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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노동자 인간선언’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노동자역사 한내, 민주노총 ‘87년 노동자 대투쟁’ 전시회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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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기념하는 민주노조운동 정신계승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과 노동자역사 한내는 지난 22일부터 경복궁역 지하1층 메트로 전시관 1관에서 ‘노동자 인간선언’이라는 제목의 기념 노동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다음달 6일에는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 기념 대토론회’가 열린다.


노동전시회는 87년을 전후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사진으로 보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120년 노동의 역사, 노동자대투쟁의 특징과 양상, 노동조합 30년 활동의 변천사, 산별노조와 단위노조의 30년 활동 등 크게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 돼 있다. 이번 전시는 노동자 역사 한내가 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3대 기념사업(현장답사, 책 발간, 전시회) 중 하나다. 노동자역사 한내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역사를 기록한 <1987 노동자대투쟁(양규헌 저)>를 발간했다. 노동전시회는 오는 30일 막을 내린다.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는 “87년 노동자 투쟁은 6월 항쟁의 직접적 계기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그 이전부터 이어져온 노동자 투쟁의 역사성이 바탕에 깔린 것”이라며 “자발적인 투쟁이었지만 자연발생적인 투쟁은 아니었다. 노동자대투쟁은 급속한 자본주의의 발전 하에서 응집된 노자간 모순이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에 담긴 노동자 투쟁의 역사는 1890년대 부두 노동자의 출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전시회에는 한국 최초의 ‘고공농성’ 투쟁으로 기록되는 1930년 평양 고무공장 노동자들의 연대파업 기록도 담겨 있다. 당시 평양 평원고무공장노조 지도자 강주룡은 12미터 높의의 을밀대 지붕위에서 9시간동안 고공농성 투쟁을 벌였다. 당시 강주룡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결국 평양의 2천 3백 명 고무공장 직공의 임금감하의 원인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죽기로서 반대하려는 것”이라며 “2천 3백 명 우리 동무의 살이 깎이지 않기 위해 내 한 몸뚱이가 죽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기록된다.

1970년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최초의 ‘촛불 집회’가 열렸다. 1970년은 17세의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해다. 양규헌 대표는 “전태일 열사 분신 후, 섬유, 금속 등 민주노조 노동자 세력 40~50명이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전태일 추모식을 열었다”며 “그 때 노동자들은 최초의 촛불을 들고 전태일 열사 계승, 민주노조 발전에 대해 결의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78년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투쟁, 79년 YH노동조합의 신민당사 점거투쟁을 비롯해 80년대 대우자동차노조 파업과 구로동맹파업 등이 이어졌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은 노동조합 조직 확대 뿐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이 노선과 이념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양규헌 대표는 “87년 이전에는 교회(노동사목)가 노동운동을 유지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간과했던 것은 조직적 과제에 대한 어떠한 저항도 없었고, 노조 이념과 노선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는 것”이라며 “87년 이후에 달라진 점은 조직적 과제가 제시되고,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민주성이 얘기되고, ‘노동해방’이라는 이념이 확립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7년 당시는 제조업 초임이 10만원, 평균 임금은 3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4시간에 달했고, 사업장 안에서는 기합, 두발단속, 구타, 몸수색 등 반인권적 노동통제가 벌어지던 시대였다. 노동자들은 87년 7. 8. 9월에 걸쳐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전국적 총파업을 벌였고, ‘노동3권 보장’ ‘저임금 박살’ ‘최저임금 보장’ ‘파업권 쟁취’ 등을 요구했다. 총파업에는 3개월 간 연인원 200만 명이 참여했고, 파업건수는 3,341건으로 하루 평균 44건에 달했다.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조 수는 23%가 증가했고, 조합원 수도 약 67만 명가량이 증가했다. 이후 지역, 산업 별로 한국노총과는 구별되는 민주노조 운동의 흐름이 이어졌고, 지역노조협의회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결성을 거쳐 민주노총 창립으로 발전했다.


양규헌 대표는 “역사는 지난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라며 “노동자대투쟁의 역사를 통해 노조운동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 반성적으로 돌이켜보고 민주노조 정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서는 지난 30년간 한국사회 노동세계의 변화와 민주노조운동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