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누구를 위해 개헌의 종은 울리나

조선일보의 보수정권 재창출 로드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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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워커스》는 26호 기사 <조선일보발 정권재창출 프레임과 촛불의 향배>에서 4월부터 최순실 취재를 시작한 조선일보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며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프레임을 짜 왔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친박과 박근혜 정권을 버리고 새로운 보수대연합을 통한 보수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열었다. 이를 위해 ‘권력 감시하는 언론 VS 부패한 정권’, ‘대통령 2선 후퇴-거국내각’, ‘평화시위’라는 프레임으로 현 국면에 대응해 왔다. 이번 호에서는 새로운 보수연합을 어떻게 구성하려는지, 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나 탄핵이 아니라 2선 후퇴 또는 질서 있는 퇴진과 거국 총리가 개헌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본다. 최종적으로 개헌을 매개로 한 보수정권 재창출 로드맵의 구성을 알아본다.


조선일보의 숨은 프레임 ‘거국총리 = 개헌’
헌법도 안 바꾸고 이원집정부제 실현(?)


조선일보는 단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즉각 하야나 퇴진을 종용하지 않았다.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탄핵도 반대했다. 퇴진이 불가피해졌을 때조차, 일정 기간 대통령직을 유지한 채 퇴진 시점을 못 박는 ‘예고 하야’, ‘질서 있는 퇴진’ 등을 주장했다. 즉각 퇴진이나, 탄핵과 같이 일거에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면 국정이 마비되고 혼란이 가중된다는 이유였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나 모든 권한이 즉시 정지되는 탄핵 절차를 그토록 반대한 것일까? 정말 국정 혼란을 우려한 우국충정의 발로일까?

즉시 퇴진을 하면 헌법이 정한대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 문재인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아 이를 반대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탄핵에 대해서도 극렬 반대했다. 오히려 탄핵이 가시화 되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예고 하야’를 하라고 압박하면서까지 탄핵을 막으려 했다. 탄핵 절차가 개시되더라도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면 된다. 2선 후퇴 후 거국 총리가 내치를 하던, 탄핵 개시 후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던 사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국정혼란이 탄핵 반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즉각 퇴진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만큼이나 국회가 임명한 ‘거국 총리’도 어떤 이유로든 관철시키려 했다. 조선일보는 ‘예고 하야’를 하더라도 국회에서 거국 총리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넘어가더라도 황교안 총리가 자발적으로 사퇴하면 법에 따라 부총리가 권한 대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임명한 거국 총리가 대행을 맡아도 된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일보 프레임의 핵심은 즉각 퇴진이나 권한이 정지 되지 않고 ‘2선 후퇴한 박근혜 대통령’과 ‘거국 총리’다. 조선일보는 10월 26일 첫 사설을 통해 2선 후퇴하고 국방만 담당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거국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라는 프레임으로 현 사태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그림이다.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갖고, 행정 수반은 국회가 임명하는 총리가 책임지는, 바로 이원집정부제다. 조선일보는 이 기회에 이원집정부제라는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을 개헌도(!) 하지 않고 먼저 실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든 궐위되면 헌법에 따라 권한을 물려받은 총리는 대통령과 같은 권한을 갖기 때문에 그냥 대통령제인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식물상태지만 형식적으로 존재하고, 거국 총리와 거국내각이 들어서면 이는 권력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조선일보발 개헌론

10월 24일 최순실 PC 보도가 있기 몇 시간 전, 박근혜 대통령은 불과 1주일 전까지도 반대하던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누가 봐도 최순실 논란을 물타기 위한 개헌론으로 읽혔다. 결국 박근혜 발 개헌은 바로 몇 시간 후 JTBC보도로 묻혀 버렸고, 개헌 논의 자체가 물 건너 갔다. 그런데 이틀 후 조선일보는 개헌의 ‘개’자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총리’로 자신의 개헌 의제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하지 않고 상황을 모면하고자 애를 썼고, 김병준 총리내정자를 일방적으로 임명하자 결국 조선일보는 직접 개헌과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11월 3일 양상훈 논설주간은 거국 총리가 개헌하고 조기대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지금의 틀을 크게 손대지 않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개헌으로 가는 것이 옳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핵심은 실질 권한을 가진 총리제도와 함께 대통령과 검찰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다”라며 이원집정부제와 검찰권 독립을 주장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는데, “개헌을 빨리하면 현 대통령 임기를 자연스레 단축할 수 있다. 현행 헌법상 개헌은 여야가 개헌안에 합의만 하면 두 달 안에 국민투표까지 모든 절차를 끝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 후에 새 헌법으로 바로 대선을 치르면 수개월 내에 새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임기단축 개헌까지 자연스럽게 진행해서 조기대선을 치르되, 그 사이 거국 총리와 내각이 주도하는 개헌을 이뤄가자고 했다.

개헌 논의야말로 탄핵보다 더 국정을 혼란시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대선 전에 반드시 하자는 것이다. 개헌 협상이 2개월 만에 끝날 리도 만무하고 각 정치세력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인데, 국정혼란을 우려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주장을 쏟아냈다. 그것도 불과 몇 개월 안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고, 몇 달 뒤 또 대선 투표를 각각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발 개헌론은 그렇게 점화됐고 국회 안팎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탄핵정국 넘어서 개헌 살리기

하지만 11월 20일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공범으로 지목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2선 후퇴를 수용하지 않고 ‘법대로’를 외치면서 버티기에 나섰다. 여기에 100만 촛불집회가 참가자 늘리기에만 몰두하고 ‘평화시위’ 프레임에 갇히면서 퇴진을 관철할 힘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그런데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사실상 범죄 피의자로 규정하면서 헌법이 정한 탄핵 절차의 진행이 매우 순탄하게 됐다. 민주당 등 야당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까지 합세하면서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인 200명을 넘겨 정국은 급속하게 ‘탄핵’으로 빨려들어 갔다.

조선일보는 즉각 퇴진만큼이나 탄핵도 피하고 싶어 했다. 두 가지 이유인데, 앞서 밝힌 대로 식물상태로 당분간 박근혜 대통령이 존재해야 거국총리와 함께 이원집정부제를 먼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가져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과 같은 다른 논의가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정국은 탄핵으로 급진전했고, 청와대까지 탄핵 불사를 외치면서 탄핵은 불가피한 과정으로 정리돼 갔다. 이 상황에서도 조선일보는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목 놓아 외쳤다.

11.21일자 사설
“지금 정가에선 탄핵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도 함께 추진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개헌 합의가 빨리 이뤄지면 박 대통령 임기도 자연스럽게 단축시킬 수 있다.”
11.22일자 사설
“대통령과 측근들의 농간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권력을 분산하고 여야 간 협치의 문을 열어주는 개헌은 의지만 있으면 탄핵 절차 진행 중에라도 추진할 수 있다.”
11.23일자 사설
“새누리당이 가짜 보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나 각오가 없다면 차라리 없어진 뒤에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 정당의 재탄생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11.24일자 사설
“저변을 살펴보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을 제외하고는 개헌 필요성에 찬성하는 쪽이 훨씬 많다. 여야 전직 의원 150여명이 참여한 '개헌 모임'도 이날 탄핵과 개헌을 병행하자고 했다.”
11.25일자 사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때가 개헌을 논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합의가 되면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각 대선 후보들이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완수하겠다는 공약을 하면 된다.”
11.26일자 사설
“그는 야권에서도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개헌론을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개헌론자였던 문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꾼 것은 정권을 잡게 됐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한다.”
11.28일자 사설
“원로 모임은 여야가 이를 수용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고 거국 중립 총리를 추천해 대선까지 국정 전반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 추진도 제안했다.”
11.29일자 사설
“그때까지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국정 전체와 대선 관리를 맡기게 된다면 안보와 경제에 주는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주어진 기회에 이런 참담한 사태를 부른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탄핵이 사실상 공식화 된 11월21일 이후,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일요일(11월27일)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사설을 통해 탄핵 대신 ‘예고 하야’를 하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고, 탄핵 추진세력을 비판했으며, 어찌 됐든 개헌은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개헌은 거의 매일 사설에 등장했다.

개헌과 보수연합, 보수정권 재창출 로드맵

현 국면대로라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보수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한 조선일보의 완승으로 끝맺을 가능성이 크다. 12월 9일까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일정을 국회가 합의하면 탄핵정국은 물론 촛불도 수그러들게 된다. 물론 그 열쇠는 새누리당 비박계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못 박고 2선 후퇴를 한다면 비박계가 이 일정에 따를 가능성이 높고, 야당도 더는 탄핵을 추진하기 어렵다. (편집자주 -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12월 2일 6차 범국민행동에 역대 최대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