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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문제는 점령”...이스라엘, 발포·즉결 처형·가옥 철거

세계 곳곳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서울서 “지금 팔레스타인은”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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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선의 도로를 끼고 팔레스타인 구역 베이트 바니나와 유대인 정착촌 피스가트 제에프가 마주보고 있다. 육교 하나가 양쪽을 연결한다. 팔레스타인 사촌인 하싼 모하니와 아흐마드 마나스라는 유대 상점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거나 비디오게임을 하기 위해 이 육교를 넘곤 했다. 각각 열다섯, 열세살이다. 하싼과 아흐마드는 지난 12일 칼로 이스라엘인을 공격하려다가 총을 맞았다. 이스라엘 차량운전자의 총에 맞은 하싼은 생명은 구할 수 있었지만 13세의 아흐마드는 머리를 포함해 이스라엘 경찰 총에 여러 번 맞은 뒤 길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10월초 희망을 잃고 분노만 남은 소위 ‘오슬로 세대’가 폭발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은 더욱 더 잔인한 탄압으로 팔레스타인을 짓밟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 구도시에 있는 이슬람 3번째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 팔레스타인인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일어났다. 그 뒤 이스라엘인에 대한 청소년들의 공격이 일어났고 이스라엘은 더욱더 큰 폭거로 대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임산부와 2세 아이를 포함해 최소 4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1500명 이상이다. 다수가 이스라엘의 최근 살인과 점령을 규탄하러 나섰다가 최루탄, 실탄을 맞고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7명이 사망했다.

  16일 서안 베들레헴 진입로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에 이스라엘 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출처: 일렉트로닉인티파다]

즉결 처형, 가옥 철거, 거주권 박탈

특히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13일 자국민에 대한 공격 시 발포를 허용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더욱 늘어났다.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이것이 ‘즉결 처형’이라면서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지만 사법외 살인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팔레스타인 피의자의 가옥을 철거하고 있다. 이스라엘인을 공격했다는 혐의 때문에 며칠 사이에만 여러 채의 가옥이 철거됐다. 이스라엘 측은 파괴된 가옥은 재건축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피의자의 거주권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 같은 집단적인 처벌은 유대인에 대해서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가옥 파괴 처벌을 확대하는 것은 불법적이며 잘못된 대응책”이라고 비난했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유대인에 대한 총기보유 정책도 완화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또 팔레스타인 시신을 그들의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10대 살해 논란

이스라엘 군경의 폭력 진압에 대한 논란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10일 이스라엘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 여성 이스라 아베드의 경우다. 30세의 그는 이스라엘 아풀라 버스정류장에서 6발을 맞고 사망했다. 이 여성은 이스라엘에 있는 한 병원의 의학연구자이자 갈릴리에 있는 여성 무슬림 단체 지도자였으며 종파를 초월한 화해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아베드가 칼을 휘둘렀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촬영된 동영상에 따르면 그는 어떠한 위협도 행하지 않았으며 손을 든 상황에서 총을 맞았다. 팔레스타인 독립언론 <일렉트로닉인티파타>는 “반아랍 선동으로 인한 위협 속에서 팔레스타인인 일부는 자기방어를 위해 칼을 휴대하고 다닐 수도 있지만 경찰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이스라엘 점령군에 사망한 16세의 바젤 지데르도 같은 사례다. 이스라엘군은 바젤이 예루살렘 다마스쿠스 게이트에 있던 정착민을 찌르려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 목격자들은 바젤이 어떠한 공격 시도를 하지 않았지만 군이 근거리에 있던 이 소년에게 총을 쐈다고 말한다. 목격자들은 또 이 소년이 땅에 스러져 피를 흘리는 채 내버려져 있었고 언론과 응급차의 접근은 차단됐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총을 쏜 뒤 현장에 칼을 뒀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이스라엘군에 대한 비난은 더욱 치솟고 있다. ‘식민에 반대하는 청년’이라는 팔레스타인 단체가 17일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이스라엘 점령군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팔레스타인 10대의 사망 현장에 도착한 군인 1명이 그곳에 있던 다른 군인에게 한 물체를 전하고 떨어뜨려놓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10대를 살해하고 그가 칼로 공격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뒤늦게 칼을 가져다놓은 것이 아닌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5알 이스라엘과 가자 국경 사이 대치중 점령군이 쏜 총에 맞아 치명상을 입은 한 청년을 팔레스타인인들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출처: 일렉트로닉인티파다]

서안 동예루살렘은 질식 상태...“이스라엘은 우리 모두를 쫓아내려 한다”

가장 심각한 폭력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은 사실상 ‘전쟁 지역’이 된 상태다.

이스라엘 정부는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이스라엘 군경 수천 명도 배치됐다. 이들은 자동화기로 무장한 채 동서 예루살렘에 인접한 모든 역과 버스정류장을 순찰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세 아이의 아빠인 한 팔레스타인인은 “가옥은 쓰레기가 되고 있고 창문을 부서졌으며 최루가스는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은 매일 폭행당한다. 어린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동예루살렘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막막진 상황이다. 다섯 아이를 두고 있는 사드는 <알자지라>에 “지난 몇 달간 정말 장사가 안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존과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외상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36세의 마첸 콰미스는 15년 동안 동예루살렘의 한 유대인 점포에서 일했지만 최근 사태 뒤 해고됐다. 그는 “사장이 2주전 폭동이 발생하자 내게 떠나라고 말했다. 그들은 상황이 잠잠해지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지만 팔레스타인인도 공격을 받기 때문에 유대인 지역에 다시 일하러 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팔레스타인 점포도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알자지라>는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가혹한 봉쇄에 질식해 있다”며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떠나도록 하는 데 현 상황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현장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은 더욱 어둡다. 여덟 아이의 아빠이자 31세의 아부 오다이는 “우리는 전기나 의약품도 없이 살고 있다”며 “이집트가 터널에 물을 흘려보낸 뒤 수도에는 소금기가 더 많아졌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인들은 이곳을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주민 6명 중 1명은 실업상태에 있고 가자지구에서 이 수치는 2명 중 1명에 이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또 지난달 1일 “가자지구의 상황이 지금 추세대로 악화된다면 2020년에는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대치는 이스라엘의 점령정책 때문”

팔레스타인인들은 최근 폭력이 점령이 중단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지난 14일 짧은 방송 연설에서 “지금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 폭력은 이스라엘이 평화를 거부하고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짓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 사태와 정치적 상황과의 관계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사태에 대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를 파괴하려는 세력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지난 수년 간 평화협상은 멈춰 있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상은 2010년 가을 중단된 뒤 존 케리 미국무장관의 중재 노력으로 지난 2013년 7월 3년만에 재개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해 8월에도 팔레스타인 가자를 공격해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서안지구에 식민지를 확대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6일 이스라엘에 대해 “칼부림과 거리 폭력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 측을 비호했다.

[출처: PNN 뉴스]

고조되는 저항...세계 곳곳 연대

팔레스타인 서안과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폭력과 점령을 비난하는 산발적인 저항, 가두시위, 파업 등이 계속되고 있다.

16일에는 팔레스타인 전주민이 ‘분노의 날’을 선포하고 이스라엘의 점령과 최근 살인을 규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다시 최루가스, 섬광탄, 고무탄과 실탄으로 대응하면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스라엘의 점령정책 중단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도 연대시위가 벌어졌다. 17일 시드니, 샌프란시스코, 제네바, 런던, 베를린, 토론토, 암만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사람들은 “나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등의 피켓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오는 21일 저녁 7시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팔레스타인 청년활동가 카람을 초대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을 주제로 인권중심 사람 다목적홀 한터에서 대중강연회를 진행한다. (신청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