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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9천 5백만 원의 비밀

[연정의 바보 같은 사랑](89) 안부2 : 2016년 여름, 갑을오토텍지회 투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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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주] 8월 24일은 갑을오토텍이 직장폐쇄에 들어간 지 30일이 되는 날입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이하 ‘지회’) 400여 명 조합원이 노조파괴 ‘용병’ 채용 취소와 단체협상 개악 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공장 안 농성은 50일이 넘었습니다. 회사 측은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쟁의 기간에 불법 대체 생산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농성 진압을 위한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생산 현장 복귀 후 직장폐쇄 철회를 주장하면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단전·단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장기화하고 있는 갑을오토텍 투쟁에 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며,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하는 이유와 갑을오토텍 투쟁이 가진 의미를 두 차례에 걸쳐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예측했던 것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선봉대원들 식사하러 갑니다. 20분까지 오는 겁니다. 오늘은 배식이 늦게까지 없습니다. 전체 식사하도록 합니다.”

8월 5일 오후 4시,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 공장에 도착하니 ‘민주노조 사수’ ‘단결투쟁’이 새겨진 조끼와 머리띠를 착용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갑을오토텍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동지가 달려오셨습니다.”

“와~”

‘불법 직장폐쇄 철회! 노조파괴 분쇄! 갑을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 기간에도 불구하고 공장 앞에 많은 노동자와 시민, 조합원 가족이 참석하자 조합원들이 함성과 박수로 환영한다.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경남지부 깃발도 보인다. 경찰이 막아 집회는 공장 앞에서 진행되고, 조합원들은 공장 안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며 함께 한다. 스크린에 가족들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조합원들의 얼굴에 푸근한 미소가 깃든다. 플랜트건설노동조합에서 쌀과 물 등 지원 물품을 갑을오토텍지회에 전달한다. 경찰은 이마저도 가로막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물러줘. 물러줘.”

경찰의 통제로 모든 참석자가 집회 장소에 다 들어오지 못하자 경찰에 대한 항의 구호도 들린다.

“예상하고 예측했던 것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회사는 이미 2014년 3월부터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준비해 왔고, 용병들을 모집해서 폭력과 내부 분열로 현장을 장악시키려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파업을 유도해서 직장폐쇄 용역투입 공권력 투입 이후 선별복귀를 하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시작했습니다.”

이재헌 지회장이 무대에 올라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 등 ‘용병’ 투입을 통한 이른바 ‘신종 노조 파괴’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갑을오토텍은 2014년 12월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 등 60명을 신입사원으로 뽑아 지회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이들은 많은 지회 조합원들을 선풍기로 머리를 가격하여 뇌출혈과 얼굴 뼈 함몰 등 상해를 입히고, 기업노조를 설립하여 가입하는 등 노동조합 파괴를 했다. 지회의 투쟁으로 지난해 6월 23일과 8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노조파괴 목적으로 입사한 신입사원 52명 채용 취소 등의 합의를 하였으나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들을 아산에 있는 다른 계열사로 전보 조처했다.

8월 5일, ‘불법 직장폐쇄 철회! 노조파괴 분쇄! 갑을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 대회’

노조파괴 후 폐업하겠다는 회사, 우리가 사는 길은 이 공장을 지키는 것

“회사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더니 10월부터 더는 노동조합과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포하고 곧바로 준비된 것들을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이 지금까지 지켜온 정규직 사원들을 일방적으로 강제전환 배치하면서 용역 경비를 투입했습니다. 이미 범죄 행위로 대표이사가 구속되었음에도 회사는 곧바로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지금 현재 이 자리까지 와있습니다. 회사는 폐업하겠다고 청산하고 떠나겠다고 협력업체까지 동원해 협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4백여 조합원들 이미 모두 각오를 마쳤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 아니면 함께 죽겠다. 우리가 사는 길은 이 공장을 지키는 일입니다. 또 그 길은 이 공장을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재판부조차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박효상 전 대표에게 회사 측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검찰이 구형한 8개월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기존 노사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교섭해태로 일관하다가 노조가 절차를 밟아 쟁의행위에 들어가자 7월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리고 8월 1일 용역경비업체 잡마스터를 통해 용역들을 정문 앞에 투입하고, 용역들에 이어 경찰까지 투입된 갑을오토텍 공장은 무더위 속에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부 집회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다.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지회 식사팀에서 준비한 미역 국밥이 밖으로 나간다. 오늘 연대온 사람들의 식사까지 포함하여 1,500명분의 식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정문 근처에 천막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은 국이 부족하다며 밥이 나가고 나서도 계속 국을 끓이고, 큰 대야에 불린 쌀로 쉬지 않고 계속 밥을 한다. 식사 시간이 끝나고 2부 투쟁 문화제가 시작된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갑을오토텍 공장

“지금 여러분들이 앉아계신 이 자리, 전경들이 깔린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 아십니까? 98년도 공권력 침탈되면서 피투성이가 되었던 투쟁의 자리입니다. 그리고 2008년도에는 모딘코리아 바지사장이 용역 깡패 30명을 데리고 와서 노조파괴를 하려고 할 때, 투쟁했던 자리입니다.”

박종국 부지회장이 무대에 올라 갑을오토텍 투쟁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열교환기 등 자동차용 공조 제품을 생산하는 갑을오토텍의 전신은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기계다. 만도기계 아산 공장은 1998년 한라그룹 부도로 인해 그다음 해에 스위스 UBS캐피탈사가 주도하는 투자 컨소시엄이 인수하여 만도공조로 이름이 바뀌었다. 만도공조는 2003년 위니아만도(주)로 사명을 변경한다. 그 사이 CVC캐피탈이 대주주가 되었고, 2004년에는 미국 모딘사에서 위니아만도(주) 1공장 차량공조사업본부를 인수하면서 모딘코리아로 회사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2009년 갑을상사그룹이 모딘코리아의 지분을 100% 취득하고 지금의 갑을오토텍으로 이름을 변경한 후 지금에 이르렀다.

공장 안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회사가 우리를 단결하게 했다”면서 20년 동안 경영주가 5번 바뀌는 과정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조합원들 간에 일터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했다.

때리면 맞으라는 기이한 노동조합

“회사가 하루에 쓰는 용역 비용이 2,500만 원 이라고 합니다. 노조파괴 컨설팅 비용을 포함한 노조파괴 시나리오 전체 예산이 수십억 입니다. 기업은 이윤에 눈이 멀어야 정상인데, 갑을오토텍은 그게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알려진 갑을오토텍의 ‘Q-P 전략 시나리오’를 입수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노조 파괴와 노동자에 대한 복수심의 광기만 남은 기업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없다며 개탄하는 발언을 한다.

“갑을오토텍은 노동조합도 기이합니다. 지회장이 발표한 투쟁지침을 보고 울컥했습니다. 때리면 맞으라고 했습니다. 여기 있는 분들 다 가족이 있는데, 지회장이 이런 굴욕적인 지침을 왜 내렸을까요? 수십 년 동안 기업주가 5번 바뀌는 걸 지켜보면서도 한 번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주인의식을 갖고 이 회사를 지켜온 사람들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입니다.”

이정미 의원은 갑을오토텍지회는 누구보다 회사와 산업평화를 사랑하기에 때리면 맞을 각오로 평화롭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이한 노동조합이라고 이야기했다.

정문 사수 중이던 35년 근무했다는 한 조합원은 작년에 용역들이 들어오면서 조합원들이 많이 다친 걸 가족들이 알고 있어 올해도 밖에 용역이 있는 상황이라 다칠까 봐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합원들이 화가 나서 충돌이 날 경우 노동조합이 무너지게 될 수도 있으니 참으라고 한 건데…. 그 말을 하는 지회장의 심정이 어땠겠어요? 어릴 때 부모도 다른 사람 때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

그는 회사가 연구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M&A를 통해 이익을 남기려하고 노동조합 파괴에만 돈을 쓰고 있다며 개탄했다.

“경영자 몇 사람 때문에 엄청난 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게 기업입니까? 우리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회사가 약속했던 거 지키라는 겁니다. 노조파괴 용병 채용취소 약속한 거 지키고, 단체협약 개악 안 철회하고 단협을 이행하라는 게 전부였어요. 회사는 일부러 노조파괴 하려고 60번이나 교섭을 했어도 불성실한 태도로 70개 개악 안을 들고 나왔잖아요. 지금이라도 직장폐쇄 철회하고 성실하게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합니다. 그게 회사를 살리는 길이고, 함께 사는 길입니다.”

23년 차 노동자의 기본급 200만 원 시급 9천 원

조합원들은 회사 측이 자신들의 연봉과 관련해 ‘언론플레이’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갑을오토텍 사측은 이 회사 생산직 노동자의 평균 연봉이 8,400만 원이고,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9,500만 원이라는 내용을 일부 언론사에 제보하여 보도하게 했다. 또한, 사측은 2014년에 60억 원, 2015년에 110억 원의 적자가 났는데도 노동조합이 기본급 월 15만여 원을 더 올려달라며 공장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전화 통화로 의견을 묻자 한정우 지회 대의원(전 부지회장)은 ‘귀족노동자 9천 5백만 원’은 회사가 악의적으로 ‘언론 플레이’한 내용이라며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조합에서 요구한 임금 요구액 15만 원은 실제로 받은 적이 없고, 최근 타결된 금액은 5~6만 원 정도라고 했다.

“노조에서 15만 원을 요구하면 그 돈을 다 받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회사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올해 입사 23년 차인데, 우리 회사 평균 근속보다 높습니다. 월 급여 총액이 세금 떼기 전에 500만 원 정도 되고, 4대 보험과 각종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380~400만 원 정도 됩니다. 세금 공제 전 금액으로 계산하면 연봉 6천만 원이죠. 이 금액은 상여금과 연장수당 등 각종 수당이 다 포함된 금액이고요. 23년 차인 제 월 기본급은 200만 원 입니다.”

한 씨는 23년 차 근무한 자신의 기본급이 월 200만 원 이고 시급은 9천 원 정도라며, 회사 측 주장에 억울해했다.

갑을오토텍 공장 안에 있는 피켓

“회사가 이야기한 9,500만 원 연봉은 2014년도 기준인데, 그때 통상임금 판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연봉이 올라갔던 겁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추가임금 소급 청구는 노사가 기존에 합의한 임금 수준 관행을 넘어서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허용하지 않았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이 판결대로 임금 소급분은 청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회는 기존 단체협약이 종료되는 2014년 4월 1일부터 발생하는 시간 외 근무 시간에 대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회가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하여 임금체불이 확인이 되는 그해 여름부터 적용이 이루어져서 4월~12월 초과 근무수당에 대해 확대된 통상임금이 적용된 수당을 받았다.

한정우 대의원은 사측이 주장하는 고액연봉은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로 2014년에 추가 지급된 초과노동상승분 40억 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2014년 적자분은 사측이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 일시적으로 발생한 초과노동상승분 40억과 퇴직급여충당금 60억 등 총 100억 원을 제조원가에 반영한 데서 생긴 부분입니다. 퇴직급여충당금 60억은 실제로 지출된 돈이 아니라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예상되는 퇴직급여 금액이고요. 2015년에도 추가소송 충당부채, 중국법인 청산 손실, 노조파괴 용병 채용 취소에 따른 충당부채 등 80억이 적자로 반영된 겁니다. 회사가 정상적인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노조파괴 용병들을 채용하는 바람에 기존 노동자들의 초과근무가 증가했던 것도 초과 노동비용 발생 요인이 되었습니다.”

한 씨는 갑을오토텍 2016년 1분기 경영실적이 약 21억 정도로 흑자로 돌아섰다며, 사측이 지금과 같은 노조파괴 공작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 연 60억~100억 정도의 흑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회사가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노조파괴와 직장폐쇄를 중단하고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문을 지키고 있는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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