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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회 연설 두고 안에선 기립 박수, 밖에선 야유

태극기 집회의 폭력과 방관하는 경찰 때문에 한때 소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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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하는 동안 국회 밖에선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여야 의원들이 박수로 트럼프를 반길 때, 국회 앞 시민들은 트럼프의 전쟁 위협과 혐오 선동을 비판했다. 트럼프 반대 집회에 조원진을 필두로 한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달려들면서 한때 충돌도 벌어졌다.


NO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8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옆에서 ‘전쟁 막말 통상압력 트럼프, 국회 연설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행동은 “트럼프의 국회 연설 허용은 한국 및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의 목숨을 인질로 만들겠다는 그 폭언에 깍듯이 예우를 갖추는 것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자들의 기를 높이는 결과만을 낳는 그야말로 그 자체로 어리석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에게 국회 연설 기회를 준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공동행동은 “군사옵션 논의하는 게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자들을 극빈 예우하고 동아시아의 긴장 고조를 더욱 재촉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에 의기투합한 것도 모자라 그 수장의 국회 연설을 허용한 것은 평화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수치이자 모욕일 뿐”이라며 “그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는가”라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트럼프가 국회로 들어간 오전 11시엔 1,000여 명이 결집해 국회를 향해 “전쟁 고조 트럼프는 물러가라” “NO 트럼프 NO WAR”를 외쳤다. 트럼프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자 “NO 트럼프”를 함께 검색하기도 했다. 빈민단체, 노점상단체, 농민단체, 종교인들은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트럼프 방한 사태를 비판하며 전쟁 없는 평화사회를 역설했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은 “트럼프의 미국 내 지지율은 역대 최저로 오늘 36%를 찍었다. 방한해서는 어떤 체계적인 비전도 없이, 제재와 압박이라는 언사만 늘어놓고 수조 원의 무기 강매를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의 민중은 이를 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어 “완벽한 사업가 마인드로 계산기 두들기고 청구서 내미는 트럼프에 얼마나 더 끌려다녀야 하나?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트럼프 막말에 오염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은 OECD 경제 규모 11위, 1700만 촛불의 힘으로 부패한 정권을 몰아낸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가 전쟁을 강요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것도 모자라 마치 속국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더 강하게 전쟁 반대를 외치고, 투쟁해야 한다”며 “촛불의 요구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평화고, 남북 공존”이라고 밝혔다.

성조기와 함께한 태극기, 트럼프 반대 집회로 돌격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동행동의 트럼프 반대 집회로 돌격해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한애국당,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는 국회의사당 앞 글래드 호텔 앞 인도에서 트럼프 국회 연설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흔들며 ‘한미 동맹 강화’ ‘트럼프 만세’ 등을 외쳤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가장 맨 앞에서 이들을 선동했다.


몇몇 환영집회 참가자가 오전 10시 5분경 공동행동 집회 쪽으로 와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린 것을 시작으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깃발까지 엉키며 한 참가자 얼굴에선 피까지 흘렀다. 주위에 있던 경찰이 뒤늦게 이들을 분리했고 충돌 역시 끝났다.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난동꾼들이 집회를 방해하고 사람을 때리는데 경찰이 바라보고만 있었다”라며 경찰의 늦장 대응을 거세게 비판했다.

김영표 빈민해방실천연대 의장은 “경찰은 어제도 펜스 안에 시민들을 밀어 넣고 집회를 방해했다”며 “저 또한 허리가 아파 잠을 자지 못했는데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할망정, 여전히 트럼프의 개 노릇을 하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김 의장은 “경찰은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때 백남기 농민을 국가 폭력으로 사망케 한 당사자로 그 일로 사과한 것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의 트럼프 국회 연설 반대 집회는 낮 12시 15경 종료됐다. 참가자들은 트럼프가 그려진 천막에 소금을 뿌리고 찢는 퍼포먼스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다섯 번째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을 마치고 현충원에 들르는 것으로 1박 2일 방한 일정을 끝냈다. 트럼프의 다음 순방지는 중국 베이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