 응급차 ‘서울71*****’와 같은 번호였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19일 오전 7시 30분 부친이 예약이 취소됐다던 행림병원에 다시 빈소를 차렸다. 부친은 20일 새벽 3시경 노조에 양산 하늘공원에 시신을 매장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전 8시 40분 하늘공원에 도착했다. 하늘공원 측은 매장이 아닌 화장이라고 알렸다. 부친의 거짓말이었다. 노조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 화장장을 조회했고, 밀양시공설화장장 20일 13시 화장 사실을 확인했다. 10시 50분 노조가 화장장에 도착했을 때 시신은 불에 타고 있었다. 부친이 노조가 화장 예약을 찾았다는 것을 알고 오전 10시 30분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노조는 의심했다.

노조가 화장장에 도착하니 경찰버스 8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노조 조합원 약 80명은 유골함을 지키려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오후 1시 40분경 친부에게 “유골함을 운송하는 데 신변보호 요청하겠느냐”고 먼저 물었고, 친부가 동의했다. 친모의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 경찰은 분골실로 가는 친모까지 제압했다. 경찰은 곧바로 조합원들에게 캡사이신을 살포하며 진압했다. 경찰은 유골함을 든 친부를 후문으로 안내했다. 노조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인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고 염호석 분회장 장례절차 경찰력 개입 관련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당시 경찰의 대응은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이 112 신고로 출동했다는 말은 거짓말일 수 있다. 일반인이 신고해도 경찰관 2~3명을 보내 현장을 파악한 뒤, 병력 지원 같은 대응을 한다. 그런데 300명이란 상당한 규모가 바로 달려왔다. 기동대 300명이 출동하는 정도면 경찰 고위 책임자의 결재가 필요하다. 삼성, 경찰, 부친이 사전에 조율해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겨레’는 검찰이 확보한 노조파괴 문건에 삼성이 고인의 부친을 회유하며 위로금을 제시했던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