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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할랄 사업’ 추진하자 “무슬림 몰려온다”며 혐오 대란

“무슬림은 테러리스트” 주장 남발···무슬림 의문의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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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대구시 관광과 전화기는 불이 났다. 빗발치는 전화를 뚫고 겨우 연결된 순간, 담당 공무원 목소리에서 단내가 느껴졌다. 그는 아침부터 민원성 전화가 빗발친다는 안타까운 사정을 호소했다. 기자와 통화하던 약 10분 동안 그에게 걸려온 전화가 9통이라고. 이유인즉, 대구시가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할랄식품 육성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아이고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우리는 그저 이슬람 문화권 관광객 편의 제공하는 정도로 사업을 구상해서 보도자료를 냈는데, 무슬림 집단 거주라도 할 것처럼 알려져서 민원이 많습니다. 야단스럽게 하려는 게 아닌데…특히, 기독교 쪽에서 강력하게 반대하는데 사업이 취소될 지경입니다”(강민호 대구시 관광과 해외관광팀장)

대구시는 할랄(Halal) 시장 확대 추세에 발맞춰 할랄식품 인증, 한국형 할랄음식점 인증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Shariah)으로 “허용된 것”이란 의미인데, 할랄 푸드란 너르게는 이슬람 교리가 허용하는 식품을, 좁게는 살아있는 짐승을 이슬람식 도축법으로 도살한 음식을 말한다.

대구시 계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다음 아고라에는 대구시의 할랄식품 육성 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슈청원’(일종의 서명운동)이 올라왔다. 청원 시작 16시간 만에 서명은 1만2천 명을 넘어섰다. 전화 세례는 이 청원에서 관광과 전화번호를 안내하며 항의 전화를 제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처: 다음 아고라 ‘대구 할랄사업 반대’ 청원 갈무리]


이 청원에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가득하다. 지면 부족으로(정신건강을 위해) 청원자 ‘축복’(다음 닉네임) 씨의 요지를 삼단논법의 형식으로 요약해본다.

대전제: 대구시가 할랄 사업을 시행하면 이슬람 사람이 많이 온다.
소전제: 이슬람 사람은 테러리스트, 범죄자다.
결론: 대구시에 테러리스트가 많이 들어온다.
(보너스: “테러방지법 도입이 필요합니다”)


참여자 댓글에도 무슬림 혐오가 가득하다. 이들은 “반대합니다 내나라에서 편하게맘놓고도못지내다니 자국민보호쫌해줘용!!!!!!!”(sellys**), “이게무슨소린가요.,우리나라 성폭력범도 쳐치곤란에전자발찌도모자를판국일텐데..이건모하는건지!반대!”(신사*), “IS가 무엇이며 성폭행이 왠말입니까!!”(복지사*) 등의 의견을 남겼다.

할랄 식품 때문에 무슬림 테러리스트가 온다?···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비자 발급도 어렵다”


이번 사태로 대구시에 거주하는 무슬림(약 5,000여 명, 대구시 추정)은 의문의 1패를 당했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무슬림 김상호(40)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 씨는 이슬람 율법을 따라 할랄 식품만 먹는다. 섬유 공장에서 일하는 김 씨는 공장 식당에서도 돼지고기 등 하람(Haram, 율법에서 허락하지 않는 음식)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먹는 것으로 구박받은 김 씨는 그럼에도 “우리도 우리를 향한 혐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슬람인이 풀어야 할 숙제”라며 묵묵히 일한다.

하지만 할랄 식품 자체에 대해서는 억울한 마음도 있다. 할랄은 도축당하는 동물의 고통을 최대한 줄여주려는 존중의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하메드를 따릅니다. 모하메드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우리도 할랄 방식을 따릅니다. 동물을 고통스럽게 죽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고통스럽게 죽은 동물은 먹어서도 안 됩니다. 한 번에 죽을 수 있도록, 최대한 고통을 느끼지 않게 도축해야 합니다. 한국은 어떻게 도축하나요?”(김상호 씨)
김 씨는 “한국이 기독교화된 것 때문일 수도 있다. 종교적 마찰은 어디를 가나 있을 수 있어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작은 사업 하나로 벌어지는 헤프닝이지만, 대구시의 사업으로 무슬림이 막 많이 온다는 것도 어려운 이야기다.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비자를 내줘야 오는데 현실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장은 “정부나 대구시 차원에서는 대 이슬람 수출 증가나 이슬람 관광객 대상 사업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겠지만, 기독교 입장에서는 이단 종교를 배척할 목적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라며 “그러면 마치 할랄식품 사업으로 마치 무슬림으로 인한 범죄 구역이 생길 것처럼 호도되고 혐오감도 조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