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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의 ‘해피 사내유보금’과 ‘헬조선’ 현실의 차이

[연속기고(2)] 전경련, 사내유보금에 대한 정치선동을 중단하고 상식의 세계로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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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지난 4월 21일 전경련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가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대중운동을 통한 재벌사내유보금환수특별법 제정이 2016년 핵심운동 방향이다. 또한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라는 슬로건으로 300여 단체가 모여 출범한 <재벌책임공동행동>이 5월 23일 전경련 경총 규탄의 날을 시작으로 27일까지의 집중행동을 앞두고 있다. 24일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의 날’, 25일 ‘공룡유통재벌 OUT 중소상인 노동자 청년 시민 행동의 날’, 26일 ‘간접고용 철폐의 날’을 거쳐, 27일에는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 공동행동의 날’로 주간의 실천을 모아낼 계획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대중의 생존해법으로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주장하는 <사내유보금환수운동본부>의 주장을 차례로 소개한다.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에 대한 개략적 설명에서부터, 재벌사내유보금의 구체적 축적 양상,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 이후 사내유보금환수운동의 발전 전망까지를 포괄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연재 순서>
(1) 사내유보금 곳간을 열어라
(2) 전경련 보고서 반박
(3) 삼성-현대차그룹 이윤축적과 노동착취
(4) 구조조정과 사내유보금
(5) 환수운동의 전망


1주일 전인 5월 17일, 전경련이 ‘기업 사내유보자산 증가는 경제에 플러스(+) 시그널’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이게 참 골때리는 물건이다. 전경련은 사내유보금이 많다는 것을 일단 인정한다. 그런데, 사내유보금이 많을수록 투자를 많이 하고 고용·배당·법인세 등도 많이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사내유보금이 많을수록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결과를 낳고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작년에 제기되었던 ‘사내유보금 환수’ 논의 등 ‘불필요한 논쟁’을 이제는 제발 멈춰달라고 이야기한다.
처음 보면 전경련 말이 맞지 싶다. 그럴 듯 해 보이게 어려운 숫자들도 많이 집어넣고 통계도 있고 어려운 말들 잔뜩 써 놔서 ‘아 그런가보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아니다. 사내유보금이 많을수록 국민경제에 플러스가 된다는 말은 거짓이다.
전경련은 상당한 공을 들여서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과연 그것이 사실인가는 뒤에서 살펴보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은 지금 너무 힘들게 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전경련이 숨기려고 하는 사내유보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뭐 전경련 말대로 투자 되는지 안 되는지 그거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더 이상 이렇게 ‘기업하기만 좋은 나라’는 용납되어서는 안 되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전경련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우리 삶의 현실을 살펴보자. 첫 번째. 기업소득은 왕창 느는데 가계소득분배율은 개판이다.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의 발표에 따르면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속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두 번째로 빨랐다. 반면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에서 다섯 번째로 빠르게 줄었다. 두 번째. 저임금노동자비율이 너무 높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역시 OECD 중에서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비율은 23.9%로 세계 2위다. 장시간노동으로 가면 작년에 연간 2285시간으로 세계 1위 했다. 세 번째. 비정규직 문제가 너무 심각하고 재벌들은 비정규직 양산·노조파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실업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네 번째. 이러한 결과는 가계부채의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자살률 증가로도 나타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좀 전에 1,000조를 넘었는데 금새 작년말 1,207조로 불어났다. 그렇게 살기 힘드니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8.4명으로 또 OECD 1위다.
전경련의 주장과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연결시켜 생각해보자. 저거들 말대로 투자를 겁나게 해서 경제가 좋아진 상황이라고 한번 쳐 보자. 그런데도 이렇게 못살겠다 헬조선 소리 나오는 수준이라면, 대한민국이라는 가게는 빨리 문 닫아야 여러 사람 피곤하지 않다. 사내유보금 많이 쌓아서 국민경제에 큰 기여 해서 이 상황 된거면 혹시 그 잘난 기여도가 조금만 줄어들면 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하기도 두렵다. 재벌들 경제기여인지 뭐시긴지 한 두어번만 더 했다간 대한민국 집안 살림 다 거덜내고 대들보까지 뽑아먹을 판이다. 결론은 전경련의 주장이 허튼 소리라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에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겨우 몇 쪽짜리 글 끼적인거로 대중들이 삶에서 현실로 느끼는 문제들을 지워버리려고 하다니 그거는 좀 아니지 싶다. 현실은, 노동자민중이 만들어낸 거대한 사회적 부가 오로지 재벌을 비롯한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소는 다 말라서 뼈만 남아 죽어가고 거머리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서 제자리에서 뒤집어져서 다리 까딱까닥거려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나.
이런 현실 속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전경련이 어떤 신기한 논리를 펼쳐서 변명을 하던간에 그 변명과 무관하게 사내유보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일단 지적하고 싶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실업 해결 등이 너무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경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지만

우리가 정당한 이유는 한번 봤으니까, 이번에는 우리도 배운 사람처럼 이야기를 해보자. 전경련의 주장은 객관적으로 사실과 다르다. 전경련은 상위 10개사의 현금흐름표상 유형고정자산에 대한 국내투자액이 2015년도 기준 38조 360억원으로 14년도 기준 24조 6793억원에 비해 13조 3567억원(54.1%)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뭔가 생산적인 존재로 보이고 싶었나본데 숫자에 쫄지 말고 차근차근 따져보면 허당이다.
대표적인 투자 증대 기업이라고 내세우는 현대자동차부터 살펴보자. 14년 기말 장부금액 기준 유형자산은 14조 9107억원에서 15년 기말 기준 20조 9222억원으로 6조 115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그 증가분의 절대다수는 한전 부지 부동산 투자였다. 이는 흔히들 비생산적 투기라고 평가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결코 전경련이 주장하듯이 국민경제에 생산적 기여를 하는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현대차가 강남에 노른자위 땅을 10조원 주고 사들인 것이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생산적 설비투자의 지표인 건물 부분은 14년 3조 1395억원에서 15년 3조 3167억원으로 정체했으며, 핵심인 기계장치 부분은 심지어 3조 9169억원에서 3조 8486억원으로 줄어들기까지 했다.(순투자액보다 감가상각액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생산적인 부동산 부분은 14년 4조 5629억원에서 15년 10조 5188억원으로 5조 9559억원 증가했다. 이는 한전 부지 대금 중 현대자동차가 부담한 5조 8025억원과, 유형자산 증가액 6조 115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이 때문에 기계와 건물에 대한 생산적 투자가 크게 없었음에도 마치 현대차가 6조원이나 투자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된 것이고 전경련은 이를 알면서도 악용했다.
전경련이 상위 10개사로 꼽은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똑같다. 기아자동차의 유형자산은 14년 7조 8528억원에서 15년 10조 1347억원으로 2조 2819억원 증가했지만 부동산 부분 증가액이 2조 192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한전 부지 기아자동차 부담금 2조 1100억원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모비스의 유형자산도 14년 2조 5369억원에서 15년 5조 3312억원으로 2조 7943억원 증가했지만 역시 부동산 부분 증가액이 2조 693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한번 부지 현대모비스 부담금 2조 6375억원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이들 현기차그룹 3개사의 15년도 땅투기 부동산 자산 증가액 10조 8425억원을 빼면 전경련이 자랑하는 투자 증가액 13조 3567억원은 허당이 되는 것이다. 또한 현기차그룹사들 외에도 꼼꼼히 들여다보면 거짓말이 널려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포스코의 경우 유형고정자산은 14년 22조 3232억원에서 15년 21조 5141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전경련이 좋아하는 ‘현금흐름표상 투자액’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 13조 9246억원 중 무려 11조 8792억원이 땅투기와 마찬가지로 돈놀이에 해당하는 단기금융상품에 투자되었고 겨우 1조 4669억원만이 전경련이 자랑하는 유형고정자산에 투자되었는데 이는 심지어 14년도 투자액인 1조 6438억원보다 줄어든 수치였다. 전경련은 거짓 선동을 멈춰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경련의 주장과 반대로 재벌의 투자가 시원찮고 오히려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2014년 11월 3일 새정연 추미애 의원이 국회 정책예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현기차를 포함한 2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2009년부터 5년간 2배 가까이 느는 동안 실물투자액(현금흐름표 상 기계장치 취득, 공구·기구·비품 취득, 건설 중 자산 증가액을 합한 것)은 70.9% 감소해서 1/3 토막이 났다. 또한 2015년 7월 9일 재벌 연구기관인 CEO스코어데일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30대 재벌의 2014년 총 투자액은 149조원으로 2013년 대비 10조원(6%) 감소했으며, 특히 설비투자가 11%나 급감했다. 심지어 조선일보마저 얼마 전 4월 18일에 사설을 통해 2015년에 30대 재벌의 고용인원이 4519명 줄어들었고 특히 삼성재벌에서 1만 3600명이 줄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을 정도다.

한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 오민규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10대 재벌 비금융 상장사 87개사의 자산규모는 82조원 가량 늘어났고 사내유보금은 70조가 증가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돈놀이에 해당하는 금융자산과, 재벌의 기형적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계열사 주식 지분에 집중되었다. 금융자산에 36조, 계열사 지분에 12조가 늘어나는 동안 전경련이 주장하는 ‘투자’에 해당하는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합친 부분은 고작 21조로 총 자산 증가분의 약 30%가 늘어났을 뿐이었다. 전경련이 조사 대상으로 설정한 2015년도 이러한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민규씨의 또 다른 연구결과에 의하면 2015년 삼성재벌의 사내유보금이 15조 2900억원 증가하는 동안 투자자산은 고작 1조 5700억원 늘었을 뿐이었다. 현대기아차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10.15조 증가한 반면 투자자산은 한전부지 땅투기를 제외하면 3조 2200억원 늘어났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투자 프레임에 얽매이면 지는거다. 지금 같은 ‘기업하기만 좋은 나라’ 구조에서는 아무리 투자가 늘어난들 기업의 돈벌이가 더 잘되는 것 뿐이다. 전번에 이명박이가 4대강에 22조를 풀었다는데 건설기업들은 득봤지만 건설노동자들 처지가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고 노동자서민은 득 본게 없다. 투자를 해야 고용이 는다는 것은 친기업 이데올로기 프레임의 결과다. 기업 이윤을 어떻게 노동자들의 몫으로 뺏어올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지, 투자 확대는 우리가 목 매야 할 것이 결코 아니다.

전경련이 억지주장을 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합니다

이처럼 전경련은 참 저열한 수준의 방법들을 동원해 사내유보금 이슈의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다. 수백개 기업 중에 가장 잘 나가는 상위 10개사와 하위 10개사의 실적을 단순 비교하고 그에 따라 사내유보금이 많을수록 국가경제에 많이 기여한다는 논리는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기 때문에 여러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심지어 CEO스코어데일리와 재벌닷컴 같은 기성 재벌 관련 연구기관들에서도 이번 전경련 보고서에 대해 ‘넌센스’라고 비판할 정도다. 또한 전경련이 최근 밀기 시작한 ‘사내유보자산’이라는 해괴망측한 명칭은 전례도 없을뿐더러 회계학에서 자산의 개념에도 일치하지 않는다. 단지 ‘사내유보금’이란 표현이 직접적으로 기업이 돈을 쌓아두는 듯한 느낌을 주니까 그걸 피해보려고 만들었던 것인데, 저 용어는 아마 얼마 못가 죽어버릴 것이다.
겨우 전경련이 보고서 내고 언론 홍보 선동을 했다고 해서 멈춰질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이 아니다. 환수운동의 정당성은 대중의 현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내유보금 환수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