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동양시멘트지부, 본사 항의 면담 끝에 25일 교섭 약속 받아내

1년 8개월 만에 교섭 재개…지부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 물을 것”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2년 넘게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양시멘트지부가 오는 25일 원청인 삼표시멘트 사측과 노사교섭에 나선다. 2015년 11월 이후 1년 8개월 만의 교섭으로 최명길 삼표시멘트 대표가 직접 교섭을 약속했다.


‘동양시멘트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8일 오전 (주)삼표시멘트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에서 삼표시멘트의 부당노동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삼표시멘트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멈추고 동양시멘트지부와 즉각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공대위가 지적하는 부당노동행위는 노동부, 법원의 위장도급 판결에도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집단 해고한 점, 해고 당사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한 점 등이다.

공대위는 이같은 비판이 담긴 항의서한을 삼표 본사에 전달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서려 했지만 빌딩 보안팀에 의해 막혔다. 로비를 막는 보안팀과 10분간 대치 상황을 이어가는 중 최병길 대표가 1층으로 내려와 항의 서한을 받았다.

  항의서한 전달 받고 공대위와 이야기 중인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오른쪽)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음 주 화요일 삼척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측이 노동자들과 개별 협의에 나서겠다며 상급단체를 배제했던 행동에 대해서도 방침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직접 일했던 당사자들과 만난다는 원칙을 견지했지만 그 방침을 바꿔 이제는 조합 단체와 회사가 만나겠다. 다음 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봉혜영 동양시멘트공대위 소집권자는 “그동안 사측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을 일방적으로 고집했다”며 “노동자들은 노조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대표성을 가진 노조와 수평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대위 소속 김혜진 불안정철폐연대 상임연구원도 “소송 당사자라고 말씀하신 노동자들은 총회를 통해 교섭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대표들에게 위임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와의 교섭에 명확하게 임해야 하고, 교섭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재춘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최 대표가 이번에도 약속을 저버리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3일에도 교섭한다고 해서 공장 정문으로 갔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막지 않았나? 태백지청에서 공무원도 나왔다. 늦어도 내일까지 공문을 보내 정확한 교섭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동양시멘트지부는 “다음 주 교섭이 열린다면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자리 정도가 될 것”이라며 “사측이 교섭에 성실하게 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고자 정규직 복직, 그동안의 체불임금, 해고 기간 임금 산정 등의 문제 등이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부나 정부에서 인정한 위장도급,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등의 잘못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기자회견 및 항의방문엔 이갑용 노동당 대표, 이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공동대표,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를 비롯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도철스님,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정수용 신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남재영 목사 등 종교인들도 참석했다.

교섭 약속에도 불안한 이유

동양시멘트지부는 699일째 조합원 복직 투쟁 중이다. 2015년 8월 19일부터 삼표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각종 집회를 통해 삼표시멘트 사측의 부당함을 알렸다. 위장도급, 불법파견 판결을 이끌어내는 성과도 남겼다.

2015년 2월 고용노동부는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들이 사실은 동양시멘트 원청의 노동자라는 것을 확인하며 ‘위장도급’ 판정을 내렸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도 모두 부당 해고,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동양시멘트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했지만 동양시멘트는 101명에 대한 집단 해고를 단행했고 그 사이 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며 원청사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엔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도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사측은 13억에 이르는 벌금(이행강제금)을 내면서까지 정규직 전환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뜻을 밝혀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 대표는 공대위와 만난 자리에서 내내 ‘대화’를 강조했다. “대화로 풀어야지, 법으로 풀 일이 아니”라고도 했지만 사측은 노조, 노동자를 대상으로 각종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 23명에게 50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바 있고, 6억 원에 가까운 가압류는 이미 집행됐다.

김세진 동양시멘트지부 사무국장은 “앞에서는 대화의지를 피력하지만 막상 노조에서 위임된 권한을 받아 교섭하려고 하면 원고 대상자에 한정해서 협의를 하려고 하고 노조와의 대화를 파기한 전력이 부지기수다. 교섭 공문을 보내면 대표는 피해 다니기 바빴는데 이번은 다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