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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 굴복한 사법치욕의 날”…이재용 석방에 비판 쏟아져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진보 정당 등 일제히 사법부 비판 논평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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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해당 판결이 사법적폐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희대의 판결이라고 평했다.

[출처: 반올림]

이재용 엄중 처벌을 촉구했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은 “삼성 앞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반올림은 “박근혜는 탄핵됐지만, 박근혜 체제에서 만들어진 재판부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라며 “정형식 재판부의 오늘 판결은 이재용에 대한 판결이기에 앞서 이 나라 법원의 현실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검은 즉각 상고하고, 대법원은 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이재용 처벌 없이 우리 사회에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법을 능욕하며 재벌불사(財閥不死) 판결을 자행한 오늘은 사법부가 재벌에 굴복한 사법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재용을 석방하기 위해 상식과 법리를 초월하고 뒤집는 온갖 해괴한 논리가 동원되었고, 그 결과 이재용에 대한 대부분의 범죄혐의는 무죄로 되었다”라며 “오늘 판결은 대한민국 최대 재벌의 오너이자 국정농단의 몸통 범죄자를 박근혜와 최순실의 강요와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승마지원을 해준 힘없는 피해자로 둔갑시킨 희대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사법부 내 양심 있는, 아니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법관들도 오늘 판결에 대해 사법적폐로 규정하고 즉각 규탄의 목소리와 청산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하며 “민주노총은 ‘이재용도 공범이다. 즉각 구속하라’ 외치며 지난겨울 함께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과 함께 다시 이재용 구속과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개혁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재벌 개혁 투쟁을 예고했다.

진보정당도 규탄 성명 내고 사법부 비판

진보정당들 역시 빠르게 논평을 내고 재판부를 규탄했다.

정의당은 집행유예 선고 직후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한민국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판결”이라며 “‘이재용 구조대’를 자처하며 대한민국 법 상식을 짓밟은 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삼성이 정유라 승마지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인정하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 승계작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심에서 인정됐던 혐의들 대부분을 부정하며 정경유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3인이 뇌물을 주고받았지만 이재용 한 사람만은 살려주겠다는 노골적인 러브콜”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은 “이번 항소심 판결은 다시 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더욱 깊게 각인시켰다”라며 “이번 판결은 삼성 등 재벌 대기업 앞에서 공정하게 작동하는 사법부의 모습을 기대한 국민들을 배신한 판결이며 사법부가 적폐 청산의 수단이 아닌 대상이 되어 버렸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했다.

민중당은 “노골적인 삼성 편들기를 한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을 이해할 국민은 거의 없다”라며 “법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삼성과 재벌의 위세가 계속된다면 그다음은 국민의 촛불만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 재계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법원의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논평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금번 판결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오해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삼성그룹은 경영공백을 메우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냈다. 민주당은 “국민의 눈 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을 내린 법원의 결정에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은 법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출발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 “박근혜와 최순실의 요청을 거절 못 해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안”

앞서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래 353일 만에 석방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핵심 부분이라 볼 수 있는 포괄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나 부정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라며 “삼성전자의 일부 현안이 성공할 경우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배력 확보에 직, 간접인 유리한 효과를 부인할 순 없지만 현안 각 계열사 필요나 합목적 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이재용에게 미치는 효과도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난 가능성이나 책임이 피고인 이재용에만 한할 수 없다고 본다”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범행 방법에도 총수나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해 회계를 조작해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뇌물 공여한 사례 등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 경영진 겁박하고 최서원의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추구했고 피고인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요청을 거절 못한채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