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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맞은 서울대 투쟁…무기정학 학생들 “끝까지 싸우리”

성낙인 총장 퇴진 공감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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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투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원은 지난 5일 서울대가 학생 12명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또 6일엔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개강 집회에 참여했다.

서울대 점거 투쟁은 2016년 10월 10일 전체학생총회에 따른 본부 점거를 시작으로 1년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시흥캠퍼스 부동산 투기 사업을 멈출 수 있을까. 도무지 끝나지 않는 서울대 투쟁. 무기정학 징계를 받은 학생 3명(고근형 조선해양공학과 15, 김민선 윤리교육과 14, 강유진 경제학부 13)을 만나 서울대 투쟁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강유진 경제학부 13, 김민선 윤리교육과 14, 고근형 조선해양공학과 15 [출처: 김한주 기자]

기자 새 학기 개강과 함께 법원 판결도 있었는데 캠퍼스 분위기는 어떤가?

강유진(이하 강) 꽤 희망적이다. 어제(6일) 개강 집회에 걱정과 달리 학우들이 많이 왔다. 법원의 징계 효력정지 판결로 활로가 트였다. 또 판결문에도 단지 징계 절차의 문제만 짚은 게 아닌, 학생들이 저항할 수밖에 없던 사정을 언급해 의미가 남달랐다. 우리가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근형(이하 고) 지난 4일에는 교수(오수창, 국사학과)가 ‘총장님, 이제 그만 사퇴하십시오’라는 자보를 게시했다. 이 자보에 대한 반향이 컸다. 교수 실명의 자보이기도 했고, 시흥캠퍼스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 이제 서울대의 비민주성 비판을 넘어, 학내 모든 구성원이 총장 퇴진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분위기다.

기자 세 분 모두 무기정학 징계가 내려졌다. 심경은 어떠했나?

김민선(이하 김) 처음 징계를 받았을 때, 당장 이번 학기 수강신청을 못 하더라도 졸업이 걱정됐다. 나는 4학년이 되면 임용고시를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그마저 못하게 됐다. 향후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

무기정학 징계가 떨어지고 추석에 집 내려갈 걱정을 먼저 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은커녕 얼굴도 못 볼 것 같았다. 또 전공이 조선해양공학이라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으로 많이 진출하는데 이제 여기는 못가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나 싶었다.

징계 효력이 정지됐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고, 학교는 투쟁 가담자에 대한 추가 징계를 준비 중이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도 이사회의 (학생을 징계할) 권한도 인정했다. 법인화법이 대학 사회에서 독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현실적인 법체계가 갖는 한계다. 법 틀을 넘어 법인화법 폐기까지 주장해야 한다.

기자 8명 무기정학, 4명 유기정학. 양형의 기준은 무엇으로 보나?

학교가 채증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학생회 대표자 직책을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법원에 제출한 징계 원안을 보면 12명 모두 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전원 제적은 반발이 예상돼 낮춘 것이라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학교는 주장한다.

학교가 꽤 오래 학생을 사찰했다. 학교가 학생 개인 페이스북 글을 법원에 제출했다. 페이스북 글도 ‘전체 공개’가 아닌 ‘친구 공개’였다. 또 본부 점거할 당시 학생들의 내부 회의 문건도 학교가 갖고 있었다. 법원에서 증거 자료는 어떻게 수집했냐고 물었을 때 학교는 답변하지 못했다.

기자 개강 즈음, 캠퍼스에서 ‘나도 징계하라’ 릴레이 자보가 이어졌다. 대부분 새내기 대학생이었는데.

열 명 정도가 손자보를 썼다. SNS에서도 ‘#나도_징계하라’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새내기들이 ‘징계를 받을 사람, 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맥락을 강조했다. 학생 운동에 조직되지 않은 학우들이라 더 고마웠다. 학생 총회를 통한 행동에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특히 새내기들에겐 3.11 물대포 사건이 컸다. 3월 11일은 박근혜가 탄핵당한 3월 10일 다음 날이다. 박근혜는 퇴진했는데 서울대는 다음날 물대포를 쐈다. 서울대 민주주의가 완전히 붕괴한 순간이다. 게다가 서울대 성낙인 총장은 친박 인사다. 이 과정에서 자각한 신입생들이 성 총장 퇴진 운동까지 발전시키기도 했다.

신입생의 입학 시기를 반추해 보면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영향이 있다. 이들이 수능이 끝날 때 촛불 집회가 본격적으로 일었다. 이 속에서 저항권을 스스로 자각하고 서울대 문제에 관심을 더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출처: 대학생시국회의]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최장기 본부 점거였다. 지난 1년 동안 이룬 성과와 과오는?

시흥캠퍼스 공사가 실제로 지연된 게 투쟁의 성과다. 착공이 늦어지고 개교도 1년 늦어졌다. 다른 성과는 문제의식의 확장이다. 처음 대중은 시흥캠퍼스를 서울대 분교 정도로만 알았는데, 캠퍼스 확장의 본질이 부동산 투기고, 대학 공공성까지 훼손한다는 여론이 확장됐다. 그리고 지금 서울대 투쟁이 성낙인 퇴진 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 교수 사회도 점점 동조하는 분위기도 성과다.

투쟁에서 정당성을 확보해 이뤄낸 성과다. 시흥캠퍼스 계획은 캠퍼스 부지 팽창, 수익 사업이 주다. 이외 계획을 질문해도 우리가 투쟁해서 계획이 없다고만 한다. 학교가 말하는 4차산업혁명 준비를 두고 교수들이 ‘짜맞추기식’이라고도 지적했다. 처음 시흥캠퍼스를 추진할 2007년엔 4차산업혁명이란 개념도 없어서다. 학생 요구를 학교로부터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고 싸움의 정당성을 많이 확보했다.

투쟁하는 학생들의 소속과 분파 때문에 간극이 심했다는 점이 아쉽다. 보수 언론도 이점을 파악해 학생사회 분열을 만든 것이 뼈아픈 지점이다. 이 한계를 우리도 인지하고 정파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총회를 열었다. 그래도 해소가 안 돼 5월 1일 점거엔 절반만 참여했다. 이 간극을 좁히는 토론이 남아있다.

기자 시흥시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시흥시의회는 지난 5월 시흥캠 사업 정상화 촉구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이미 시흥캠 부지 인근 신도시에 들어온 주민들이 안타깝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프레임이 어긋나 학생-주민 간 싸움으로 비치기도 한다. 사실 주민은 한라건설과 시흥시가 서울대를 팔아 홍보해 속은 사람이다. 시흥시와 건설사의 홍보 사기에 명백히 책임져야 한다. 주민들은 서울대를 믿고 삶의 터전을 마련한 사람으로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주민들도 학생의 삶, 교육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 발전 차원에서 캠퍼스 조성이 아니어도 지역 협력 프로그램, 교육 신도시 등 여러 대안이 있다.

주민의 반발이 부동산 투기사업이란 살아있는 증거다. 시흥시-건설사가 신도시를 만들고, ‘서울대가 들어옵니다’라고 홍보하고, 아파트 완판으로 값이 뛴다. 그런데 서울대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부동산 가치를 잃는 것이다. 시흥캠퍼스가 부동산 사업이라는 반증이다.

학벌주의 아래 명문대의 자본 운동이기도 하다. 지방 대학은 폐교, 정원 감소가 이뤄지는데, 서울에 있는 거대 대학만 캠퍼스를 확장한다. 대학의 돈 불리는 땅따먹기다. 정부가 들이대는 대학 구조조정 잣대는 ‘기업 대학’에선 다른 세상 얘기다. 서울대 평창캠퍼스도 짓고 망하지 않았나. 대학 정책도 구조조정 방식이 아닌 정부책임형으로 재정 투여, 운영해야 한다.

기자 천문학적인 부동산 가치와 실시협약이란 법적 관계 때문에 투쟁을 지지하지만 이기기 힘들 거란 시선도 있다. 향후 투쟁 방향은?

건설을 막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찬성해야 할 이유는 없다. 2011년 서울대 법인화 이후 기획처, 학생처, 연구처 등 비리, 문제가 끊임없이 터졌다. 법인화 반대 투쟁도 얼마나 힘들었는가. 그래서 시흥캠 투쟁이 더욱 중요하다. 동시에 성낙인 총장 퇴진 운동, 총장 직선제 아젠다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상지대 투쟁이 승리로 끝났다. 10년 만에 이사장 등 비리 책임자가 물러났다. 서울대는 아직 1년이라 생각한다. ‘학교-학생 간 갈등 장기화’라는 식의 보도가 학우들의 힘을 빠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성과는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 투쟁으로 서울대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 이 성과를 되새기며 선회 목소리를 경계하고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 비록 시흥캠퍼스 착공과 개교가 투쟁의 패배로 보이더라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출처: 김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