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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는 왜 두 동강 났나

가족대책위 허영주, 허경주 대표, "추정만으로 가족 죽음 인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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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31일 현지 시간 오후 1시 반쯤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한국인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6명이 탄 14만 톤급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침몰한 지 24시간 만인 4월 1일 필리핀 선원 2명은 인근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 엘피다호가 구조했지만 남은 22명은 244일째인 오늘까지 실종 상태다.

사고 당시부터 5월 10일, 그리고 6월 26일부터 7월 11일까지 두 차례 수색에 나섰지만, 두 동강 난 구명정과 배에서 나온 물품 몇 개 외에는 건진 것이 없다.

가족대책위는 여전히 국회와 정부에 수색과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가족대책위가 매달리고 있는 일은 가라앉은 배에 심해수색 장비를 투입하는 것이다. 이들은 주무처인 외교부와 관계부처 해수부, 국회 외교통상위와 농해수위 등을 뛰어다니며 40여 명의 국회의원들을 만나 호소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월 국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의 많은 문제점을 밝혔고, 국회에서도 심해수색장비 투입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국회 예결산위는 심해수색 장비 투입 비용 심사를 12월 2일 마친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 허영주(왼쪽) 씨와 허경주 씨.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사고 뒤 244일.... 왜 포기하고 끝내지 못하는가

가족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허영주, 허경주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당시 실종된 2등 항해사 허재용 씨의 누나다. 사건 초기부터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을 돕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서 이들을 만나 왜 가족들이 여전히 수색을 요구하고 있는지, 밝혀야 할 의혹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들은 “사고 뒤에 정부와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의 부실한 대응과 사건 은폐 의혹, 운영 문제, 지금도 운행하고 있는 비슷한 개조 선박의 사고 방지를 위한 원인” 등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허영주 씨는 “가족 입장에서는 수색을 제대로 해서 실종된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물론 바다 위에서 200일이 넘도록 무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추측만으로 이 사건을 결론 내고 끝낼 수 없는 것이 가족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이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한 선박이 27척 남아 있고, 이런 노후한 개조 선박에 타는 선원도 640여 명이다. 비슷한 배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났고 지금도 나고 있는데,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그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며, 이것은 또한 분명한 정부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폴라리스 쉬핑이 갖고 있는 화물선 19척 가운데 4월 중에만 안전문제가 드러난 배가 3척이었다. 또 영국 <로이드 해사일보> 2017년 5월 기사는 “지난 5년간 (전 세계에 있는) 개조선 52척에서 1088건의 결함 신고가 있었고, 이 가운데 43.1퍼센트인 469건이 (스텔라데이지호를 포함한) 폴라리스 쉬핑의 개조 노후선 19척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허경주 씨는 “스텔라데이지호와 남은 배들의 문제를 밝히는 것은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640여 명의 선원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심해수색 장비 투입을 원하는 이유”라며 “스텔라데이지호는 전 세계 개조선 52척 중 첫 사고였다. 앞으로 일어날 것이 분명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심해수색 장비 투입에 대해 허 씨는 지난해 미국에서 허리케인으로 화물선이 대서양에서 침몰했을 때,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일주일 만에 회수했고, 사고 당시의 상황을 모두 알아냈다면서, “해외 전문가들은 그때보다 스텔라데이지가 훨씬 나은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색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해수부는 지금까지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양사고가 나면 선사는 선체와 화물 보험금을 받아 오히려 이익이 되기 때문에 선원 가족들과 합의하고 사건을 조기 종료하는 데에만 열중했다"며, “해 오지 않던 방식으로 사고를 해결하려다 보니 어렵고, 정부나 선사도 원인을 밝히고 이후 대책을 만들기 위한 로드맵이 없다. 정말 답답한 일”이라고 했다.

허경주 씨는 “선사는 가족들이 찾는 구명벌이 배가 침몰할 때, 같이 침몰했을 것이라며, 가족들을 포기시키려 한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심해수색장비로 가족들에게 확인시켜 주면 된다. 가족들은 생사확인을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류 분석 등에 따른 수색 범위와 실제 수색 범위.(녹색) (자료 제공 = 가족대책위) [출처: 지금여기]

두 동강 나 가라앉은 축구장 약 3배 크기의 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10월 13일과 10월 31일 해수부 국감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에 대한 문제와 의혹이 제기됐다.

선박의 안전성 보증 기관인 한국선급이 스텔라데이지호의 안전 검사 보고를 허위로 작성, 발행했다는 것, 4월 9일 미군 초계기가 사고 해역을 찍은 사진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왜곡했다는 것, 사고 당시 배가 5분 만에 침몰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선원들이 자기 방에 있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을 정도로 최소 28분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이 소유한 배를 각각 페이퍼컴퍼니에 등록하고 한희승 대표의 자녀가 대주주로 등록됐다는 것 등이다.

“1등 항해사는 우리 배 상태가 정말 나쁘다고 얘기했다. 배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배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항해 중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게 매우 심각했던 것 같다. 배 중간에서 물이 마구 분수처럼 솟구쳤고 배 밑 부분이 V자처럼 되었다.” (구조 직후 필리핀 선원들의 진술 내용)

특히 31일 국감에서는 4월 1일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이 구조된 엘피다호에서 처음 진술한 내용을 찍은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동영상은 엘피다호 선원이 직접 찍은 것으로 가족들이 엘피다호와 관련된 모든 SNS를 뒤져 당시 배에 있었던 선원에게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선사가 공개한 선원 인터뷰 내용에는 균열 관련 내용과 배가 두 동강나 침몰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균열은 배의 안전 문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또 4월 13일 폴라리스 쉬핑의 두 대표 중 한 명인 한희승 대표가 이들을 만나러 다녀온 뒤에는 선원들의 진술 내용이 계속 바뀌었다.

또 다른 대표인 김완중 씨는 13일 국감에서도 침몰 당시 배가 두 동강 난 것을 알고 있고 가족들에게 브리핑했다고 증언했지만, 31일 동영상 공개 전에는 다시 모르고 있었다고 번복했다. 가족에게 브리핑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동영상이 공개되고 위증 사실이 밝혀지자, 김완중 대표는 “수색을 더 하는 것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10월 31일 국감에서 공개된 필리핀 선원들의 구조 당시 증언. (사진 출처 =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 갈무리) [출처: 지금여기]

미 해군 초계기 사진 비공개와 왜곡, 수색 당시 해류 분석은 왜 안 했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은 현 정부 공격의 빌미가 아니다


가족들이 수색을 제대로 해 달라고 지금까지 요구하는 이유는 또 다른 의혹 때문이다.

사고 뒤인 4월 9일 미 해군 초계기가 사고 지역에서 구명벌로 보이는 물체를 찍은 사진이 있다. 당시 미 해군 측은 사진과 상황에 대한 공문을 정부에 보내면서 “1차 수색으로 구명벌로 판단되는 물체 발견, 기름띠일 가능성이 있으며 확인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받은 선사는 바로 다음날인 4월 10일 “구명벌 추정물체는 기름띠로 분석”이라고 언론에 알렸고, 언론은 확인 없이 선사만을 취재원으로 해 기사를 썼다.

가족들은 “미 해군 초계기 보고를 ‘구명벌이 기름띠였다’고 즉각 발표하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 취약했고, 확정 발표 하려면 영상과 공문 내용을 정부가 분석할 결과를 밝혔어야 했다”며, “선사는 이런 방법으로 가족들이 선원들의 생존 가능성을 포기하게 했으며, 정부 당국은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수색 범위 설정 문제다.

가족들은 사고 초기 수색을 위한 해류 분석을 요구했다. 처음 필리핀 선원 두 명이 발견된 지점이 사고 지역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해류 분석을 해야 실종자들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해수부는 “우루과이 해역 해류 분석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1년은 걸린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5월 19일쯤 이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사와 박주민 의원이 민간 전문가를 섭외해 3일 만에 해류 분석을 끝냈다.

당시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4월 9일 해류 좌표와 미 해군 초계기가 구명벌로 추정한 물체를 발견한 지점이 일치한다.

허영주 씨는 “구명정 두 척 가운데 하나는 찾았지만 다른 하나는 상판만 찾았다. 소재 특성상 물 위에 계속 떠 있고, 크기도 위성이 충분히 잡을 수 있다”며, “왜 그것을 못 찾았을까. 수색구역 설정을 제대로 못 했거나, 수색을 제대로 안 했다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2017년 4월 폴라리스 쉬핑이 소유한 또 다른 개조 화물선 스텔라퀸호에서도 상갑판 균열 및 침수가 발생했다. (자료 제공 = 가족대책위) [출처: 비마이너]

수색 범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는 증거는 2차 수색 결과에서도 보인다. 당시 선박 내에는 떠다닐 수 있는 물품이 총 200여 점 있었지만, 수색 기간에 거둔 것은 구명조끼 2개뿐이다.

허영주 씨는 또 하나 바로잡고 싶은 것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과 이후 대응 문제 제기를 정치적 싸움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이 사건을 현 정부 공격용으로 삼고, 여당 역시 그런 차원에서 움츠러든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사건 초기 황교안 대행 정부의 행태”라고 분명히 했다.

일례로 외교부가 1차 수색을 종료한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 새벽 4시였다. 정권이 바뀌기 직전 서둘러 수색을 종료한 것에 대해, 그는 “수색이 진행 중이면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공식 중단한 일을 다시 재개하기는 어렵다. 그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은 청와대와 유엔에 전달하기 위해 수색 재개를 요청하는 10만 명의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 9만 4000여 명이 참여했지만, 하루 300명도 어렵다.

허영주 씨는 “60대 후반, 70대 노인들이 뙤약볕과 추위를 견뎌 가며 하루 7시간씩 거리를 지키고 있다. 8개월 째,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있다. 매일 밤마다 어머니의 우는 소리를 듣는다”며, 국민들이 제2의 세월호참사인 이 사건을 제대로 알아 주고,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전히 사고가 나는 배 안에서 불안감을 견디고 있을 선원들을 위해, 우리와 같은 가족을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해양사고 대응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일이라며, “심해수색 장비를 동원하는 일이 예산 낭비가 아니다. 이 일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기사제휴=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