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북핵사태와 위기의 한반도 정세

동북아 정세에 무지한 박근혜의 정부의 인식과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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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응답하라 2016

북한의 4차 핵실험 엿새 후인 1월 12일, 미국은 네바다 사막에서 전술핵무기 B61-12 실험을 했다. B61-12는 적국의 지하 핵무기 창고 또는 핵실험장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미국은 또한 300억 달러를 들여 핵탄두 탑재 순항미사일 등 1천개의 신형 핵무기 개발 계획을 밝혔다. '핵무기 없는 세계' 약속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의 심각한 약속 위반 행위이다. 오바마는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주제의 연설을 한 대가로 그해 12월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2015년 9월 향후 30년간 1조 달러를 들여 핵무기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바로 군산복합체의 이윤 추구 때문이다(박인규, “세계 최대의 핵위협 국가, 미국.” 『프레시안』. 2016.1.16.).

북한이 전격적으로 4차 핵실험을 단행한데 이어 설을 목전에 두고 인공위성을 탑재한 광명성 4호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보다는 장거리 미사일개발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유엔이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헤 정부는 한반도 사드배치를 위한 한미간 협의 착수를 발표한데 이어 개성공단 사업의 전면적 폐쇄를 선언하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와 국회연설에서 통일이나 남북대화에 대한 일체의 언급없이 단호한 대응의 천명과 함께 아울러 중국의 협력을 촉구하였다. 미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강력한 대북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북핵위기의 심화를 반대하면서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 한미일의 안보협력확대가 자신들의 국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마디로 2016년 한반도 주변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2. 왜? - 4차 핵실험의 의미와 북한의 의도

지난 1월 6일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 핵분열 기술을 사용한 과거의 핵실험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핵융합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의 직접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4차 핵 실험으로 인해 8 25 합의는 사실상 무력화 되었고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은 불가피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과 국제사회 간 ‘강 대(對) 강’ 구도가 급속히 형성될 것이다.

북한의 발표에 의하면,
1) 이번 실험을 통해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이 과학적으로 해명됐다.
2) 이는 미국 등 적대세력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 조치이다.
3) 자주권이 침해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4)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Global Asia]1는,
1) 이번 핵실험은 군사적이기보다는 심리적 의미가 있다. 북한이 아직 장거리 탄도 미사일 등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운반수단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자위력 과시, 대내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사기 앙양에 이용될 것이다.

2) 북한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김정은은 앞으로 청년세대들을 새로운 정치 주역으로 내세울 것이며 핵개발과 경제 발전의 병진 노선을 계속할 것이다.

3) 북한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핵운반 수단을 확보하려면 앞으로 5~15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 등은 동북아 집단 안보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이런 길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통일뉴스]에 의하면,
북측인사의 증언을 빌어 이번 핵실험이 미국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였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북중관계의 정상화를 원하는 김정은의 바람과 다르게 중국은 느린 경제협력과 북핵만 관리하는데 주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1)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축적해온 핵 능력을 기술적 차원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즉 김정은 정권이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환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미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 명기, 2013년 3차 핵실험, 2014년 기존 ‘전략 로케트 사령부’를 ‘전략군’으로의 확대 개편, 2015년 SLBM 능력 강화 등 핵능력 고도화 및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진력을 다해왔다. 지난 4년간 김정은 정권의 일관된 최우선 목표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가 아닌 핵능력 강화를 통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였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은 이미 3차 핵실험에서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을 강행한 후, 핵능력 고도화의 종국 단계인 수소폭탄 제조기술 확보를 최종 목표로 설정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 수소폭탄의 핵융합 관련 초기 기술력이 확보되었다는 기술적 판단 하에 이를 검증하고자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2) 2016년 5월 개최 예정인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결속을 다지고 정권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최근 북한 경제가 다시 정체 국면에 접어들자, 기존 경제-핵 병진노선의 성과에서 핵 부문 업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에 따른 제재에 대한 고통은 그 책임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전가하여 오히려 내부 결속 도모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했을 것이다.

3) 핵능력의 전략적 가치를 미국에게 강력히 시위하고자 했을 것이다. 북한은 2015년 미국에게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2 하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으며 기존의 전략적 인내 기조 또한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진전된 핵실험의 형태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을 전환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시험용)수소폭탄 실험이었으며 그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4) 중국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의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에게 북중관계의 정상화는 매우 시급한 선결과제이다. 지난 2015년 7월 16일 시진핑이 사상 처음 북중접경지역인 옌지시를 방문함으로써 북중관계 개선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이 중국에 대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조국의 자유독립과 평화를 위한 성전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인민군렬사들과 중국인민지원군렬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립니다.”(조선중앙TV방송, 2015.7.26.). 시진핑의 옌지시 방문을 ‘화해 시그널’로 받아들인 김정은이 화답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후 2015년 10월 9일 류윈산 상무위원 방북 이후 북한의 대외경제성과 중국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본격적인 개발에 합의하는 등 북.중관계는 호전되는 분위기였고, 모란봉악단 방중은 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막상 모란봉악단이 중국에서 직면한 실제상황은 북측의 기대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중국측은 북측의 요구사항을 끝내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의도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북한은 2005년에 체결한 ‘9.19합의’가 어긋나버린 이후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번 4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의도나 전략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이번 핵실험도 작년부터 조짐이 있었으나 다만 시기가 미루어진 것이다.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언젠가 5차 핵실험을 추진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3. 대북제재 강화론의 한계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강도를 더욱 높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북제재와 압박을 최고도로 높이고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는 아직도 북한에 대해 제재할 것이 남아있으며, 지금까지의 제재조치에 대한 효율성에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거 수차례의 유엔 대북제재 조치들은 모두 당시 가능한 최고 수준의 대북압박 조치를 망라했다고 본다. 유엔 대북제재가 북한의 추가적인 핵도발을 막지 못한 것은 유엔 대북제재 자체의 한계이다. 북핵 도발에 대한 유엔 제재는 이미 10년째 시행되고 있다. 그 결과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뿐이다.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가 미흡해서 제재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핵도발을 방관하고 있다거나 북한을 감싸주고 있다며 중국책임론을 들먹이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중국에게 북한의 핵보유는 분명 국익에 반하는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북한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일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성급하게 타결하고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을 오히려 더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의 대북제재에 참여해왔고 북핵 실험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 안정이 핵문제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제재 결의에 어느 정도는 동참하겠지만 그것이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유의미한 조치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다. 또 중국의 개성공단에 대해 남북협력 차원에서 지지하는 입장이다. 남북 화해 평화가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한중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에 한국편을 든다고 생각하면 그거야 말로 오만과 착각이다. 한때 밀월관계를 형성했다고 해도 한중 관계에는 한계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 뒤 성명 발표나 기자회견에서 북핵 불용이라는 말을 한 번도 안 썼다. 중국이 유엔안보리 결의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다. 중국이 아무리 가까워졌다고 해도 어디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지 계산을 하고 움직여야 한다. 결국 중국을 통한 강력한 대북제재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대북제재에 관해서는 일본이 최고의 모범국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과거 상당 수준을 유지하던 북·일 간 무역이 대북제재 이후 거의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대북제재의 결과로 2000년 약 5억 달러에 달하던 북·일무역이 2010년 이후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이 대북제재를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은 2002년 9월 이후인데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실 확인 문제가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불거지자 일본은 국내 여론의 무마를 위하여 대북제재를 실시하였다. 대북제재의 내용을 살펴보면, 북·일 교역 중단, 300만엔 이상의 대북송금 규제, 북한 선박의 전면 입항금지, 금수화물 적재 의심 선박의 검색,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WMD 관련 물자 수출 금지 및 사치품 수출 금지 등 군사수단 이외에 사실상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안이 제재목록에 포함되었다. 그 결과 북·일 무역은 약 10년 사이에 완전히 중단되었으며, 만경봉호 같이 북한과 일본을 오가던 북한 국적 선박도 일본 항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북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방기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이런 태도를 공개적으로 ‘전략적 인내’라고 부르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금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1월 16일 동경에서 북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서조차 미국은 느닷없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 정리를 재촉했다. 이는 사드배치를 포함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이다.

부시 정부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북 무시정책은 벌써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전략 시행 초기에 북한은 핵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과 북미협상을 끌어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매번 이를 무시했다. 일견 미국이 북한 의도에 끌려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지속적인 북한의 핵도발이었다. 어쩌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무시정책을 겪으면서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체제안보를 도모하려던 전략을 수정해서 자체적인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암튼 대북제재 조치의 효율성 논란과 무관하게 유엔에서 결의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결의안은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5~23일이었다. 안보리가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결의안 1718호(2006년)를 채택하는 데 5일, 2차 핵실험 뒤 결의안 1874호(2009년) 채택에 18일, 3차 핵실험 뒤 결의안 2094호(2013년)를 채택하는 데 23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핵실험에 대한 사전 조짐이나 예고가 전혀 없었던 데다, 한국과 미국이 추진 중인 제재의 폭과 수위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에 중국과의 합의과정에 장시간을 요하고 있다.

이번 북핵 실험으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중국이고 가장 득을 본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일거에 동북아에서의 열세를 뒤엎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반면 중국은 경제위기 속에서 북핵 실험으로 동북아정세를 미국이 주도하게 되었고, 대만 선거3에서도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제재 조치는 일단 국제적 차원의 제재 이외에 미국과 일본 등 개별 국가의 독자 제재가 강화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도 2015년 해제하였던 대북 수출입 규제 및 북한 선박 입항 금지관련 제재를 복원하고자 추진할 것이다. 중국 또한 UN 경제 제재의 실행에 협조함과 동시에 명시적으로 제재의 형태가 아닌 방식을 활용해 대북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중국내 북한 노동자들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한다거나 혜산과 단둥 등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밀무역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4. 북한과 국제사회의 갈등 증가

북한의 핵동결 및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상당기간 난망할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강경하며,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에 대해 협상할 의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북한은 2015년 북미 평화협정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평화협정 제의는 ‘핵국가 지위에서’ 평화협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 시대처럼 비핵화 협상을 통해 제재 국면을 탈출하자는 전략적 용도가 아니다. 즉 비핵화 과정의 결과로서 평화협정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평화협정 제의는 핵 능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 벌기와 자국의 국제적 위신을 고려해 책임을 미국에게 전가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 핵동결 및 비핵화 과정에 드는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점도 또 다른 중요한 이유이다. 북한은 수소탄 능력을 기준으로 핵 동결 및 비핵화에 대한 대가를 예전에 비해 훨씬 높게 요구할 것이다. 이는 동시에 북한의 레버리지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수소탄 능력 구비로 인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당히 자율적인 외교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비핵화를 요구해 온 중국에게도 저항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2013년부터 한층 강화된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국제사회와의 갈등은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보다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된 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5.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증대와 남북한 군사적 긴장고조

이번 핵실험은 김정은 정권이 향후 핵의 전략적 가치를 적극 과시하는 공세전략으로 전환하였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북한은 자신들의 능력과 결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추가도발을 적극 고려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핵실험에서 미진했던 핵폭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가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2013년 8월 이후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5MWe 원자로를 지속 가동해 왔기 때문에 언제라도 핵 연료봉 인출 및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보유량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도발뿐 아니라 동시에 한국에 대한 국지적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또한 높다. 한국이 1월 8일 정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였기 때문에 북한이 8월 합의 이전과 같이 군사적 대응 조치로 위기 국면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가 도발은 국제사회의 제재 내용이 확정되고 한미 연합훈련이 개시되는 3월 이후부터 7차 당대회가 개최되는 5월 사이가 유력하다. 추가 도발에 대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 주민들의 단합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동북아 정세에 무지한 박근혜의 정부의 인식과 대북정책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대중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정부의 대응책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아무런 근거나 준비없이 6자회담 무용론이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사드 배치, 남한의 핵무장 대응론 등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1)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합리적 정책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한미가 돈줄을 조이는 이란식 전방위 경제 제재와 동일한 방식이다. 북한 근로자는 중국, 러시아 등 제3국으로도 많이 진출해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개성공단에서 들어오는 현금보다 7,8배 많다. 물론 공단 폐쇄가 북한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상당히 고급 노동력임을 감안하면 이들은 한두 달 뒤 제3국으로 어렵지 않게 진출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타격을 금세 회복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돈줄을 끊을 수 있는 카드는 더 이상 없다.

대북 제재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때 실효성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책임질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기업들의 엄청난 손실, 군사적 긴장 고조 등 손실이 막대하다.

2)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동북아 전 지역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무모한 조치이다. 미 국방부 등 실무선에서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THAAD) 배치 문제를 북핵 대응 조치로 거론하기 시작했다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4 이는 북한 핵을 폐기시키는 노력보다는 일단 북한 핵무기의 존재를 전제로 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대응조치는 북한 비핵화 목표와는 거리가 먼 조치일 뿐이다. 북한 압박에 중국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사드로 중국을 자극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3) 통일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의 추진 목표로 제시한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도 한반도 평화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정부는 3년간 대북 강경책을 구사했지만 올바른 남북관계보다 북한 핵실험 2차례 등 최악의 남북관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이 올바른 남북관계라는 것인지 통일부는 설명하기 바란다. 정부가 역사교과서에 이어 대북정책에도 ‘올바른’이라는 독선적 표현을 쓰는 것도 불길하다.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한반도 배치가 거론되고 있는 사드, 스텔스기, 항공모함, 전략핵폭격기 등 전략무기들은 따지고 보면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의 안보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무기들이 아니다. 결국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초래하며, 미·중, 중·일 간의 패권경쟁에 한국이 비용까지 대면서 연루될 위험성을 높인다. 게다가 미국의 전략적 자산의 일시적 배치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위안부 합의를 배후에서 이끈 미국은 그야말로 3각 동맹에 준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불가역적으로, 그것도 빠른 속도로 제도화시키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더 큰 문제는 지난 수년간 급속하게 강화된 미·일동맹이 중심축이 되고,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작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엄밀하게 판단한다면 남한에게 북한 핵문제가 제일 중요한 문제로 되어 있지만 남북관계는 그 문제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1990년대 이전에도 남북 간의 무력충돌 위험은 언제나 상존했다. 이산가족 문제도 핵문제의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되는 문제다. 더 넓게는 남북교류협력이나 경제협력 역시 나름의 고유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핵문제에 올인하기 위해 다른 문제를 잠시 접어둔다고 할 수는 있지만, 대북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해결시도로는 핵문제를 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남북관계 현안들을 모두 어렵게 만든다.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8.25합의’에 규정된 ‘비정상적인 사태’로 보고 그동안 중단되어온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으니, 이제 핵실험 중지 약속이 아닌 다른 어떤 명분으로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수 없게 된 것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이명박 정부가 핵문제에 집중한다고 대북압박에 집중하면서부터 북핵문제는 오히려 역행되고 다른 남북 교류협력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지금까지 북한의 네 차례 핵실험 중에 세 번이 이명박 정부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만 두 번인데, 아직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중에 북한이 몇 차례 더 핵도발을 추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내에서 간간히 제기되는 핵무장론이나 미국의 확장억제력 전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대응책일 뿐이지 해결책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채, 임기응변적인 대응책만 내놓고 있다. 우려해야 할 문제는 대응책을 마치 해결책인양 생각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핵실험 직후 사드 거론, 6자 회담 무용론 주장하면서 5자 회담 주장 그리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의 모든 결정을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의 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효과와 한계에 대해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이 했다는 이야기인데, 주변에서 대통령 심기 관리에 너무 충실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 만약 참모들과의 충분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을 했다면 더 큰 문제다. 북한 붕괴를 통해서 비핵화를 성취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장 버려야 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6자 회담이 진행 중일 때 북한은 핵실험을 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6자 회담을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북미 간의 불신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앞장 서야 할 나라는 바로 남한이다. 남한이 나서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미 화해를 중재해야 한다. 그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지금처럼 남한이 미국의 대중 군사 대결 노선을 추종하다가는 남한이 미중 군사 대결의 선봉장으로 떠밀려 한반도는 또 다시 전쟁의 참화에 휘말릴 수도 있다. 정부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다.



* 주

1. Peter Hayes & Roger Cavazos, “North Korean Power and Kim Jong Un’s Smaller H-Bomb.” 『Global Asia』. 11 Jan 2016. https://www.globalasia.org/north-korean-power-and-kim-jong-uns-smaller-h-bomb

2.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16년 1월 7일 이번 ‘수소탄 시험’ 감행의 주요 원인으로 2015년 1월 북한이 ‘한 미 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미국이 ‘암묵적 협박(implicit threat)’이라고 일축한 점을 꼽았다.

3. 2016년 1월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周子瑜)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논쟁에 불을 붙였던 사건을 상기시킨다. 당시 쯔위가 중국 누리꾼의 거센 비난 끝에 사과 영상을 올렸고, 이에 대만 청년층이 분노하면서 총통선거의 향방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총통선거에서는 '대만 주체성'을 내세운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이 당선됐다. 팝스타 마돈나가 공연 중에 대만 국기를 펼쳤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성난 반응에 직면했다. 2월 4일(현지 시간)에는 마돈나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글로벌 레벨 하트 투어' 공연 도중 앙코르곡을 부르면서 대만 국기를 어깨에 걸쳤다고 AFP 통신들이 5일 보도했다. 이 공연 사진이 빈과일보와 자유시보 등 현지언론에 실리자 중국 누리꾼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4. 지난 1월 13일 박근혜는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가면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강도 대북제재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면서 정치적 관점에서의 사드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월 25일 MBC <이브닝뉴스>에 출연해 사드를 군사적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니 이제는 구체화 되고 있다.