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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권력 집중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워커스 25호] 중국 공산당 18기 6중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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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과 힐러리와 트럼프의 미국 대선 소식에 밀려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도 지난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중국 공산당 18기 6중전회라는 중요한 회의가 개최됐다. 이 글에서는 18기 6중전회를 둘러싸고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중국 정세에 관해 간단하게 개괄하고자 한다.

[출처: 인민망]

중국 공산당의 권력 구조와 중전회

일단 18기 6중전회라는 회의 이름부터 많이 생소할 수 있다. ‘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줄임말이다. 이 회의가 과연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우선 중국 공산당의 권력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중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베이징 지국장을 지낸 리처드 맥그레거는 2010년 출판해 베스트셀러가 된 중국 공산당을 분석한 저서 에서 익명의 한 중국인의 말을 빌려 “당은 신과 같다.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라고 책의 첫머리를 시작한다. 실제 중국 공산당은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정한다. 헌법상 우리로 치면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최고 권력기구지만, 그렇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은 전인대 뿐만 아니라 국무원(중앙정부), 인민해방군,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모든 정치기구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는 “당이 결정하면, 전인대는 통과시켜주고, 국무원은 일을 하며, 정협은 옆에서 박수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에서 가장 큰 힘을 장악한 집단은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다. 중국 공산당 당원 수는 8,800만에 이르는 데(이는 독일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전국대표대회에 모이는 인원이 2,000여 명이고, 이중에서 중앙위원회로 선출된 인원이 200여 명(후보위원은 170여 명)이다. 이 중앙위원회에서 당과 국가기구의 요직을 담당하고 있는 25명의 중앙정치국원이 추려지며, 또 이중에서 7명이 상무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7명의 상무위원이 각각 공산당을 비롯해 전인대, 국무원, 정협 등 주요 국가기관의 책임자를 맡아 중국을 통치해나가는 것이 중국 정치의 시스템이다.

중국 공산당의 전국대표대회는 5년에 한 번 열리고 이 회의에서 위에 언급한 당의 주요 인선이 결정된다. 이 5년간이 한 회기이며, 그 안에 주로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약칭이 중전회로 이 회의에서 중국의 주요한 정책 방향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결정된다. 현대 중국의 방향타를 크게 돌렸던 개혁개방으로의 노선전환은 1978년 11기 3중전회에서 결정됐고, 1993년 14기 3중전회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공식화했으며, 2003년 16기 3중전회에서는 과학적 발전관을 당의 주요 이데올로기로 내세우기도 했다.

18기 6중전회에서 드러난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

이번 18기 6중전회가 유독 주목을 받은 이유는 내년 열릴 19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구성될 시진핑 집권 2기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그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적어도 1990년대 이후부터 중국공산당은 지도부의 승계 규범을 확립하고, 집단 지도체제를 정착시켜 권력의 1인 집중을 막고, 권력 엘리트 교체를 나름대로 제도화했다. 그렇기에 내년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새로운 세대 중 누가 시진핑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에 많은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이 주목했으며, 보도의 방향도 대부분 권력투쟁 쪽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예를 들어 시진핑과 국무원 총리 리커창이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기에, 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가 10년 임기동안 함께 중국을 이끈다는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리커창이 내년에 낙마할 것이라는 설도 나왔다. 상무위원회의 잠재적인 연령 상한 규칙인 ‘칠상팔하(七上八下: 당대회 시점에서 67세는 상무위원회 진입이 가능하고 68세는 은퇴해야한다는 내규)’에 대한 수정이 가해질 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이 규칙이 수정된다면, 현재 중국 공산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反부패 드라이브의 핵심인 왕치산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연임이 가능해지고, 심지어 2021년 시진핑의 나이가 68세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차기 지도부를 선임하지 않고 시진핑이 집권 시기를 더 연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권력 엘리트들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보도와는 달리, 또 한편으로는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을 예측한 보도와 비슷하게 이번 18기 6중전회에서는 “18대 지도부 이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은 몸소 체험하고 힘써 실천했으며 솔선수범해 전면적 종엄치당(從嚴治黨: 엄격한 공산당 관리)을 확고하게 했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나왔다. 이후 쏟아진 전문가들 예측도 심지어 당이 상무위원회를 폐지하고 중앙정치국 중심으로 정치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부터 시진핑이 마오쩌둥 이후로는 폐지되었던 당 주석직을 부활시켜 종신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과감한 예측까지 나왔다.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시진핑 1인으로의 권력 집중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특히 서구의 자유주의 근대화론의 시각(보통 개발도상국에서 시장경제의 도입은 경제발전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자율적 시민사회가 형성되며, 그 결과 사회는 더 이상 국가의 명령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없고,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를 보호해줄 수 있는 정치개혁과 자유민주주의를 필요로 하게 된다)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의 권력 집중은 전제정치로의 퇴행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이 1인 독재로의 회귀라기보다는 다방면에서 한계에 부딪혀있는 중국의 여러 문제(빈부격차, 부정부패, 생태위기, 경제성장률 둔화, 미국과의 대결 등)를 고강도로 개혁하기 위해 당 안팎에서 합의를 통해 권력 안정화를 도모한 것이라 보기도 한다. 특히 시진핑으로의 권력 교체기에 발생하여 당을 뒤흔들었던 ‘보시라이 사건’이나 ‘저우용캉 사건’으로 인해 권력 분점이 당의 안정을 깨고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보았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내 좌파 지식인 일부에서도 엘리트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전횡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적어도 기층의 요구를 지도부가 전폭 수용하여 불평등을 완화하고 부정부패를 철저히 단속할 수 있다는 단서 하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개혁개방으로 인한 자본주의 도입 이후 중국의 정치구도를 ‘상층(당 지도부) - 중층(신흥 부르주아 계층) - 하층(기층 민중)’이라는 삼층 구조로 보고 중국의 과제는 상층이 하층의 요구를 수용해 중층의 자본주의적 지향을 막고 사회주의적 민주와 기층 인민을 위한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노동자는?

이런 중앙으로의 권력 집중은 위에서 얘기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당에서 노동자를 비롯한 기층 인민에게 행한 정책이나 조치를 살펴보면, 과연 자신이 얘기하고 있는 사회주의 민주와 군중노선으로 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단적인 예로 작년 겨울에 중국 당국은 광동 지역의 노동 NGO들과 활동가에 대해 대대적인 탄압과 억류 조치를 했다. 관영언론을 동원해 이들을 해외로부터 자금을 받아 사회불안을 조장한 세력으로 칭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의 SNS 상에서 노동자들은 1922년에 군벌정부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중국 공산당을 탄압했던 것에 비유하며 당국의 행위를 조롱하기도 했다. 당시 군벌정부가 마오쩌둥을 비롯한 초기의 당 활동가들을 잡아들였던 이유가 바로 “노동자들을 선동하고 외부의 자금을 받아서 비합법적인 조직을 결성하여 사회의 안정적인 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역사가 모리스 마이스너가 자신의 저서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의 마지막 문단에서 중국 공산당에 대해 경고한 내용은 아직도 의미심장하다.

“분명한 것은 정치권력 독점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도시의 노동계급이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공산당 지도자들은 젊었을 때 읽은, ‘자본주의는 자신의 무덤을 팔 사람들을 근대 프롤레타리아트라는 형태로 창조한다’는 칼 마르크스의 예언을 희미하게 기억할지 모른다.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이미 반쯤 잊혀진 듯 보이는 이 예언이 서양의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그것도 근대 산업 노동계급의 이익, 열망, 역사적 사명을 구현한다고 주장하며 통치하고 있는 공산당에 반대하는 가운데 실현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워커스 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