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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미래, 내게 ‘광(光)’ 같은 태양광 투자

[워커스 이슈] 부동산보다 짭짤해? <워커스>기자의 태양광 투자 상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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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스 이슈] ‘탈핵, 쇼미더머니’ 연재 순서

(1) 태양광 발전소를 혐오하는 마을, 이것은 님비입니까?(링크)
(2) 산사태를 몰고 올 위험한 바람, 맞서 싸우는 사람들(링크)
(3) [관계도] 신재생에너지가 내게 오는 길(링크)
(4) 깜깜한 미래, 내게 ‘광(光)’ 같은 태양광 투자(링크)

(5) 신재생에너지에 빨대를 꽂다
(6) 삼성물산과 손잡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재생에너지 비극


‘안정적 노후연금, 월250만 원 연금발전소!’

월 250만 원이라니. 내 집 마련, 자녀 교육비로 노후 자금을 미처 만들지 못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가 솔깃하다. 서둘러 광고 아랫줄을 살펴본다.

‘1인 1태양광발전소로 지구환경도 살리고 안정적인 노후연금을 만드세요!’

‘태양광’도 좋고 ‘지구환경’도 좋지만 ‘노후연금’에 번쩍 눈이 뜨인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란 얼마나 괴로운 시간들인가. 하루 종일 돌아다녀 키보다 높이 쌓은 폐지를 팔아도 5,000원이 될까 말까다.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은 틈만 나면 고갈된다고 난리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투자, 투기가 필수적인 세상이다. 태양광 연금에 내가 눈이 커지는 이유다.

태양광 분양을 검색하니 홈쇼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완판’ 문구들이 경쟁하듯 떠오른다. 분양만 했다하면 완판을 시킨다는
한 태양광발전소 분양업체 K에 연락을 했다. 대표가 직접 전화를 받아 소규모 태양광 분양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분양가는 얼마인지, 어떤 원리로 수익이 나는지,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그는 토지비용까지 2억4000만 원을 투자하면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부.알.못이지만 그 정도 돈을 투자해 월 250만 원이 꼬박꼬박 들어온다면 꽤 짭짤한 투자인 건 확실하다. 부동산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신도시 택지지구 대로변의 3층 300mᄇ 점포가 4억8000만 원이다. 보증금 9,000만 원, 월 250만 원에 장기 임대를 준다고 한다. 이 정도면 부동산 투자보다 낫지 싶다.

K사 대표는 직접 현장에 내려와 가동 중인 발전소를 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라 말했다. 그의 권유에 따라 며칠 뒤 경북 의성의 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찾았다. 대표가 보낸 직원 S씨도 동행했다. 그 곳에는 100kW짜리 태양광 발전소 7기가 가동 중이었다.

태양광 전력 거래는 주식이다

태양광발전 수익원은 크게 두
가지다.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전력판매가격(SMP)’을 받고 파는 것.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 등 18개 대형 발전사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파는 것이다. 그 중 소규모 태양광 발전업자들의 거래는 REC 판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100kW미만 소규모 사업자에게
REC에 가중치를 매겨 입찰 혜택을 준다. 100kW미만이면 20%를 더 얹어준다. 100kW를 1기로 치는데 개인이 2기를 소유하고 있다면 1기만 REC 20%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업체 직원 S씨는 가족을 동원해 1인당 1기씩 운영하는 꼼수를 팁이라며 가르쳐줬다.

“전력 거래는 곧 주식입니다” S씨가 가장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시세가 변동하므로 REC를 모아뒀다가 좋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4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식시장처럼 실시간으로 호가를 조정할 수 있는 REC 현물 거래시스템이 개장했다. 양방향거래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데, 주식시장처럼 참여자가 거래상황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100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한 달에 생산되는 전력은 9,000kW~1만5000kW 정도다. 1000kW는 1REC로 환산된다. S씨는 여유자금을 만들어 최소 3~4개월 정도는 모았다 판매하라고 조언했다. REC 단가 변동성이 지난 몇 년간 컸기 때문에 최대 3년간 가지고 있을 각오로 시기를 잘 타야 한다고 했다.

“여름이 생산은 많이 되는데 단가가 약해요. 여유자금이 있어야 REC를 모을 수 있고 비쌀 때 팔죠. 연말, 연초에는 엄청 비싸게 사가요. 월 단위로 꺾어서 주면 1만1000kW~1만2000kW인데 양이 별로
안 되잖아요. 서류는 1REC나 100REC나 똑같아요. 그러면 어느 것을 사가겠어요? 100짜리 하나 집어 가는 게 덜 번거롭죠. 조금 비싸도 이걸 가져가죠.”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이 늘면서
REC가격이 곤두박질 친 시기도 있었다. 지난 2015년 8월 태양광 현물시장 REC 가격은 9만2000원이었다. 2012년 16만7000원까지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가격이었다. 몇 년 사이에 발전소 수는 3배 가까이, 전력량은 4.5배나 증가하면서 안정적 공급처를 찾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20년 장기 계약을 통해 REC를 12만 원으로 고정시키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S씨는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당시 장기계약을 택한 사람들이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소송까지 간 사례도 있다니까요.” 결국 돈 될 때까지 묵혀 놓으라는 결론이었다.

돈 놓고 돈 먹기

S씨는 태양광 발전소 분양을 ‘(돈을) 그냥 주워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수익률만 놓고 하는얘기가 아니다. 업체가 모든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집에 편히 들어앉아 돈만 세면 된다는 뜻이다. “모든 노동은 내 몸이 직접 해야 하잖아요. 근데 태양광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돼요. 우리 고객 중에 원룸 사업자들이 있는데 원룸 팔고 이거 분양 받는다니까요. 소음 피해다, 고장이다 하는 세입자들의 민원이 없잖아요.” 중개업체에 매달 12~15만 원의 관리비를 내면 전력관리는 물론이고 적당한 시기 거래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모든 것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관리비엔 안전관리자에 선임에 대한 비용, 제초작업비용, 모듈 각도 조절, CCTV 감시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7, 8년이 지나면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 설치 후 25~30년 뒤엔 1억 원을 들여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S씨는 “이미 그 안에 몇 곱절을 빼 먹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금 부분에 있어서도 부동산 투자보다 낫다고 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로 등록돼 종합소득세 등의 세금을 내기는 하지만 태양광 시설물의 연간 감가상각이 16년간 10%씩 적용돼 절세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자식에게 물려줄 때는 토지에 관한 부분만 증여세와 상속세를 내면 된다고 했다.

“우리 고객들 중에는 한전 근무하는 사람, 원자력발전소 같은 데 근무하는 사람, 전기 안전 관리자, 대학교수들, 의사 이런 분들이 집중적으로 많아요. 돈 많은 사장님들이 자식들 용돈이나 하라고 하나씩 사간다니까요.”

투자엔 항상 리스크가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이라는 대의, 소규모 사업자 위주로 신재생 에너지를 발전시키겠다는 당위,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 소규모 태양광 사업은 탄탄대로를 걷는 것만 같다. 하지만 S씨는 태양광 사업에도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털어놨다.

첫째는 발전소 부지 주민의 반대와 민원이다. S씨는 그럴 만하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은 배가 아픈 거죠. 자기 동네에서 돈 벌어가는 외부사람을 보면 누가 좋겠어요? 일자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근거 중엔 루머도 많다고 했다. “태양광 발전하면서 나오는 전자파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적어요. 또 이게 눈이 부시다고 하는데 우리가 지금 옆에 있어도 눈이 하나도 안부시잖아요. 정부에서도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바로 잡으려고 엄청 홍보를 하거든요. 우리나라는 TV 시청률이 높으니까 조만간 바뀌겠지 싶어요.”

S씨의 결론은 그러나저러나 “걱정 마시라”였다. 주민 반대 같은 어려움도 회사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주민 설명회를 열어 설득하고,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큰돈도 내놓는단다. 물론 마을의 저항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매년 어르신들을 챙기는 것도
관리 업무다. 이 비용은 매달 내는 관리비에 포함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업체의 주민관리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 지역에서 만난 태양광 발전소 반대 주민은 “시골 노인들을 만만하게 보는 게 화가 나요. 돈 몇 푼 쥐어주고 설득 끝났다면서 발전소를 짓고 있잖아요”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S씨는 부지 선정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 빨리 분양을 받는 게 유리하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K업체가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 2년 동안 허가 조건은 점점 강화됐다고 했다. 도로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민가와도 점점 멀어져 지을 수 있는 부지의 값도 올랐다.
그는 1년 가까이 걸리는 허가가 까다롭다보니 허가가 나기 전까진 계약금만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허가만 떨어지면 공사는 3개월 안에 일사천리로 완공할 수있다. 한 태양광 분양업자는 “공사가 끝난 발전소의 경우 2,000만 원씩 피가 붙어 팔리기도 한다”며 “1년 씩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토지세만 빼면 크게 세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서 피가 붙어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고 말했다.

‘정부’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

이렇게 좋은 수익성이라면 자본이 밀려들 것이고 소규모 사업자들은 찬밥신세가 되진 않을까? S씨는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켰다. “소규모 사업자가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난리나죠.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 몇 기가 없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이제 신재생이 뜰 거예요. 독일처럼 전기를 많이 쓰게 되면 그린요금을 많이 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민간발전소가 탄소배출권을 사 듯 민간인들도 그렇게 하라는 거죠.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하면 비판이 나오니까 신재생에너지 사용 요금을 내라는 식으로 선전하는 거죠.”

당장 투자할 돈이 없어도 걱정은 금물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태양광 분양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지원을등에업고소규모태양광 발전사업자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은 근래 최대의 ‘투자 수혜 상품’으로 떠올랐다. S씨는 매주 지역을 돌며 분양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는데, 최근에는 예상 인원의 몇 배가 많은 규모가 참석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투자 수익이 제1목표가 된 태양광 발전. 이 반짝이는 투자 상품으로 진짜 ‘빛’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과거 지역 주민들을 소외시키고, 자본을 지탱하는 논리로만 추진되던 원전과는 다른 모습일까. 밀어붙이기 식 에너지 산업재편, 이윤 논리로 운영되는 공공재, 여전한 에너지 독점. 내게 광(光) 같을 줄 알았던 태양광은 여전히 우리의 '빛'이 아니었다.[워커스 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