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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의 바보같은사랑](95)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비정규직 이성호·전영수 씨 고공농성투쟁⑤ 95일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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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지난 4월 11일 새벽, 현대미포조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고용승계에서 제외되어 해고당한 이성호․전영수 씨가 울산 북구 염포동 현대중공업 출근길에 있는 성내삼거리 인근 20M 교각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블랙리스트 철폐와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대량해고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오늘 7월 19일로 100일 차가 되었습니다. 여름 무더위와 열대야 속에 힘겨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열대야가 강적

2주가 흘렀다. 울산 고공농성 95일 차가 되는 7월 14일에 고공농성 중인 이성호 씨에게 연락을 했다. 경주 최고 온도가 39도까지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서울은 장마철답게 비가 제법 내렸다. 3주 만에 이성호 씨의 안부를 묻는다. 인터뷰는 여느 때처럼 울산과 서울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는 소음이랑 매연이 힘 들었는데, 열대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네요. 지금은 열대야가 정말 강적입니다.”

낮에는 그늘이 있고 바람이 많이 불어 괜찮은데, 밤에는 바람이 없어 힘들다고 했다. 눈을 뜨고 누워만 있을 때가 많다. 생수병 물을 몸에 조금씩 뿌려 땀을 씻어내고 있다고 했다. 7월 초에 장마가 온다고 해서 단단히 준비를 했었다. 교각 틈 사이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양쪽으로 비닐을 붙여 홈을 만들어 물이 흘러가게끔 철저하게 장마 대비를 했었단다. 비가 올 것을 기대했는데, 구름만 끼고 비가 조금 오다 말다 하는 마른장마가 왔다.

“이것도 하청노동자 삶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 조선소 노동자들은 70도까지 올라가는 철판을 갖고 일을 하거든요. 워낙 작업 현장 온도가 높아 에어컨은 있으나 마나죠. 가죽 피복을 입고 작업하니 땀띠가 나는 건 예사에요.”

휴게실에 냉방이 되긴 하지만, 고작 10분 쉬는 시간에 거길 왔다 갔다 하면 쉬는 시간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갈 엄두를 못 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에 작업현장 근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땀이 많이 나면 어지러워서 일할 수가 없어요. 나트륨 알약을 1~2알씩 먹으면 일할 때 현기증이 덜 나더라고요.”

울산 고공농성장 모습 [출처] 금속노조 울산지부 이한별 조직부장

해고 인원의 75%가 비정규직

이성호 씨는 조선소에서 일할 때, 3일 동안 잠을 안자고 철야를 한 적도 있었다. 2010년 이전에 경기가 좋을 때는 매일 밤 9~10시까지 연장근무를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근무를 했다.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하지만, 7시 40분에 체조와 조회를 하기 때문에 최소 7시 10분에는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성호 씨는 매일 6시에 일어나 새벽밥을 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렇게 일해서 많이 받을 때는 400만 원 가까이도 받았지만, 건강은 말이 아니었다.

“퇴근하면 술 먹고 잠 들어요. 눈 뜨면 다시 출근하고요. 로봇이나 기계처럼 살았습니다.”

가족들이 있는 집에 2~3개월에 1번 밖에 못가다보니 아이들 얼굴이 가물가물할 지경에 이르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경기가 좋을 때는 일을 많이 하면 돈이 되니까 죽어라 일만 한 겁니다. 근데 작년 초부터 월급이 반 토막 났어요.”

작년부터 물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고정 연장근무가 없어지고, 주5일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정해진 일은 해야하다보니 노동 강도는 세지고 관리자 탄압이 심해졌다.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4년 말부터 2017년 5월 말까지 현대중공업에서는 총 27,543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기간 동안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의 4배가 넘는 20,713명이 해고됐다. 전체 해고 인원의 75%가 비정규직노동자였던 것이다.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원청의 구조조정과 기성금 삭감으로 불법적인 무급휴직과 임금삭감을 당하면서 일하다 다쳐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7월 17일, ‘비정규직 고공농성 100일, 시민사회 100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 장면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싸워서 이기는 걸 보여주어야 용기를 낼 것

“지회에 축하할 일이 있습니다. 2015년에 파업 했다는 이유로 해고가 됐던 당시 조직부장이 2년 6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원직복직 판결을 받고 조선소 복직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생계도 힘든데, 지회를 믿고 포기하지 않은 게 너무 고마워요.”

근황을 묻자 이성호 씨가 최근에 있었던 김채삼 조합원의 부당해고소송 승소 소식을 전해준다. 또, 6월 말에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소속되어 있던 업체 두 곳이 폐업 되었는데, 고공농성과 블랙리스트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조합원들도 고용승계가 되었다고 했다.

“동지들이 지회(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를 믿고 잘 싸우니 이런 일도 있는 것 같아요. 싸워서 이기는걸 보여주면 현장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성호 씨는 그 외 금속노조 울산지부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진우3사와 현대자동차 부품 납품업체인 동진오토텍,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문제를 묶어 끝장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며칠 전에는 울산지역 집회 공연차 내려왔던 ‘몸짓 선언’ 멤버들이 고공농성장 퇴근선전전에 와서 몸짓과 노래를 해주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한 하청지회 조합원은 시를 낭송해주어 힘을 주고, 지역 연대동지들이 백숙을 만들어 주었다는 소식도 전해준다. 성호 씨는 조합원이나 연대 오는 분들이 자신들한테 미안해하지 말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호 씨는 지난 주 지역 방송국에서 현대중공업․미포조선 블랙리스트 문제를 방송했는데, 원청에 압박이 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한 인터뷰 내용을 이야기하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했다.

7월 19일, 고공농성 100일 차에 이성호(왼쪽)·전영수 씨 모습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이 단합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이제 5일 뒤면 이성호, 전영수 씨가 교각에 올라간 지 100일이 된다. 이들은 지난 4월 11일 새벽에 비를 맞으면서 이곳에 올라왔다.

“올라올 때는 빠르면 대선 때까지, 길면 휴가 때까지는 해결이 안 되겠나 했습니다. 근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블랙리스트 문제는 거의 다 드러났다고 봅니다. 이왕 올라왔으니 끝장을 봐야 되는 거고, 이기고 내려가야죠.”

처음에 올라올 때, 경찰이 음식 공급을 막고 침탈할 게 우려 되어 가방에 열량이 많은 초코바를 많이 가지고 왔다. 초코바 1개를 먹고 3일을 견딜 생각이었다. 올라오고 나서 며칠 동안 경찰이 침탈을 시도했고, 두 사람이 침탈하면 뛰어내리겠다고 하자 그때부터 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동안은 음식이 올라와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광화문 광고탑에서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고공 단식농성을 할 때였잖아요. 우리 동지들이 한 달 가까이 굶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하청노동자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로빈슨 크루소도 아니고 이렇게 고립 되서 살아야 할까요?”

성호 씨는 하청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다가 일회용 소모품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얼마 전 조합원들이 올려준 식물의 안부를 묻자 성호 씨는 말라가고 있다는 답변과 함께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공에 있으면서 식물이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고 했더니 잡초를 물하고 올려줬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식물이 보고 싶다고 했던 거는요. 밑에 동지들이 단합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하청동지들 얼굴이 잊혀져가니 단결된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달라는 것이었어요. 동지들 얼굴이 보고 싶어서...”

동지들뿐 아니라 가족들도 많이 그립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성호 씨의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구미에 있는 아내가 마트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이곳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많이 보고 싶지만...” 성호 씨가 말 끝을 흐린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아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나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날던 지난 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곤 하는 얼굴
- <얼굴>(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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