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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의 쿠데타와 미국 개입 전략의 변화, 브라질

세계 다극 체제의 위기… “쿠데타의 최대 희생자는 노동자 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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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정치가 최악의 시기로 후퇴하고 있다. 우파가 최근 집권한 아르헨티나에 이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가 우익의 정치적 쿠데타 위기에 빠졌다. 이들 우익은 이번엔 총 대신 의회를 동원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좌파 정부를 흔들고 있다. 1970년대 콘도르 작전으로 중남미 좌파 탄압에 나섰던 미국도 가세했다.
2000년대 남미에서는 여섯 번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각국 우익은 2002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2004년 아이티, 2008년 볼리비아, 2009년 온두라스, 2010년 에콰도르, 2012년 파라과이에서 쿠데타에 나섰고 이 중 아이티와 온두라스, 파리과이에서는 집권에 성공했다. 특히 2012년 파라과이에서 성공한 의회 쿠데타가 현재 브라질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이러한 쿠데타 시도에 사로잡힌 핑크타이드(사회주의/사민주의를 표방하는 중도 좌파 노선)의 위기는 비단 남미 좌파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대변해 온 남미 빈민과 노동자의 위기이며 서구 제국주의에 맞선 대안 블록의 위기이기도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미국이 후원하는 우파의 쿠데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커스》는 우익의 ‘소프트 쿠데타’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미국의 개입 전략 변화를 4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브라질, ‘우파의 소프트 쿠데타’

“과연 이 슬픔과 분노, 무력감이 섞인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지금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쿠데타는 브라질 민중을 대표하지 않는 우파의 작품이에요. 거리에 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투쟁해야 할 때입니다. 6개월 동안 미셰우 테메르 정부가 통치하게 놔둘 수는 없어요. 이미 많은 것이 변해 버릴 것입니다.” 노동자당(PT) 티셔츠를 입은 수산나 브라이네가 15일(현지 시각) 브라질리아 도심에서 <텔레수르>에 말했다. 이날 브라질 브라질리아, 상파울루를 포함해 주요 도시에선 우파의 의회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노동자당은 대통령궁, 의회와 헌법재판소 앞을 주요 시위 거점으로 제안하고 시위를 열었다. 수많은 노동자가 “테메르는 나가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2일 상원 전체 회의 표결로 탄핵 심판이 시작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이로써 브라질은 최근 성공적으로 진행된 남미 쿠데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브라질 노동자당은 군사 독재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총파업과 투쟁의 정치적 성과로 탄생했다. 그러나 노동자당 집권 기간 사민주의의 한계와 부패로 자본주의의 모순은 극복되지 않았다. 호세프 정부는 최근 월드컵과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와 개발 정책에 치중했고 세계 경제 위기와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호세프에 대한 이번 탄핵은 불충분한 근거로 브라질 자본가 계급을 대표하는 우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급진 좌파나 민중 운동 진영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우파의 쿠데타 시도는 2014년 대선이 실시된 지 두 달도 안 된 12월 13일부터 시작됐다. 세르지우 모로 판사가 이끄는 일명 ‘세차 작전’의 브라질 검찰팀은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 뇌물 수수, 돈세탁 등의 혐의로 비리 관련자 36명을 기소했다. 여당 의원 다수가 포함된 이 사건에 야당들은 호세프의 책임을 물었고 결국 2015년 9월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을 포함해 5개 야당이 SNS로 호세프 대통령 탄핵 운동에 착수했다. 곧이어 연방 회계 법원이 호세프 정부가 2014년 실업 보험과 저가 주택 공급 등 사회 복지 사업에 필요한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국영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며 이를 불법이라 판결했고 우파는 이를 이용해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야권은 호세프가 2014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적자를 적게 조작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호세프는 예산이 적자일 때 국영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은 역대 정부가 해 온 관례에 따른 것으로 불법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류 언론들도 야당의 탄핵 요구를 지지하면서 호세프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경제 위기 아래 반정부 분위기는 쉽게 고조됐다. ‘세차 작전’을 지휘하는 브라질 검찰이 룰라 전 대통령을 기소하자 호세프 대통령은 면책 특권이 보장되는 장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모루 판사가 호세프와 룰라의 관련 통화를 불법 감청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우파의 공세에 기름을 부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테메르 부통령이 쿠데타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실제 4월 초에는 테메르 부통령이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가정하고 녹음한 14분 분량의 연설이 유출돼 논란이 됐다.

호세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바로 당일부터 브라질 정치는 유턴하기 시작했다. 테메르 부통령은 계급, 성, 인종 모든 측면에서 보수적인 인물로 구성된 내각부터 세웠다. 테메르 자신부터 국영 석유 회사 페트로브라스에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알렉산드르 드 모라에스도 우익 상파울루 안전부 장관으로 사회 운동을 폭력적으로 진압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사는 나라이지만 내각은 전원 백인 남성으로 구성돼 여성도, 흑인도, 성소수자도, 사회 운동이나 브라질 소수자 집단의 성원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 긴축을 명목으로 내각 규모를 22명으로 제한하고 문화 다양성과 인권을 주관하는 문화부, 농업개발부, 여성부, 인종평등부, 인권부를 폐지했다. 이외에도 7명의 장관이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쿠데타는 세 집단이 주도하고 있다. 3분의 2 이상이 부패 문제를 지니고 있는 의회, 모로 판사가 주도하는 사법부와 우파 언론이다. 호세프 대통령 축출에는 미국 정부의 개입도 의심되고 있다. 지난 13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문서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을 대행하는 테메르 부통령은 룰라 정권 연정 파트너 때 미국의 정보원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주 브라질 미국 대사도 2012년 쿠데타가 일어난 파라과이 대사로 일했던 인물이다. 파라과이에서는 현재 브라질과 비슷한 탄핵 과정이 있었다.
노암 촘스키는 미국 독립 언론 <데모크라시나우>에서 호세프 탄핵 과정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훔치지 않은 호세프가 도적단에 의해 탄핵당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소프트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쿠데타, 세계 다극 체제의 위기

브라질은 1822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뒤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적 변화를 경험해 왔다. 1889년 공화제 혁명으로 브라질 식민 제국은 전복됐으나 1902년까지 세계 커피의 65%를 생산했던 커피 대자본이 정부를 주도했다. 잇따른 반란과 반동 뒤 1964년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잔혹한 군사 독재가 시작됐고 콘도르 작전(남미의 군사 정권들이 1970~1980년대 미국 중앙정보국의 지원 아래 좌파 인사를 제거하기 위해 수행했던 전쟁)으로 강행된 파시스트적 법률 아래 쿠데타 물결이 남미 전역을 휩쓸었다. 그러나 쿠데타로 세워진 군부 독재와 우익 정부의 역사는 2003년 노동자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브라질 민중뿐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의 희망이 됐다. 룰라와 함께 경제는 지속해서 성장했고 보우사 파밀리아(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포미 제루(빈곤 제로)와 같은 복지 정책으로 기아와 불평등도 급격히 줄었다. 노동자당은 브라질의 전통적인 부패 문제에 자유롭지 않았지만 인기는 계속됐다. 2010년 룰라는 그의 직위에서 내려왔고 호세프가 브라질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됐다. 호세프는 2014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연착륙한 세계 경제 위기, 월드컵 등 대형 행사 속에서 진행된 긴축 등으로 득표율은 크게 떨어졌다.

세계 언론은 지난 반년간 브라질 쿠데타 시도를 타전해 왔다. 브라질의 현 정치 상황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2억 5000천 명의 인구가 사는 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큰 경제국이며 세계 무대에서도 핵심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미 핑크타이드 정부의 대표 주자이자 미국 중심의 세계를 거부하고 다극 체제를 만들기 위해 추진된 브릭스(BRICs)의 성원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브라질은 지난 3기 노동자당 정부 아래 남미를 가로지르는 진보적인 정부들과 연합했다. <텔레수르>는 “브라질과 이 대륙 나머지 사이의 분열을 몰아가려는 워싱턴으로부터의 압력에도 노동자당 정부는 결코 그들의 좌파 동맹을 배신하지 않았다. 대신 남미 국가의 주권을 방어했으며 그들이 바라는 정부가 어떤 정부이든 그들이 선출한 민중의 권리를 옹호했다. 브라질은 브릭스를 통해 다극적 체제를 지원했고 메르코수르,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와 남미국가연합(UNASUR)을 통해 지역적 독립을 촉진했다”고 평했다. 브라질은 또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와 결속해 왔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쟁에도 반대했다.

“우익 쿠데타의 최대 희생자는 노동자”

<로이터>에 따르면, 테메르 정부는 앞으로 다섯 가지 개악을 주도할 계획이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기초한 최저임금 후퇴, 필수 보건과 교육비의 선택화, 최저임금에 맞춘 연금 기준 폐지, 노동법 유연화, 국유 자산 판매 및 인프라 사업에 관한 기업 양해 확대이다.
사회 운동은 우파의 쿠데타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마르코 안토니오 바라토 무토지농민운동(MST) 활동가는 “테메르가 권력을 잡는다면, 우리는 거리에서 필요한 만큼 오래 우리의 힘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가장 큰 브라질노총(CUT)은 16일 테메르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애초 16일 모든 노동조합 지도자를 초청해 연금 개시 연령을 높이는 개혁안을 설명할 계획이었으나 주요 노총의 거부로 차질을 빚게 됐다. CUT는 “쿠데타의 최대 희생자는 노동자다. 노동자 계급의 성과를 후퇴하게 하려는 조치는 거리와 작업장에서의 투쟁을 유발할 것이다. 우리는 5400만 명이 합법적으로 선출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대변인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CUT에는 3,800여 개의 노동조합이 소속돼 있으며 800만 노동조합원과 2400만 노동자의 이익을 대표한다.
탄핵 심판 절차는 최장 180일간 계속된다. 상원 특별위원회는 탄핵 사유에 관한 심의와 토론을 벌이고, 이 결과를 표결한다. 여기서 과반이 찬성하면 다시 상원 전체 회의가 탄핵안을 표결한다. 상원 의원 81명 중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최종 가결된다. 탄핵 찬반 양측 모두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자 오는 10월 실시되는 지방 선거에서 대통령 선거를 함께 실시하자는 안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자당은 이에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우익 사회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워커스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