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정부의 ‘4대보험 납부 유예’ 헛발질...하청노동자에 눈덩이 피해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1) 업체만 납부유예...보험료 떼인 노동자 대책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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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헬조선의 조선소. 한 때는 주요 수출 산업이었지만 몇 해 전부터는 불황의 그늘이 깊습니다. 하청노동자의 땀방울이 조선소의 활황을 채웠지만 이 산업의 위기는 하청노동자들의 삶부터 짓눌렀습니다. 이러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이 <참세상>에 이 현장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조명한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출처: 박다솔 기자]

정부는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고용지원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그런데 그 대책이란 것이 대부분 조선소 하청구조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만들어져 하청노동자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청노동자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으니, ‘4대보험 납부유예’로 인한 피해가 그것이다.

정부는 조선소 하청업체에 대한 단기 경영지원 방안의 하나로 2016년 7월부터 4대보험 납부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4대보험 통합징수 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은 조선소 하청업체가 4대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압류 등 체납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 조선소 하청업체들이 4대보험을 납부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의 월급에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노동자 부담분을 꼬박꼬박 떼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월급에서 공제한 4대보험료를 공단에 납부하지 않고 하청업체 사용자가 다른 용도로 유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나중에 하청업체가 체납된 4대보험을 납부하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조선업 위기 속에 1년에도 수십 개 하청업체가 폐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4대보험을 체납한 상태에서 하청업체가 폐업을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입게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연금 피해가 문제다. 4대보험의 납부의무는 하청업체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에 체납이 되어도 노동자가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경우 하청업체 사용자가 체납을 한 상황에서 폐업 등으로 결국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모두 노동자에게 돌아오게 된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 통용지청 앞에서 상담을 한 노동자의 경우에도 폐업을 한 하청업체에서 8개월 동안 체납한 국민연금액이 260만원이나 되었다. 그는 뒤늦게 체납 사실을 알고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봤지만 담당자에게 “사용자가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듣고 돌아와야 했다. 그는 “내 월급에서 분명히 떼어간 돈인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니 너무 억울한 일 아니냐”며 한동안 하소연을 하다가 돌아갔다.

4대보험 납부유예로 인한 이 같은 피해의 책임은 명백히 정부에 있다. 조선업 고용지원대책의 하나로 4대보험 납부유예를 실시하면서 그로인해 발생할 노동자의 피해에 대해서는 미처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4대보험 납부유예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그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6월 21일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2018년 6월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4대보험 납부유예 역시 1년 더 연장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업특별고용지원업종이 지정된 2016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1개월 동안 거제시 조선업종 사업장의 국민연금 체납액이 81억 원에 달한다. 특히 체납액의 추이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데 4~6억 원 정도이던 월 체납액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져서 2017년 4월에는 10억 원, 5월에는 15억 원이나 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특별고용지원업종이 끝나는 2018년 6월까지는 국민연금 체납액만 약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체불임금액보다 4대보험 체납액이 더 큰 경우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하청업체 사용자가 일부 지급 가능한 돈을 가지고 체불임금을 해결할지 아니면 체납된 4대보험을 납부할지 노동자에게 선택하라고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체불임금은 국가가 대신 지급해 주는 체당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국민연금 체납액은 고스란히 노동자 피해로 돌아오니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2일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특별고용지원업종 기간연장 관련 간담회’에서 4대보험 납부유예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분명히 의견을 전달했고 고용노동부도 그 내용을 명확히 파악했다. 그러나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는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4대보험 납부유예를 1년 더 연장했으니 이는 고용노동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정부는 노동자 피해를 양산하는 4대보험 납부유예 조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모든 피해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국민연금 납부유예는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 납부유예가 중단되는 시점까지 조선소 하청업체 사용자가 체납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그 사실이 확인되면 국민연금을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정책으로 노동자가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니 그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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