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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일국양제, 홍콩에 드리워진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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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은 1997년에 중국이 홍콩으로부터 주권을 돌려받은 날이다. 중국은 중국 정부의 법이 아닌 홍콩에 적용되는 <홍콩기본법>에 따라 홍콩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 원칙에 따라 홍콩 문제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영국의 통치 아래서 서구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적응해 온 홍콩 시민들에게 중국의 일당 독재 통치는 불편하고 두려운 대상이었다. 매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6월 4일과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7월 1일에는 홍콩 시민들이 중국 정부를 향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2003년에는 <국가안전법> 제정에 반대하며 5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시위에 참여하여 정점을 찍은 바 있다.

홍콩은 1997년에 중국과 영국의 합의를 통해 2047년까지 사회주의 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은 입법부인 입법회, 행정부인 행정 의회, 사법부인 홍콩법원이 있으며, 홍콩의 수반은 행정장관인 렁춘잉(梁振英)이 맡고 있다. 그런데 입법회와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의 구성 방식이 친중파에 유리하게 짜여 있는 문제 때문에, 홍콩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그래서 2017년에는 행정장관을 직선제로 선출하기로 합의했으나, 2014년 8월에 중국 전인대는 중국 정부가 허락하는 후보만이 행정장관으로 출마하도록 자격을 제한하면서 직선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그리하여 이에 항의하는 홍콩 시민의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고 이것이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홍콩 우산 혁명의 배경이다.

  28M 길이 배너 "나는 실제의 보통선거를 원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Art of the Umbrella Movement'(2014년 홍콩 우산운동 예술작업 중)]

이렇듯,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와 오랜 시간 학습된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홍콩 시민들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되고 있으며, 홍콩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反)중국 및 홍콩 독립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특히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죠슈아 웡은 올해 4월, ‘데모시스토(Demosisto)’ 정당을 창당하고 올해 9월에 열리는 입법회 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밝히는 등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작년 11월에 열린 홍콩 지방 의회 선거에서 우산 혁명 시위에 참여했던 활동가 8명이 당선된 바 있어서, 홍콩의 젊은 세대들이 홍콩 독립까지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중국 당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잡지를 판매했던 서점 주인과 직원 5명이 2015년 10월에 잇따라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들은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 점장인 람윙키(61) 씨, 코즈웨이베이 서점 리보(65) 대표, 마이티커런트 출판사 구이민하이(51) 대표와 뤼보(45) 총경리, 청지핑(32) 매니저로 실종된 지 수 개월이 지난 올해 3월이 지나서야 1명씩 홍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특히, 람윙키 씨는 6월 16일에 홍콩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작년 10월 24일 중국 선전에 갔다가 중앙특별안건팀에 연행돼 눈을 가린 채로 1,100킬로미터 떨어진 저장성 닝보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중앙특별안건팀은 중국 공산당이 당 차원에서 구성하는 특별 조사팀으로 각 임무에 따라 반부패 부처 간부와 고위 경찰관, 군 장성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람윙키 씨는 “5개월간 독방에 감금된 채 변호사 등 외부와 소통이 금지됐다”며 “조사 요원들은 ‘서점 고객 명단을 넘겨주면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 회견 동기에 대해 “권위주의 권력에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는 걸 말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지난 2월 중국 TV에 나와 불법 서적 밀반입 혐의를 자백한 것은 중국 당국이 준 대본대로 읽은 것”이라고 했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일국양제”의 기본 방침에 의하면 홍콩특별행정구의 사법 기구 및 경찰 기구에서만이 홍콩의 법률 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그 외에 다른 기구나 다른 국가가 관여하는 것은 홍콩기본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공민당 입법회 의원인 클라우디아 모는 이번 납치 사건이 단순한 납치 사건이 아니라 홍콩 안보 정책과 출판의 자유와 밀접히 연관되는 사건이라고 표명했다. 상황을 따져 보면 뤼보 씨는 홍콩 내에서 중국 대륙의 경찰에 연행됐을 가능성이 크며 그 목적은 대륙의 정치에 관련된 간행물을 홍콩에서 출판하는 것을 막고 홍콩 시민의 언론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콩 시민 사회 역시 이번 서점 관계자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납치는 홍콩기본법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이 비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은 1월 5일 기자 회견 당시 홍콩 서점상 납치 사건에 관해 아는 바가 없으며 아무런 답변도 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가 람웡키 씨의 폭로가 있자 6월 17일에 홍콩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람윙키는 중국 공민이며 중국 정부는 법에 따라 처리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홍콩뿐만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중국 정부의 납치에 대해 비판을 하는 가운데, 올해 중국 주권 반환 기념 시위가 지난 7월 1일에 열렸다. 주최 측 추산으로 11만 명이 참여한 이번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현 렁춘잉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직선제 안이 작년 6월에 입법회에서 이미 부결된 바 있다. 따라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현행대로 1,200명의 선거인단에서 선출되는 간선제 방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나, 중국 정부와 홍콩 행정부는 계속해서 직선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홍콩의 운명은 올해 9월에 있는 입법회 선거에서 결판이 날 전망이다. 만약 민주파를 비롯해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던 청년 세대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약진할 경우, 행정장관 및 입법회 선거 제도를 완전한 직선제로 개혁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청년 세대의 강력한 지지로 탄생한 민진당 정부에 이어 중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서점 주인 납치와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일국양제의 근간을 스스로 훼손하지 않을 때만이 중국 정부가 고수하는 ‘하나의 중국’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홍콩과 대만의 청년 세대에게 조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때다. 여차하면 무력으로 진압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태로 결코 제2의 천안문 사태와 같은 유혈 진압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는 홍콩과 대만뿐 아니라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워커스 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